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프레이밍과 반전 효과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프레이밍과 반전 효과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7.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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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어떤 것부터 듣고 싶니?”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유미의 세포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몇 번은 봤음 직한 대사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대사를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꽤 많다. 즐겨 보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서도 아예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란 제목의 작품이 게재된 날도 있었다. 당시 유미의 애인이던 바비가 팀장이 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야 한다는 나쁜 소식을 이어 말한다. 나 자신도 대놓고 어느 것부터 듣겠냐고 물어보며 어려운 얘기를 전했던 기억이 있다.

십 년도 더 이전, 당시 다니던 회사의 내가 맡고 있던 팀에서 신입사원들을 일괄적으로 받아서 실무 교육을 했다. 그런데 교육받던 신입사원 한 명을 한 팀에서 급히 보내 달라고 요청하여 교육 과정이 끝나기 전에 배치하게 되었다. 그 친구를 불러서 이렇게 대화를 이끌어 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무엇부터 들을래?"

갑자기 불러서 당황한 친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은 소식부터 듣고 싶습니다."

살짝 안심되어 조금 풀어지며 말했다.

"너를 간절히 원하는 팀이 있어."

역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 친구가 답했습니다.

"아, 좋네요.“

AE를 원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다 될 수는 없었는데, 그 직종으로 갈 수 있다는 데서 그 친구가 먼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약간 멈춘 후에 이어갔다.

"그런데 그 팀이 00 광고주 담당팀이야."

악성 광고주로 악명을 떨치는 광고주였다. 어색한 웃음을 계속 지으려 그 친구는 애를 썼지만, 웃음기가 급속히 사라지는 게 보였다. 거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 팀에서 급하다니, 당장 내일 옮겨야겠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느 것을 먼저 전해야 할까 하는 문제에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행동경제학이란 학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계적인 심리학자로 출발해 경영학자가 된 대니얼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좋은 쪽으로 framing, 곧 틀이 만들어지고, 듣는 상대방이 말하는 이가 자신을 배려해 준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듣는 나쁜 소식이 좋은 감정을 덮어버리니까 차라리 처음에 나쁜 소식을 듣고 그를 위로해 주는 말을 나중에 듣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앤젤라 레그(Angela Legg)라는 이가 미국의 리버사이드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에 다닐 때 이 문제를 주제로 조사를 했다. 결과를 보니 소식을 듣는 쪽은 75% 이상이 나쁜 소식을 먼저 듣기 원한 반면에 소식을 전하는 쪽은 65%에서 70% 사이의 비율로 좋은 소식을 우선 전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샌드위치처럼 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좋은 소식을 앞뒤로 전하며 나쁜 소식을 사이에 넣어서 말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갔어요. 그런데 혈당은 높아졌네요. 그래도 혈당이 정상이 되었어요"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주요하게 전할 소식은 나쁜 것인데, 본지를 흐리게 되는 위험이 있다.

’프레이밍 framing’은 원하는 틀이나 주제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유도하는 걸 뜻한다. 자기의 방향과 태도가 확실해야만 프레이밍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상대방이 내 말을 확실히 알아듣기도 한다. 대학 때 공부를 한다고 <타임> 잡지를 몇 년 동안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제대로 해석이 되기 시작한 건, ‘<타임>은 보수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우선한다’는 간단한 말을 어느 분에게 들은 직후부터였다. 확실한 방향과 아이덴터티를 가지고, 상대가 그것을 알게 된다면 내 말의 전달력과 설득력이 훨씬 높아진다.

”코로나19로 위기라고도 하고, 기회라고도 하는데,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해?“ 컨설팅 사의 경합 프레젠테이션을 쭉 들은 친구 하나가 이렇게 물었다. 대부분 위기라고 크게 떠든 후에, 그중에서도 기회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게 보통의 방식이다. 약간의 반전 기법을 쓴 것이다. ”위기인지 기회인지 헷갈리게 말한 친구들은 뽑지 말라“라고만 했다. 커뮤니케이션상 반전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반전도 원래의 주장을 강하게, 프레이밍을 더욱 굳게 만드는 거로 귀결되어야 한다. 방향이 확실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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