[트렌드모니터] 지금 한국은 누구도, 무엇도 쉽게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

[트렌드모니터] 지금 한국은 누구도, 무엇도 쉽게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0.02.13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사 기간: 2020년 1월 30일~ 2020년 2월 2일
조사 대상: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신뢰’와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하며, 주요 집단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https://www.flickr.com/
출처 https://www.flickr.com/

 

사회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불신’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나는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는 의견 더욱 증가(15년 54.9%→20년 63.2%)

먼저 사회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63.2%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2015년 조사(54.9%)에 비해 타인에 대한 경계 및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모르는 사람은 우선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는 인식(20대 67.8%, 30대 67.2%, 40대 61.4%, 50대 56.4%)이 강한 모습으로, 향후 타인에 대한 불신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자녀 유무에 따른 태도 차이(미혼 65.6%, 무자녀 기혼자 59.9%, 유자녀 기혼자 61.4%)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목소리(19.7%)는 드문 편이었다. 또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세대(16.3%) 혹은 나이가 어린 후배세대(13.8%)를 신뢰한다는 목소리도 적어, 현재 한국세대가 처한 ‘세대갈등’의 단면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낮아, 신뢰도가 높은 대상은 오로지 ‘가족’뿐인 것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도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웃집 사람(19.1%)과 우리 지역 사람들(16.7%), 고향 사람들(21.9%),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22.1%)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2015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학연 및 지연이 인간관계에 주는 영향력이 더 이상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다니는 회사 직원들의 경우에도 동료에 대한 신뢰도(44.8%)만 다소 높았을 뿐 선배 및 상사(36.3%)와 회사 대표(30.4%)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다만 50대는 상대적으로 학연 및 지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회사 동료 및 상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여러 인간관계 중 신뢰도가 높은 대상은 오로지 ‘가족’뿐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5.6%가 자신의 가족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성별(남성 86.8%, 여성 84.4%)과 연령(20대 82.8%, 30대 83%, 40대 85.2%, 50대 91.4%)에 관계 없이 가족에 대한 신뢰도는 무척 높은 편이었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언행일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가장 높아

한편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행일치’가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가 가는 인물의 유형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67%,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는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20대 61.4%, 30대 63.4%, 40대 67.8%, 50대 75.4%) 언행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뚜렷했다. 또한 작은 약속과 비밀을 잘 지키고(54.2%), 입이 무거우며(50.2%), 일 처리가 꼼꼼하고(49.7%), 상황이 변해도 일관성을 유지하는(49%) 모습도 남들에게 신뢰감을 가져다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이와 정반대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말과 행동이 많이 다르고(67.1%, 중복응답), 입이 가볍고(60.2%), 일 처리에 일관성이 없으며(57.8%),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55.2%)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은 수준, 가장 신뢰도 낮은 집단은 ‘정치인’

정부에 대한 신뢰도(15년 8%→20년 22%)는 소폭 상승, 10명 중 2명만이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는 뉴스를 신뢰한다”

사회적 신뢰가 낮은 모습은 ‘인간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언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역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집단은 정치권으로, 대부분의 정치인들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단 3.7%에 불과했다. 공공기관(19.8%)과 정부(22%)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공공기관(15년 14%→20년 19.8%)과 정부(15년 8%→20년 22%)에 대한 신뢰도가 꽤 높아졌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부분이다. 어느 정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10명 중 2명(18.8%)만이 대부분의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는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에 관계 없이 국내 언론을 믿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미디어의 형태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29.4%)이 그나마 많았을 뿐 종이신문에 나오는 기사(19.1%)와 포탈사이트에 소개되는 뉴스(15.7%), 팟캐스트 방송에 나오는 뉴스(9.8%), 유튜브에서 나오는 뉴스(8.3%)를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었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았다. 10명 중 3명 정도(31.9%)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 대부분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개별 직업군으로 보면 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40.7%)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의 법률가(23.8%)와 공무원(16%)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응답자는 훨씬 적었다.

 

‘유통채널’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 온라인 채널보다는 오프라인 채널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

“인터넷쇼핑몰 판매 제품을 믿을 수 있다” 15.7% vs. “백화점 판매 제품을 믿을 수 있다” 48.2%

유통채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오프라인 채널보다는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불신이 큰 편이었다. 우선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믿을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15.7%에 불과했다. 2015년 조사 결과(15.7%)와 비교해봤을 때 인터넷쇼핑몰 제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태도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14.4%)과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제품(16.5%)을 믿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았다. 최근 소비활동의 중심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라인 유통채널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제품 신뢰도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2명 중 1명(48.2%)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믿을 수 있다고 바라봤으며,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믿을 수 있다고 소비자도 10명 중 4명 이상(42.8%)이었다. 주로 20대와 50대가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도 주목해볼 부분으로 보여진다. 다만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믿을 수 있다는 소비자 의견(15년 24.9%→20년 19.6%)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재래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향후 더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케 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 제품보다는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소비자 절반 이상(50.9%)이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중소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믿을 수 있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다. 특히 대기업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15년 38.9%→20년 50.9%)가 부쩍 높아진 변화가 눈에 띈다.

 

정보와 뉴스의 진위 여부를 끊임 없이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모습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응답자 크게 증가(15년 41.1%→20년 51.3%)

이렇듯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획득하는 다양한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의심’하는 소비자도 더욱 많아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령 전체 절반 가량(51.3%)이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렇게 언론 보도를 의심하는 태도(15년 41.1%→20년 51.3%)는 5년 전보다 더욱 강해진 것이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56.4%)가 뉴스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가지는 성향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뉴스의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15년 42.6%→20년 45.1%)이 많아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어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전문가라면 일단 믿어도 된다는 의견(26.4%)은 적은 편이었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어든 모습(15년 47.7%→20년 40.5%)으로, 예전보다 정부 신뢰도가 조금 높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정보에 대한 의심은 소비활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소 상품구매 시 해당 가격이 믿을만한 가격인지를 의심하는 소비자(15년 48%→20년 53.2%)가 더 많아진 것으로, 특히 20대~30대 청년세대(20대 58.8%, 30대 56.2%, 40대 48.6%, 50대 49.2%)가 상품 가격의 진위여부를 보다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평소 대화하는 도중에 상대방의 말이 사실인지를 의심하는 사람들(15년 24.8%→20년 32.1%)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