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업 마케터들은 왜 '이름없는스터디'를 사랑할까?

[인터뷰] 현업 마케터들은 왜 '이름없는스터디'를 사랑할까?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0.06.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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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멤버 모집 경쟁률이 30:1이 넘고, 모임 공지 글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광속으로 댓글이 달리는 모임이 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고 참여는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비밀스러운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이름은 '이름없는스터디'. 아마도 현재 광고 마케팅업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터디 모임 중에 가장 핫한 모임이 바로 이름없는스터디, '이없스'가 아닐까 싶다.

클라이언트, 에이전시, 미디어, 스타트업 등 현직에 있는 다양한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들이 토요일 아침을 희생하며 모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름없는스터디의 파운더이자 온라인 커머스업체의 마케터인 조종완님을 만났다.

조종완 이름없는스터디 파운더

 

이름없는스터디가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만드시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모임을 만드실 생각을 하셨나요?

이름없는스터디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의 비공개 커뮤니티입니다. 커뮤니티의 목적은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는 건데요. 2016년 당시, 이러한 모임이나 강의, 컨퍼런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술만먹다 끝나고, 강의같은데서 뭐 들어봤자 책상머리 오면 떠오르는 것도 없고..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괜찮은 사람, 비공개 발제, 모두의 토론이 있는 스터디를 만들어보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함께 더불어 말하고 거기서 스스로 느끼는 것의 가치는 매우 큰데요. 실제로 꽤 좋았습니다. 그래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름없는스터디”라고 하셨나요?

10여회의 스터디를 진행하는 동안 아무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를 때마다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이름 공모를 했는데 마땅한게 없었어요. 별 생각없이 ‘이름없는’으로 붙였습니다. 이없스는 특정한 지향점이 없습니다. 과정 자체가 목표이고 거기서 가능한 많은 멤버들이 가장 높은 만족감을 갖기를 기대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름없는스터디라는 이름 자체가 이 커뮤니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드실 때, 멤버는 어떻게 모집하셨나요? 이없스가 같이 하는 멤버의 상이 있나요?

추석 연휴에 개인 SNS에 ‘이런거 해볼까?’했는데 60여명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0여분과 함께 처음 시작했습니다. 비공개 스터디 특성상, 새로운 피가 들어오고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멤버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가입 기준이나 탈퇴 등의 공정성을 점점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현재 200여명 정도까지 늘릴 수 있도록 스터디 자체가 발전했는데요. 기본 모토인 참여하고 토론하는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한정 멤버를 늘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엄격한 멤버 관리 때문에 현재 140명 수준에서 유지가 되는 형편입니다. 모집은 비정기적으로 기존 멤버가 탈퇴되면 추가하는데요. 여러가지 공개할 수 없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하신 분을 보지 않습니다. 다양성을 줄 수 있고,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며,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얼마 전 2020년 신규 멤버 모집을 진행했는데, 조기 마감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습니다.

 

이없스는 행동강령이 유명한데요. 행동강령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행동 강령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름없는스터디 입니다.

1. #이없스 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의 비공개 모임입니다.

2. 모임의 목표는 과정에 있으며, 그 과정은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재밌어야 합니다.

3. 모임의 기본은 오프라인 스터디이며, 격주 토요일 3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4. 모든 멤버는 최소 1회 발제하고 한번 이상 발언하며, 상황이 허락하는 한 참여합니다.

5. 나이나 경험을 존중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권리나 의무도 없습니다. 서로 예의를 지켜주세요 :)

1에서 말씀드린 3가지 기본 콘셉트에서 발전시켜 만들었습니다.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다보니 맨날 하는 일이 그런거라, 그냥 앉아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우리 스터디의 지향점을 잘 담고 있어서.. 5년째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떤 조직이던 행동양식이나 방향성을 규정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멤버는 여기에 동의해야 가입이 가능하고, 모든 활동이 여기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지 항상 점검합니다.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모임을 갖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 토요일 10시에 모이기로 정하셨나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는 매우 바쁘고 가변적인 스케쥴을 갖고 있습니다. 주말 출근, 밤샘 작업도 많고요. 저부터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가만히 보니까 토요일 오전은 안건드리더라구요. 금요일 밤을 새도 토요일 오전은 좀 쉬고 오후즈음부터 보자. 그런식. 그래서 토요일 오전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주기 싫은 온전한 자신의 시간인 셈입니다. 그 시간에 3시간 짜리 스터디를 하려면 9시는 너무하고 10시가 가장 적당했습니다. 바꿔 말해, 토요일 오전 10시 스터디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 반복적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스터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이해해도 크게 문제없겠죠. 그리고 그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없스는 만족도가 높은 커뮤니티, 스터디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매회 스터디마다 설문조사를 하는데, 95% 정도가 만족하고 그중 50% 이상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합니다. 또 평균 90% 정도가 스터디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거나 업무에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합니다. 마케터들은 이런 이벤트, 커뮤니티를 늘 만드는 입장인, 관여도가 매우 높은 상당히 까다롭고 신경쓸게 많은 집단인데요. 이정도 결과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담감도 많지만, 질을 높이기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진행, 스터디 외에 다양한 활동까지.

더불어 이없스는 기본적으로 파운더와 운영진의 노력 봉사와 멤버들의 모두의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운영진이 이렇게 고생해서 내돈 써가면서 하니까, 멤버들은 참여할 수 밖에 없구요. 그렇게 되면 소속감이 상승하고 어떤 맥락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나오게 되고 안나오면 멤버 정리가 되죠. 그러니까 순도높은 멤버를 계속 관리해주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이유일 듯 합니다.

 

이없스의 모임 주제와 발제자는 어떻게 정하고 있나요?

그때그때 트렌드나 관심사, 중요도에 따라 주제와 콘셉트를 잡고 이것을 이야기해줄만한 멤버를 발제자로 세웁니다. 기획하고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마케터들이 원래 그런 존재라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없스가 다른 것은 어떤 선지자의 노하우의 장이 아니라는 점이겠습니다. 강의가 아니고 10분짜리 발제이고요. 핵심은 여기서 이어지는 멤버들의 상호토론에 있습니다. 나이나 직급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고 거기에 긴장감은 신기할 정도로 낮습니다. 그러니까 발제자 중심이 아니라 토론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낼까를 함께 고민하는 점이 다를 듯 한데요. 그 중 한 가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기를 말하도로 기획한다는 거고요. 이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힙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없스 모임

 

코로나19에도 모임을 멈추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어떻게 다른가요? 준비하는 과정이나 진행과정이 꽤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멤버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아시다시피, 우리가 코로나를 어떻게 극복된다 해도 그 어렵다는 소비자의 인식은 이미 바뀌어있습니다. 여기에 적응하고 new normal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거리두기와 언택트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여기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데요. 온라인 스터디가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가지를 테스하고 있는데요. 온/오프를 병합해서 해보기도 하고, 온라인만 해보기도 하고, 비제이 형태도 해보고. 기획하는 입장에서 재미있죠. 시간, 공간의 개념을 무시하면 아이디어의 한계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세계의 마케터 특집을 해서 미국, 싱가포르, 일본에 계신 이없스 멤버가 화상으로 발제하고 60여명의 멤버가 화상으로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하니까 더 까다롭고 힘들기는 합니다. 다만, 멤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문제인데, 온라인으로 소통하면, 더 많은 이야기가 부담없이 나올 수 있구요. 전달하는 정보의 한계는 있겠지만, 그 깊이와 집중도는 반대로 더 높아집니다. 다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문제입니다.

 

5년 전의 이없스와 지금의 이없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기본 모토와 그에 따른 5가지의 행동강령은 동일합니다. 그동안 약 200여회 스터디와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용캐도 처음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목도가 달라졌고요, 한번 멤버 모집하면 정말 잘나가는 현업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들이 300여명 가량 지원할 정도이니까.. 그에 따른 부담은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고 높은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도 틀을 달리해 계속되구요. 지금까지 약 600여명 정도가 이없스를 거쳐갔는데요.. 계속 이런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유지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이없스가 어떤 모임으로 발전하기 원하시나요? 5년 후의 이없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5년은 너무 먼 얘기같습니다. 처음 만들 때의 문제 의식은 괘찮았는데, 이없스와 비슷한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많아진 지금도 그게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말하는 것, 주목받는 거 좋아하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사이드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활성화된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주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함은 모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꾸준함이야말로 진짜 강한 자인거 같아요. 그냥 꾸준히 해야죠. 이없스는 혼자 만들어나가는게 아니니까, 누군가가 인기를 얻으려고 만들어진게 아니니까, 그 꾸준함은 좀 더 믿을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름없는스터디 브런치 : https://brunch.co.kr/@noname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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