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긍정적인 네거티브(Negative) 광고 전략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긍정적인 네거티브(Negative) 광고 전략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4.2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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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금세기 들어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총선이 끝났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얘기를 해보려 한다. 정치광고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거의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 된다. 선거 후면 항상 ‘네거티브가 두드러졌다’, ‘막말로 점철되었다’라는 식의 헤드라인이 뜬다. 그리고 강하게 네거티브 전략에 의지한 쪽이 패자가 되면서 역시나 네거티브 전략의 한계와 같은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네거티브 전략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네거티브 전략은 비상(砒霜)처럼 보통 사람을 죽이지만, 말 그대로 비상(非常)하게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반전의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보통은 네거티브 전략 자체보다는 실행을 하는 방법 등에서 문제가 나온다. 네거티브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첫째, 네거티브 전략의 핵심은 타이밍(Timing)이다. 최고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그 효과를 최대로 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양으로, 얼마만한 간격을 두고 노출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처한 위치나 여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네거티브 광고의 빈도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미국 정치광고 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며, 네거티브 정치 광고를 얘기할 때마다 거의 항상 거론되는 '데이지 걸(Daisy Girl)'은 단 한 차례만 방영이 되었다. 데이지 꽃잎을 따는 소녀와 거기에 겹쳐지는 핵무기 발사의 카운트다운과 폭발의 충격적인 영상으로 비록 타의에 의해 재방영이 금지되었다지만, 그 한 번으로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몇 차례 더 방영이 되었다면 그 충격의 강도는 훨씬 약해졌을 것이다. 충격만큼이나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들의 적수에게 반격할 수 있는 논리와 소재를 제공하였을 지도 모른다.

둘째, 간접화법을 쓰는 것이 좋다. 네거티브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깎아내리고자 하는 상대방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도 꽤 그런 경우가 보였는데, 소위 '자학(自虐)모드'가 효과적이다.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상으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한 방향으로 명확해야만 한다. 곧 상대의 약점을 꼬집어 나의 장점이 강하게 부각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흠집을 내기 위한, 공격을 위한 공격은 의미가 없다.

출처 azquotes
출처 azquotes

90년대 최고의 정치선거 슬로건으로 일컬어지는 빌 클린턴의 "문제는 경제라고,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걸프전 승리의 후광으로 80%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던 아버지 부시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절대 약세에 있던 클린턴 진영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아버지 부시 역시 경제를 물고 들어갔다. 클린턴이 아칸소(Arkansas) 주지사를 하면서 주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또 하나의 네거티브로 반격을 했다. 그러나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이후였고, 자신의 강점이 전혀 발휘될 수 없는 전장으로 들어가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위에서 비상(砒霜) 이야기를 하였는데, 우리 세상의 사물과 사건은 한 마디로 재단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식의 열린 사고를 다른 곳에도 적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광고가 실패했을 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전략이 잘못된 것인지, 실행에서 실수가 없었는지, 보다 근본적으로 간다면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잔치 같지 않았던 총선 잔치가 끝났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네거티브 정치광고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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