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미국의 아침에 일어난 반전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미국의 아침에 일어난 반전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4.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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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지난 2016년 대선 캠페인 때의 슬로건이다. 이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공식 석상에 자주 나타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초기에 ‘별것 아니다’라고 할 때는 그 모자를 쓰고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 그 슬로건을 보고 미국 정치 광고의 역사를 좀 아는 이들은 미국의 공화당원들이 아마도 20세기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을 로널드 레이건의 1984년 캠페인 슬로건을 떠올렸다.

“It’s Morning Again in America.(미국은 다시 아침입니다)
 

줄여서 ‘Morning in America(미국의 아침)”라고 불렸던 전체 캠페인 중 TV 광고의 카피로 미국인들에게 강하게 각인이 되었다. 특히 재선을 노리는 레이건의 처지에서 4년 전인 1980년의 “Are you better off than you were four years ago(4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졌습니까)?”의 카피와 연결해 미국이 과거의 허물들과 어두움을 떨치고 밝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을 맞이한다는 자신감을 미국인이 갖도록 하는 효과를 기도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재선되어야 한다는 설득 포인트를 깔고 있다. 캠페인과 슬로건 효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레이건은 압도적인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It’s Morning Again in America.”란 문장이 미국 가정에 2019년 2월 초에 크게 울려 퍼졌다. <The Handmaid’s Tale>이란 미국 TV 드라마가 시즌 3을 방영하기 전에 그해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했다. 전쟁, 오염, 질병으로 대다수 사람이 불임이 되고, 평범한 여자들이 시녀가 되고 원치 않는 아기를 낳게도 되는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평화롭게 여성들이 일하고 출산을 한다는 화면의 전후로 “It’s morning again”이란 남성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메이드 복장을 똑같이 차려입고 행진하는 여성들에 이어 주인공이 등장하며 강력하게 나레이션이 잇는다. “Wake up America. Morning’s over. (미국이여, 깨어나. 아침은 지나갔어)” 빅 브러더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사회에서 ‘Morning again’ 운운하는 현혹하는 소리에서 깨어나라는 외침이다. 아침의 느낌이 다르다. 정신 차려야 할 시간으로의 다른 아침이다.

‘Morning’이 들어간 아주 유명한 브랜드가 있다. 귀엽고 예쁜 문구류가 먼저일 가능성이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람들이 떠올릴 것은 ‘Morning After’일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을 뜻하는 이 제품은 사후 피임약이다. 은유와 직설이 함께 엮인 브랜딩이다. 어쨌든 대체로 여기에서의 아침은 처연하고 서글프다.

트럼프와 지난 대선에서 대결한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를 두고 공화당을 ‘Morning in America’에서 ‘Midnight in America’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사람들이 미래를 그리고 서로를 두려워하게 만들기를 원한다고 했다. 현재의 코로나19로 미래의 희망보다는 공포가 먼저 다가오고, 사람들 사이도 거리를 두면서 대략 그렇게 된 듯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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