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워싱턴과 북경의 선전전

[신인섭 칼럼]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워싱턴과 북경의 선전전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04.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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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영문 일간지는 China Daily이다. 1981년에 창간됐다. 이 신문에 지난 2월 20일 흥미로운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렸다.

만일 중국 시스템 특유의 제도적 장점이 없었더라면, 세계는 파멸적인 전염병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Were it not for the unique institutional advantages of the Chinese system, the world might be battling a devastating pandemic.

일제시대 중학교 때 배운 영문법 생각이 났다. 가정법이다. Were it not for...world might be...라고 했으니까.

3월 초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조립견(趙立堅. Zhao Lijian)은 신화통신 해설기사를 통해 “워싱턴의 악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정책”을 비난하면서 전염병의 진원이 미국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즉 작년 10월 우한에서 세계 군인체육대회가 개최되었을 때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이태리 밀라노에 도착한 중국 의료진과 3개국어로 된 플래카드 (출처 Nikkei Asian Review)
이태리 밀라노에 도착한 중국 의료진과 3개국어로 된 플래카드 (출처 Nikkei Asian Review)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원은 “우한 바이러스”라든가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에 방송된 연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돌발한 것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세계로 퍼졌다고 했다. 일본경제신문사가 발행하는 영문 잡지 Nikkei Business Review는 바이러스가 일단 고비를 넘자 중국이 세계 여러 나라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하는 것을 들어 “코로나바이러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국”이라 보도했다.

중국의 주장을 발표한 사람이 다름아닌 외교부 대변인이므로 그의 말은 중국 정부의 인증을 받은 말로 풀이되었다. 미 국무성은 주미 중국대사를 불렀다. 이렇게 되자 전염병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중국 외교부는 원인 규명이 과학자의 일이라고 일단 물러섰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3월 22일 최천개(崔天凱. Cui Tiankai) 주미 중국대사의 말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군 바이러스 연구소에셔 발생했다“는 주장은 ”미친 짓 (Crazy)“이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규명은 “과학자들이 할 일이지 외교관이 할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엇박자가 나타났다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미국 외교 관련 잡지의 두 기둥의 하나라는 Foreign Policy가 내린 결론이 재미있다. 외무부 대변인의 주장과 주미 대사의 말을 평가하자면, 대변인은 나쁜 경찰이 되었고 대사는 선한 경찰이 되었다. 다만 이 두 쪽이 하고 있는 일은 같은데, 중국 공산당의 기본 지침이라 할 목표 즉 지상 최대의 건강 재앙의 원인을 중국공산당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한 때 1,100만부를 발행하는 세계 최대의 신문이었다. 프라우다란 말의 뜻은 ”진실 (Truth)“이다. 소련을 비꼴 때 프라우다가 진실로 말하는 것은 날자  한 가지 뿐이라고 했다.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옛날의 프라우다와 지금의 중국 언론을 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

리원량 (출처 웨이보)
리원량 (출처 웨이보)

그러나 우한에서 질병이 생긴 것을 보고한 34세 안과 의사 이문량(李文亮. 리원량)은 작년 12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알린 죄로 우한 경찰의 훈계를 받았다. 그리고 3월 7일에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죽었다. 세계 보건기구인 WHO는 이 소식을 듣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문량에 관한 일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가 기자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였다. 결국 중국 당국도 잘못을 시인했다. 그에게는 둘째 애를 임신한 아내가 있다.

필자가 직접 찍은 CNN의 보도 한 장면
필자가 직접 찍은 CNN의 보도 한 장면

4월 5일 미국 CNN 보도를 보다가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약125만명, 사망 6만8천명, 그 중 미국 감염자 32만4천명, 사망 9천여명이다. 일주일 지나면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어디냐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설전, 외교전, 그리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선전전을 보면서 이원량이 마지막 남긴 말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대 마음에 계신다는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난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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