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에미상에 간 두 남자

[Interview] 에미상에 간 두 남자

  • Kate 기자
  • 승인 2018.12.17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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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칠십이초 TV"
에미상 숏폼(Short Form)부문 공식 노미네이트되다!
[72초TV] 성지환대표&서권석이사, 레드카펫에 서다

 

2018년 에미상 후보에 오른 작품을 만든 기업 "칠십이초 TV"가 궁금해졌다.

칠십이초 TV는 “We create Fun”을 모토로 지난 2015년 2월에 설립되었다. 초압축 드라마 72초(당시 만들었던 영상의 제목이자 회사이름, 72초TV)를 시작으로 ‘오구실’, “두 여자” “바나나 액추얼리"등의 작품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네이버, CJ E&M등도 72초TV와의 협업을 할 정도로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그 입지가 커지고 있다.

4년된 스타트업이 빠른 시간에 이렇게 성장하고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11월 뉴욕에서 열렸던 에미상 시상식에 직접 참가했던 성지환 대표와 마케팅 디렉터인 서권석 이사를 직접 만났다.

에미상 후보 노미네이트 소식을 들은 후 첫 소감은?

서권석 이사(이후 서권석) :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몇몇 어워드에 출품을 했다.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에미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체에 기뻤고 놀랍고 신기했다. 우리가 알던 "그 에미상이 맞나요?" 하고 질문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성지환 대표(이후 성지환) : 에미상은 원래 TV나 영화 쪽에서 상이지 웹 영상은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좀 놀랐다. 하지만 무덤덤했다.

수상가능성은 어느 정도 생각하셨는지?

서권석 : 숏폼(Short Form)시장을 공부하면서 글로벌 시장 자료들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 작품처럼 재미있는 것들을 못 본거 같다. 그래서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레거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빛나게 하는 현장이 바로 "에미 어워드"인데 그 시상식에 갔었고 그 현장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더 컸다. 숏폼으로 시작한 회사가 마켓의 중심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느꼈던 감정선 중에 가장 큰 폭의 흥분, 기쁨,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다

두분 모두 시상식에 갔다오셨다고 들었다. 뉴욕의 시상식 현장은 어땠나?

성지환 : 우리가 참석했던 첫번째 행사가 메달 세리머니(Medal Ceremony)였다. 노미니 서티피케이션(Nominee Certification:후보 증명서)과 메달을 받았다. "대단한 곳에 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인 행사로 모든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에미상은 11개 부문 모든 공식 후보자들에게 메달 수여식을 한다. 바로 직후 부문별 패널토크에 참가해야 했다. 첫날 첫 패널토크가 바로 우리가 참가한 숏폼(Short Form)의 패널토크여서 더욱 긴장했다.

마지막은 행사는 시상식이었다. 턱시도 차림으로 행사장에 가는데 레드카펫이 보였다. 리무진을 타고 오는 후보들도 있었고 화려한 현장을 보면서 멍해졌다.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 사진이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었는데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그대로 올라갔다.

서권석 : 시상식에 간 날은 메달 세리머니보다 더 긴장되었다. 수상작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더해갔고 방송시장에서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숏폼 콘텐츠 제작사의 작품이 에미상을 수상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흥분이 커져갔다. 결국 칠레가 수상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의 흥분은 잊을 수 없다.

성지환 : 칠레 아니면 우리가 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있었다. 아쉽지만 축하의 박수를 보냈고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숏폼(Short Form)부문 수상작은?

서권석 : 정치와 관련된 다소 교훈적인 콘텐츠를 만든 칠레가 수상하게 되었다. 칠레는 수 십명의 관련자들이 시상식장에 함께 온 상황이었다. 수상작이 발표되자 칠레 팀을 축하해주는 동료들이 많았다다. 막상 숏폼 카테고리의 시상식이 끝나자 갑자기 허전함이 몰려왔다. 다른 팀들, 특히 같은 부문의 후보였던 캐나다 팀들이 가장 허탈해하는 거 같았다. 우리도 캐나다 팀 못지 않게 허탈했지만 애써 아쉬움을 감추었다.

에미상도 2017년부터 숏폼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2년차 숏폼 카테고리는 가장 트렌디하고 뜨겁다. 글로벌 시장에서 숏폼(Short Form)이란 용어는 언제 시작되었나? 

성지환 : 사실 숏폼을 만들기 위해 일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냥 재밌고 짧은 컨텐츠를 만들려고 시작했기 때문에 디지털을 플랫폼으로 선택했다. 작년부터 해외마켓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2017년 4월, 칸느에 갔을 때 숏폼이라는 용어를 쓰는 걸 봤다. 하지만 “근데 이런 걸로 뭐하지?” 하는 태도였고 이게 콘텐츠인지 광고인지 애매해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광고와 콘텐츠가 융합되면서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얼마 전 참여했던 ATF (Asia TV Forum)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보니 광고회사가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이건 돈 안되겠네." 였지만 이제 "재미있네"로 바뀌고 있다. 최근엔 제프리 카젠버그도 투자를 받아 숏폼 프로그램만 방영하는 NewTV* 채널을 만든다고 들었다. (New TV*는 18세부터 34세까지 타겟으로 10분 쇼 프로그램, 5분  토크쇼, 등으로 구성된다.) 

콘텐츠 제작자 중 Global Guru(글로벌 구루)인 제프리 카첸버그가 숏폼(Short Form)카테고리에도 진출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모바일이 플랫폼이 되면서 동영상 시장도 앞으로 숏폼이 강세가 될 거 같은데...해외 숏폼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을 비교한다면?

서권석 : 카카오 콘텐츠 사업본부 재직시절 유튜브를 통해 프로토 타입을 접한 72초TV의 콘텐츠는 정말 새롭고 놀라웠다. 이후 운명처럼 콘텐츠 제작사인 72초TV로 옮기게 되었고 지난 3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숏폼(Short Form) 영상은 제작사 뿐만 아니라 브랜드, 방송사, 광고회사 등에서 모두 진출 투자와 제작을 하고 있다. 그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성지환 : 하지만 한국에서는 프로덕션, 제작사들이 먼저 시작했고 방송사들이 조금 더 늦게 디지털쪽으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해외 콘텐트들에 비해 자금력이나 홍보 등에서 불리한 상황이 종종 있다.

한국의 숏폼 시장은 "72초TV"가 리드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는가?

성지환 :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그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초반에는 매번 만들 때마다 인터넷에서 폭발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하기도 한다. 업앤다운이 있다. 브랜드나 기업에게서 오는 제안이 많아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기도 한다. 요즘엔 다른 제작사와 일을 해보다가 다시 저희 쪽으로 오는 브랜드도 있다. 우리가 리드한다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안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에 늘 앞서 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권석 : 광고업계에서는 72초 TV가 좀 까다롭다는 소문이 있는데(웃음) 실제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집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결국 브랜드와 플랫폼 그리고 콘텐츠를 위한 최상의 결과를 위한 노력과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성지환 : 같이 일할 때 우리는 파트너(광고주)에게 진짜로 원하는 본질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진짜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 

수상작인 "신슬사”는 어떤 작품인가? 

성지환 : "신지수"라는 실제 감독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신슬사는 "신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의 줄임말로 신지수라는 실제인물을 그려낸다. 영상을 제작하는 감독의 데스크탑 컴퓨터가 메인 화면이고 스토리는 화면 속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SNS, 영상통화, 그리고 모바일로 찍은 영상들이다. 올해 여름에 개봉한 영화 "서치"에서 같은 기법으로 표현했다. "신슬사"는 2017년 5월에 만들어져서 우리가 먼저다. 영상연출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도출된 기법이다. 각 편마다 에피소드가 있어서 드라마타이즈된 시리즈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신슬사"가 노미네이트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서권석 : 무엇보다 새롭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숏폼 카테고리에 잘 맞는 일상의 스토리텔링과 데스크 탑에서의 재밌는 모션이다. 재미요소는 글로벌하게 통하는 거 같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패널 토크에서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신선하게 생각했던 점은 바로 마케팅적인 측면이다. 신슬사의 에필로그는 CJ오쇼핑과 연결되어 T-커머스로 최초 활용된 모델이었다. 즉 홈쇼핑 콘텐츠와의 협업 모델도 신선하고 비즈니스적인 접근이었다고 평가 받았다.

앞으로 해외 진출 계획은?

성지환 : 지난해부터 해외진출과 판로를 찾은 결과, 숏폼이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고 유통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플랫폼, 숏폼 콘텐츠 제작은 물론 유통망을 만들었고 지금은 포맷 판매도 시도 중이다. CJ E&M과 판매대행 및 공동제작도 논의 중이다. 그동안 TV에서만 하던 포맷 판매가 광고 쪽으로도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세계적으로 숏폼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시장에서 느끼고 부딪히면서 여러가지를 시도 중이고 내년에도 시도는 계속 될 것이다.

서권석 : 해외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그 큰 그림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앞으로 기대해달라

좋은 감독, 좋은 배우는 중요한 자산이다. 관리나 인재개발 계획은?

성지환 : 어려운 질문이다. 배우의 경우는 자회사를 만들어 육성 중이다. 배우 양성소로 불려질 정도로 72초TV 콘텐츠를 통해 많은 배우들이 인지도를 쌓아왔다. 감독들은 즐겁게 자극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사실 어려운 일이다.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앞으로의 비전 혹은 가장 목표로 하는 부분?

성지환 : 숏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뭘까" 늘 고민하고 있다. 단발성 콘텐츠가 아니라 연속성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즉 같은 취향이나 목표를 가진 집단, 예를 들어 브랜드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서권석 : 글로벌 시장에서 포맷 판매, 콘텐츠 기획 관련해서 성공사례가 나오고 또 세상에 보여지기를 바란다. 숏폼(Short Form)시장의 가능성을 알릴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할 거 같다. 그리고 72초 TV가 그 판의 중심에 서 있겠다.

[인터뷰 후기]

72초TV가 더 기대되는 것은 잠들지 않는 "새로움에 대한 열정"이다. 신선한 사고방식와 실험정신, 젊은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그들을 크리에이티브하게 이끌어내는 성지환 대표의 리더쉽, 이 모두가 바로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앞으로 72초TV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글로벌 숏폼(Short Form)시장에 새로운 레거시를 만들내기를 기대해 본다.

[시간내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성지환대표님, 서권석 이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72초TV, 에미상 공식 노미네이트 메달 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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