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디즈니 오너의 호통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디즈니 오너의 호통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3.0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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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gail Disney의 트윗
Abigail Disney의 트윗

"어떤 객관적인 관점에서 봐도 1,000배 넘게 차이가 나는 보수 비율은 미쳤다.“

미국의 어느 인사가 이런 트윗을 날렸다. 한국도 그런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 최고경영자들이 가져가는 소득과 직원들의 임금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1천 배라고 하면 직원이 5천만 원 연봉을 받는다고 할 때, 500억 원을 가지고 간다는 얘기니, 이런 게 일반화하면 미쳤다고 할 만하다. 위 트윗을 날린 사람이 오너 가문의 일원이라는 데, 반전이 있다.

2019년 4월 20일에 날린 저 트윗을 날린 사람은 디즈니를 창업한 월트 디즈니의 형인 로이 디즈니의 손녀이자 상속자인 애비게일 디즈니(Abigail Disney)였다. 로이 디즈니가 월트 디즈니 사후에 디즈니 회사의 얼굴로 TV 프로그램 ‘디즈니 월드’에서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월트 디즈니의 뒤를 이어 출연했으며, 최고경영자로 활동했다. 그러니까 애비게일은 오너 가문의 주요한 인사이다.

애비게일 디즈니가 저렇게 분통을 터뜨리게 된 원인을 제공한 디즈니 최고경영자였던 밥 아이거가 2018년에 받은 보수는 연봉과 성과급을 합해 6,560만 달러(약 760억 원)였다. 디즈니 직원 연봉 중간값의 1,400배가 넘었다. 애비게일 디즈니는 워싱턴포스트에 한 기고문에서 더욱 예리하게 소득 문제를 짚는다.

"2018년, 디즈니는 12만 5천 명의 직원에게 인당 1,000달러, 총 1억 2,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줬다. 이 1억 2,500만 달러는 자사주 매입에 36억 달러를 쓴 것과 비교하면 왜소하다. 주식의 85%를 이 나라 최고 부자들이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부의 불평등을 늘리기 위한 투자였다."

Abigail Disney의 워싱턴포스트 기고
Abigail Disney의 워싱턴포스트 기고

실제 트럼프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며 미국 기업들은 790억 달러의 현금 이득을 봤다.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연봉 인상분 및 보너스로는 71억 달러를 쓴 데 비하여, 9,94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 최고 부자들인 주주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대부분의 돈을 쓴 것이다.

애비게일의 일갈에 맞서, 디즈니 회사 쪽은 뉴욕타임스를 통하여 반박했다. 오너 가문의 주요한 일원과 기업이 대립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에 제시된 반론에서 디즈니 회사 측은 '디즈니랜드의 신입 직원 시간당 임금은 15달러로, 미국 연방정부 최저임금의 두 배'라며, 직원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꺼풀 들어가면 반전이 있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애너하임은 2018년 11월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려, 연방정부 최저임금의 두 배를 지급하도록 지방정부가 결정했다. 디즈니는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가 벌어지던 시기에 지역 기업들과 연합체를 구성해 최저임금 인상 반대 운동을 펼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미국 최고경영자와 보통 직장인 사이 보수 차이는 1978년 30배에서 지금은 300배 이상이 난다. 에비게일 디즈니는 이렇게 오너답지 않은 주장을 한다. '디즈니 임직원은 모두 20만 명이다. 경영자 보너스를 절반으로 깎으면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최하 10%에게 2,000달러씩 보너스를 지급하는 게 가능하다. 경영자들은 보너스가 절반으로 깎여도 삶의 질에 영향 받지 않는다. 밥 아이거는 최하 10%에게 2천 달러씩 주기 위해 4천만 달러를 내놓아도 2천5백만 달러를 가져갈 수 있다. 반전 아닌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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