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마케팅 모델: 4C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마케팅 모델: 4C

  • 김동후
  • 승인 2018.1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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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규정하는 몇 가지 용어 중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용되는 것이 Interactivity (상호작용성)이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상호 교류와 소통을 통해 더 친밀한 관계를 생성,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다수의 기업이나 브랜드는 소비자 중심적인 마케팅 플랜을 수립하고 마케팅 활동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마케팅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 혹은 브랜드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4P는 마케팅을 구성하는 요소로 가장 많이 알려진 개념이다. 제품 (Product), 가격 (Price), 유통 (Place), 홍보 (Promotion)를 지칭하는 이 개념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세히 말하자면, 제품(Product)은 기업이 시장에 제공하는 아이템 (재화와 서비스)으로 기업은 제품 속성(품질, 디자인, 특징 등)을 선정해 소비자 만족도를 증진하고자 노력한다. 가격(Price)은 소비자가 제품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으로, 이는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가를 고려해 기업이 스스로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정이 된다. 유통(Place)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업 활동으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 (유통 경로, 수송 시스템, 점포 위치 등)을 고려하여 최대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어 실행한다. 마지막으로 홍보(Promotion)는 제품의 장점 및 속성을 소비자에게 알려,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하는 활동을 지칭한다. 위에서 알 수 있듯, 4P는 기업의 입장에서 선정된 요소들이다. 어떤 제품을 개발하고, 어느 정도의 가격을 책정하고, 어떻게 유통시키며,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입장이 투영된다. 이러한 관점은 사실 대량 생산 체계의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헨리 포드는 총기 제작 공장에서 사용되던 컨베이어 조립 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자동차의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고, 대량 생산에서 기인된 저렴한 가격대의 자동차 T 모델은 그에게 큰 부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장을 점유하는 데 있어서,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란 믿음 역시 이 지점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 소비자의 역할을 등한시 한다는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이 주장은 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Robert F. Lauterborn은 4P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UNC Chapel Hill의 교수로 있었던 그는 필자와도 인연이 있다. Lauterborn 교수는 필자가 책임자로 있는 Visiting International Scholar Program에 종종 강연자로 와서 소비자 중심 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있다.

그는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그는 헨리 포드의 위대함은 그가 대량 생산 체계를 자동차 시장에 도입했다는 그 자체보다, 그가 일반 대중을 차량의 소비자로 봤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량 생산 이전의 차량은 수천 달러 (1900년 초반 시세)를 호가하는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타깃 소비자로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헨리 포드는 수많은 일반 대중을 차량 소비자로서 인식했고,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해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원가를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욕구 (Needs)를 이해하고,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헨리 포드의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Lauterborn 교수는 이러한 소비자 중심 관점에 기인하여 마케팅 활동은 4P가 아닌 4C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4C는 소비자 (Consumer), 비용 (Cost), 편의 (Convenience), 그리고 소통 (Communication)으로 이루어졌다. 제품(Product)이 기업에 의해 주도되어 제공되는 아이템에 중점을 두는 개념이라면, 소비자 (Consumer) 개념은 그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성에 중점을 두는 개념이다. 즉 제품 속성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욕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Lauterborn교수는 이러한 관점의 변환이 제품 수명 주기 (Product-life cycle) 모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제품 수명 주기는 제품이 마치 사람들처럼 일정 주기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모델인데, Lauterborn 교수는 이 모델이 소비자의 역할을 무시하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리딩 브랜드(leading brands)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속적 활동을 통해 시장에서의 그 생명력을 무리없이 연장하고 있기도 하다.

비용(Cost)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에 대한 비용을 뜻하는 것으로 원가와 이윤에 한정되어 있는 가격 (Price) 개념이 포함하지 못하는 소비자 기회 비용까지 포함하는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기존 마케팅이 가정하는 합리적 소비 측면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가격에 국한되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구매를 한다.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작은 사치나 소확행 등의 소비자 패턴은 가격 개념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용(Cost) 측면이 고려될 필요성이 있다.

편의(Convenience)는 지금과 같은 마케팅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지금의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그 기업이 제공하는 유통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얼마전 사업 포기를 선언한 Toy R Us (토이져러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소비자 구매는 소비자 본인들의 편의에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존을 필두로 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약진은 편의 (Convenience)의 중요성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소통(Communication)은 홍보(Promotion)와는 그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홍보가 제품을 알리는 목적이라면 소통은 소비자와 기업이 호의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물론 어떠한 제품이 아주 독특한 제품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홍보가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 될 때 아이폰은 그 제품 특징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제품간의 특징이 그렇게 크지 않는 시장 상황 하에서 기업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타 경쟁기업들과 차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은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고, 모든 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마케팅의 기본 구성 요소를 기업 중심적 (4P)으로 생각하면서 소비자 중심 마케팅을 실행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욕구, 그들의 편의성, 그들이 느끼는 가치 비용,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이 충족될 때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중심 마케팅은 구현될 수 있다.

김동후 (교수, UNC Chapel Hill, dan.dongf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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