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추억의 맥주 뢰벤브로이의 반전, 또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추억의 맥주 뢰벤브로이의 반전, 또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8.12.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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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벤브로이(Löwenbräu)는 독일 맥주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뮌헨을 대표하는 맥주 중의 하나이다.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옥토버페스트에서 공식 판매되는 6대 맥주 중의 하나이다. 2차 세계대전 후에 맥주 양조를 재개한 뢰벤브로이는 1948년에 스위스로 수출을 할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이어 당연한 수순으로 1950년대 말부터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당시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던 맥주 회사들의 광고나 포스터들은 브랜드 네임만 빼면 모두가 비슷비슷했다. 독일 남부 전통 의상을 입은 아저씨가 인중을 덮은 콧수염에 잔뜩 맥주 거품을 묻히며 맥주를 마시거나, 역시 전통 의상인데 마치 백설공주처럼 보이는 아가씨가 거품이 넘쳐흐르는 맥주잔을 건네고 있었다. 꼭 전통 의상을 입지 않아도 유럽을 연상시키는 신사풍의 모델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전통 문양이나 양조장으로 쓰인 성 등의 어쨌든 유럽을 연상케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광고들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맥주들이 판을 치는 형국에서 유럽, 주로 독일 맥주들이 별로 다르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 이미 미국 주류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유럽에서 건너 온 앤하우저부시의 버드와이저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죄수들이 지붕에서 마시던 ‘스트로스 보헤미안 비어(Stroth’s Bohemian Beer)’같은 맥주와 같은 부류로 묶여져 있었다. 맥주라면 그저 덥고 목 마를 때 마구 마셔대는 걸로 아는 무식한 미국인들에게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최고 전통의 맥주라는 사실을 어떻게 각인시킬 수 있을까.

‘경쟁의 장(場)’을 바꾸라는 말이 마케팅 서적에 보면 곧잘 나온다. 소니나 파나소닉에 치이던 삼성전자는 아날로그 가전에서 디지털로 주종을 바꾸며, 애플과 맞장을 뜨는 브랜드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에도 성능을 경쟁 요소로 가져왔다. 그래서 테슬라는 디른 전기자동차가 아닌 포르쉐 같은 고성능 자동차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뢰벤브로이는 광고로 유럽산까지 포함하여 다른 맥주들과 다른 위상을 차지하는 반전을 이뤘다.

“뢰벤브로이 맥주가 떨어지면, 샴페인을 주문하십시오.”

시원함과 경쾌함이란 제품 자체의 물리적 속성에 유럽풍의 감성적 품격을 한 줄의 카피에 녹여 넣었다. 1959년에 처음 이 광고가 잡지에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늦게는 1967년에 까지 집행된 것을 보았다. 인쇄광고로 카피까지 바꾸지 않고 8년 이상을 가지고 갈 정도로 힘이 있고, 효과를 봤던 것이다. 맥주를 샴페인과 연결시키는 반전의 승리였다. 그런데 왜 지금 뢰벤브로이를 미국에서 거의 볼 수 없을까. 또 한 번의 반전이 있다.

미국의 대형 맥주 회사인 밀러가 1975년에 뢰벤브로이의 미국 판매권을 획득했다. 밀러는 라이벌인 앤하우저부시가 프리미엄으로 내놓은 미켈롭(Michelob)에 뢰벤브로이로 맞서기로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뢰벤브로이 상표를 단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절대 금물인 인공재료를 쓰는 미국식 맥주 양조법을 적용했다. 샴페인과 비견되던 뢰벤브로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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