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언변이 뛰어난 리더가 조심해야 할 것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언변이 뛰어난 리더가 조심해야 할 것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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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김시래 칼럼니스트 ] 똑똑하다는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논리적인 언변이다. 기승전결의 빈틈없는 화법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력화시킨다. 상대의 말을 자주 끊기도 해서 어리숙한 사람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말 잘한다는 평판은 조직을 치고 올라갈 좋은 무기다. 그러나 자승자박, 과공비례란 말이 있다. 처음엔 높은 양반들의 칭찬과 동료들의 인정을 끌어내고, 거래처 사람들에게 범접하기 어려운 실력자라는 인상을 심는 장점이 된다. 문제는 이 습관이 굳어지면 상대를 반박하고 허점을 들춰내는 무소불위의 기술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점점 조직의 불공정이나 비합리, 비효율을 주위에 시원스레 설파하기 시작한다. 자기는 정당하고 정의로운데 조직의 관행에 문제가 많다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한다. 헛똑똑이로 깊은 웅덩이에 빠지는 순간이다. 큰 일을 맡고 싶다면 실속없는 약방의 감초역할을 끝내라. 리더는 배심원이 아니라 해결사다. 전체를 아우르고 성과를 책임져야 할 당사자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상대나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내뱉는 언변력은 속단과 단정, 교만과 이기심의 발로다. 잦아지거나 전파되면 논쟁을 유발하고 시비를 가리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한다. 영화비평가가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시니컬한 비평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상대가 누구든 자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유능제강의 대화술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말 한마디가 천냥빛을 갚는다고 했다. 상대에게 의견을 달라고 하는 게 좋을까? 조언을 달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의견’이라는 말은 소비자를 분석적으로 만들지만, ‘조언’은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뭔가 한마디 해주야 할 듯한 기분이 된다. 상대를 존중하는 어법은 비지니스맨의 기본이다.

격론에 부딪히면 오히려 목소리를 낮춰라. 상대의 톤을 따라가는 것을 막고 상대방의 격앙된 태도를 진정시킬 수 있다. 반대급부로 상대의 무안함과 동정심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침착한 어조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프로 비즈니스맨과 성숙한 인간이 갖는 공통점이다.

태도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에겐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조조의 견제를 받던 유비가 했던 행동을 기억하는가? 번개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대보다 한 수 아래로 보인 것이다. 고집세고 완고한 상대방에겐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아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포기나 항복을 선언하고 도대체 뭘 개선하면 될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경계심과 적개심이 지워질 것이다. 진솔한 태도로 질문하고, 상대의 속마음을 듣고 의논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상대가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무례하다면 자신의 의중을 모두 드러내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흐름이 좋지 않다고 말을 끊고 들어가면 오히려 악화되기 쉽다. 불평하게 내버려두면 재료가 다 떨어져 점차 약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뒤에 “감정적인 대응보다 좀 더 객관적인 태도로 상황을 봐 주십시오”라고 밝히고 정중하게 상대의 태도에 제동을 걸어보라.분풀이 삼아 쏟아낸 말이 미안해서라도 심경의 변화를 보일것이다. 이유가 충분하고 수긍이 가는 당신의 태도는 상황을 합리적인 흐름으로 바꿀 계기가 된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비대면 접촉의 시대라서 하나 덧붙인다. 이모티콘이나 몇 개의 축약된 기호로 편리하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눈썹 모양의 웃는 이모티콘은 기쁨과 즐거움과 만족을 모두 표현할 수 있으니 돌려가며 쓰면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똑같은 기호라도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 맥락이 바뀌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그러니 ‘언제 볼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상대에게 눈썹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냈다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의미겠지만 상황에 따라 만날 필요까지 있겠냐는 뜻으로도, 어이없다는 비아냥으로 비치기도 한다. 게다가 얼굴을 보고 해야 할 중요한 말을 편리함과 맞바꾸려 한다는 오해라도 받는다면 당신이 꼼꼼하게 준비한 제안서도 별무소용이다. 최근에는 막역한 친구들끼리 할 법한 사적인 내용을 실수로 회사 동료 모두에게 발신해버려 회사를 떠난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SNS를 통해 비즈니스용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ㆍKMF위원장·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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