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진정한 용기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진정한 용기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7.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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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Jackie Robinson Story' 에서의 브랜치 리키와 재키 로빈슨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The Jackie Robinson Story' 에서의 브랜치 리키와 재키 로빈슨 (출처 위키피디아)

'Have the guts not to fight back!'

‘맞서 싸우지 않을 용기를 가져라!’

메이저리그의 흑백 장벽을 깨뜨리기 위해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을 선발했던 브루클린 다저스(현재 LA다저스)의 단장이었던 브랜치 리키(Branch Rickey)가 재키 로빈슨에게 다짐을 받았던 말이다. 당시 브랜치 리키가 했던 말은 이러하다. 한 문장 한 문장 아래에 차근차근 풀어보겠다.

"For a great many years, I have been looking for a great colored ballplayer. I have reason to believe you're that man. But what I'm looking for is more than a great player. I'm looking for a man that will take insults, take abuse-and have the guts not to fight back! It some guys slides into second base and calls you a black son of a bitch, you're coming up swinging. And I wouldn't blame you. You're justified. But that would set the cause back twenty years."

왜 브랜치 리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단장임을 보여주는 화법이다. 어쩜 이렇게 설득력 있게 말을 하는지 감탄을 하며 읽었다.

"오랫동안 나는 빼어난 흑인 야구선수를 찾고 있었어. 네가 딱 맞는 선수야."

단장이 하는 일이 좋은 선수를 찾아 팀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니 당연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금기시되어 있는 흑인 선수를 찾은 것이다. 재키가 그런 기본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우선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그를 뽑아야 하는 당위성을 얘기해준다. 대화 상대를 내 편으로 확실히 잡아맨다. 그리고 본론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찾는 선수는 단순히 운동능력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해. 모욕과 비방을 참고, 맞서 싸우지 않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네.“

재키를 다른 흑인 선수들과 구분하면서 치켜 올려주는 한편 어떤 역경을 거칠지 다시금 경고해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짐을 받는 말이었다. 실제로 브랜치 리키의 말보다 더욱 험한 경우를 재키 로빈슨은 당하게 된다.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행동이며 대의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 따라온다.

"어떤 놈이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오며 자네를 보고 '깜둥이 개새끼야'라고 한다면 네가 주먹을 휘두르며 싸움을 할 수도 있어. 너를 탓할 수는 없지. 정당한 행동이야. 그러나 말이지, 그렇게 하면 시간을 20년 뒤로 되돌려버리게 될 걸세.“

실제 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구체적 사례로 얘기해준다. 그리고 정당하게 맞서 싸운다고 해도 그게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대의명분에 어울리는 일을 어떻게 그르치게 될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브랜치 리키가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자, 재키 로빈슨은 5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사숙고했다고 한다. 이 신중한 모습이 브랜치 리키에게 제대로 사람을 뽑았다는 확신을 주었단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아는 그 역사가 펼쳐진다.

참고로 재키 로빈슨은 자신을 깜둥이라고 놀리고 욕하는 것에 바로 맞서 싸우지 않았다. 브랜치 리키의 부탁과 그와 한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야구 플레이로 나온 거친 행동 등에 대해서는 거칠게 맞선 선수로 이름 높았다. 예를 들면 빈볼을 던진다거나 발을 부러 높이 들고 슬라이딩을 하는 식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보복을 하거나 위협을 해서 상대의 기를 죽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만큼 덩치가 크고 운동신경이 뛰어나, 위협이 아주 잘 먹혀들었다고 한다.

싸우지 않음으로써 이기고, 물러서는 것 같지만 시대를 전진시키는 반전이 바로 브랜치 리키의 말에 담겨 있다.

실제 재키 로빈슨과 브랜치 리키 (출처 ncsoft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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