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마케팅 인 유럽] 가상 인플루언서 : 3D 아바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디지털마케팅 인 유럽] 가상 인플루언서 : 3D 아바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 Ara Jo 기자
  • 승인 2020.04.2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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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4월 1일 인스타그램에 첫 게시물 업데이트, "'첫 #민증사진 #낭랑 18세". 피드 속에는 인형처럼 생긴 18살 소녀의 사진이 있다. 며칠 후 그녀는 엄마, 아빠가 선물해 준 옷을 입고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ootd #오늘뭐입지 #조금춥다'와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 했다. 4월 15일에는 인생 첫 투표 인증샷도 올렸다. 해당 계정의 주인공은 한국의 평범한 10대 한유아(@_hanyua)다. 유아씨가 다른 10대와 다른 점은, 그녀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VR게임 '포커스 온 유 (Focus On You)'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4월 1일부터 4월 28일까지 853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출처: 한유아 인스타그램 (@_hanyua)
출처: 한유아 인스타그램 (@_hanyua)

물론 8백여명의 팔로워수를 가진 그녀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가상의 인물이 자신의 SNS 계정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로 인정받은 해외의 사례들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가상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일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가상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이들은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닐며 실재하는 인플루언서들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 생성 이미지 (CGI, Computer-Generated Image)인 이들은 높은 화제성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서 점점 더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이들은 실존인물들을 본 떠 3D 엔진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성된다. 일단 3D 모델이 한 번 생성되면, 디자이너는 이를 이용하여 현실적인 사진들이나 심지어는 3D 모델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소개하는 짤막한 비디오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모델만 디지털로 구현을 해내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배경은 합성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모델뿐만 아니라 옷과 배경까지 디지털로 구현한 경우도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는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KFC가 있다. KFC는 기술의 도움으로 40년 전에 죽은 창업자, 커넬 샌더스 (Colonel Harland Sanders)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미국의 광고 에이전시 비덴 엔 케네디 (Wieden and Kennedy)와의 협업을 통해 KFC는 우리가 알고 있는 푸근하게 배가 나온 은발의 할아버지가 아닌 젊고 매력있고 '힙한‘ CEO 샌더스를 만들어냈다. 해당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KFC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CEO 샌더스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처럼, 그의 럭셔리한 일상과 셀카로 채워졌다.

출처: KFC 공식 인스타그램 (@kfc)
출처: KFC 공식 인스타그램 (@kfc)

또 한 명의 가상 유명인사는, 현재 20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릴 미켈라 (Lil Miquela)이다. 유명세를 통해 그녀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삼성 갤럭시 z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인 팀갤럭시 (TeamGalaxy)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패션 컬렉션을 런칭한 패션 디자이너이자 2017년부터 꾸준히 싱글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연기도 한다. 릴은 3년 반전에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에이전시 브루드 (Brud)에서 탄생시킨 가상의 모델이다. 그녀의 진위성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에이전시 브루드는 이렇게 답한다. "릴은 리한나만큼 진짜 (as real as Rihanna)이다."

마케팅 업계에서 가상 인플루언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잡지 <t3n>에서 프랑크(Frank Puscher)는 가상 인플루언서인 슈두(Shudu)의 작가 카메론 (Cameron James Wilson)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상 인플루언서와의 작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시간적, 공간적 유동성이라고 말한다. "가상 모델들과는 좋은 배경을 위해 카나리아 제도로 비행기를 타고 갈 필요도 없으며, 혹은 촬영 자체가 필요 없다. 모든 사진과 영상은 컴퓨터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달 위에서의 촬영도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장소도 가능하다." 이에 더하여서 가상 모델들은 관리하기가 더 쉽다. 즉, "디지털 모델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신뢰할 수 있으며 애를 먹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제임스와 그의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 출처: 슈두 인스타그램 (@shudu.gram)
제임스와 그의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 출처: 슈두 인스타그램 (@shudu.gram)

그러나 가상 인플루언서와의 작업이 무조건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은 아니다. 카메론은 하나의 디지털 작업물을 만드는 것이 실재하는 모델과 사진 촬영을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시간이 든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론은 왜 가상 인플루언서들과의 작업을 지속하는 것일까? 프랑크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론은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그가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일했을 때 느꼈던 자율성의 상실과 연결시킨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광고주가 전적으로 사진 작가인 저를 신뢰 했어야 합니다. 오늘날 저는 그저 카메라 셔터만을 누르는 사람일 뿐이고 항상 누군가 제 뒤에 서서 지시를 내리죠.“ 광고주의 입김에 휘둘린 결과물을 내놓던 과거에서 이제 카메론은 모델들의 마지막 모공 하나까지도 창조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유동성과 자율성은 실재하는 모델과의 작업과 3D모델과의 작업을 구분 시켜주는 요소일뿐이다. 컴퓨터로 생성된 3D 모델이 몇 백만의 팔로우를 가진 가상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오늘날의 '인플루언서‘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전 2010년대 초반의 트위터나 유튜브 스타를 표현하기 위해 '마이크로 셀러브리티 (Micro-Celebrity)'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마이크로 셀럽들은 전국민적 혹은 전세계적 유명세를 가진 기존의 셀러브리티들과 다르게 자신들만의 틈새 시장(Niche Market)을 갖고 이에 호응하는 소수의 팬들을 가진 마이크로 스타였다. 이들은 트위터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서적 교감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다수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마케팅 업계는 해당 영향력을 이용하여 오늘날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 불리는, 마이크로 셀럽을 이용한 브랜드 및 상품에 대한 홍보와 지지 마케팅 (Endorsement Marketing)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출처: 리암 니쿠로 인스타그램 (@liam_nikuro)
출처: 리암 니쿠로 인스타그램 (@liam_nikuro)

결국 3D모델들이 가상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의 팔로워들과 '정서적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핵심일 것이다. 프랑크의 표현에 따르면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authenticity)‘이 의문시 된다. 지금까지 소개된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그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실재 인플루언서들과 다를 바 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온라인 상의 인간관계를 이어가며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다.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리암 니쿠로(liam Nikuro)는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릴의 친구인 버뮤다(Bermuda)는 릴과 싸우기도 하며 논란을 일으키기 좋아한다. 특히 릴은 가상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팔로워들과 소통한다. 매일 새로운 업데이트와 댓글을 통한 소통은 물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직접 찍은 영상을 업로드하고 실제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그리고 프랑크는 다시 한 번 묻는다.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그들이 실제로 갖지 않은 인간성을 주장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까? 이는 또 하나의 기만이거나 사기는 아닐까?" 이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그는 노르웨이의 경제철학자이자 디지털 선구자인 안더스 인드셋(Anders Indset)의 의견을 제시한다; "우리는 '진짜임(Authenticity)'을 새로이 정의해야 합니다. 인공물이 제가 감지할 수 있는 감정을 내보인다면, 이는 실제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것과 동일하게 실제적인 것입니다." 결국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전달되는 그들의 감정과 이에 따른 영향력은 실재라고 봐야한다는 주장이 아닐까?

※ 해당 기사는 독일 <t3n> 59호에 개재된 프랑크 푸셔 (Frank Puscher)의 글 "속을 정도로 진짜같은 (Täuschend Echt)“를 기반으로 수정 및 개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Ara Jo WeQ 매니저 / 매드타임스 독일통신원 ara.jo@we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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