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심타 컬럼니스트] 인간 여러분, 포장 잘 하세요?. 저라는 인간은 포장을 잘 못합니다. 생일 선물을 포장해야 된다. 며칠 전부터 ‘포장 잘하는 법’을 찾아 정독한 후, 필요한 재료를 신중하게 쇼핑하죠. D-day 전날 밤 비장하게 포장을 시작합니다. 여지없이 망손의 실력을 발휘, 온 마루에 포장지, 리본, 풀, 가위, 테이프 조각을 휘날리며 삐뚤빼뚤한 선물 포장을 완성하지요. 그대로 줘도 될지 주는 순간까지 고민하며. 금손이신 전문가의 손길에 맡기면 될 터인데 굳이 포장을 하는 심리가 무엇일지요. 왜 이리 포장에 신경 쓸까요. 당연하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포장이 예쁘면 선물도 더 좋아 보이지요. 더하여 선물에 담긴 마음이 상대방에게 한방에 전해지길 바라니까요.
두 번째로, 포장 잘 하세요? 인간아 또 같은 질문이냐고요. 선물 포장 말고요. 음식이나 음료 포장이요. 인간 패셔니스타 김스타일양에게 물어보니, 포장은 절대 안하다며 펄쩍 뜁니다. ‘스타일 안 살게 포장봉투 안 들어요. 시커먼 글자로 가게 이름 떡 하니 박아놓은 비닐봉지. 아후~ 촌스럽게 포장 안 해요. 안 들어요. 하지만, 이런 포장은 스타일 좋으니까 들어 줄 수도 있죠.’ 하며 사진 한 장을 쓱 보내줬습니다. 오,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담아 곱게 핸들러에 모셔가는 물회! 물회를 테이크아웃 컵에 담다니. 자고로 둥그런 흰색 플라스틱 통 안에 뚜껑이 미어터져라 들어가 앉은 물회가, 00수산이 커다랗게 박힌 비닐봉투에 넣어져서, 비린내 폴폴 풍기며 ‘나 물회 포장이야’ 온 몸으로 소리쳐야 하는데, 테이크아웃 음료인 척 스타일나게 포장 되어 있습니다. 새롭다. 신기하다. 폼난다. 물회같지 않다. 예쁘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 올리기 좋다. 들기 다니기 딱이다. 속은 고추장 냄새나는 촌스런 물회지만, 포장된 모습은 감각있는 음료(Beverage)입니다. 자, 이젠 포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포장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포장을 예술적으로 잘해야, 누군가 들고 가는 포장이 포장이 아닌 척 해야 팔리는 ‘포장시대’. 포장 중에서도 물건을 팔기 위한 ‘생존포장’ 이지요. 고객의 손에 가게의 물건을 들려 보내고 싶으세요? 포장같지 않게 포장을 포장하길 권합니다.
세 번째로, 포장 잘하세요? 무슨 포장이 또 남았냐고요. 그럼요, 바로 인간, 당신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어떻게 포장하시나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지 뭘 포장 하냐고요. 진짜요?. SNS를 보면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바들바들 떨며 천길만길 낭떠러지가 끝없이 이어지는 벼랑에 매달려 용감한 남자로 포장한 사진. 평범한 김치찌개를 본 차이나도자기 그릇에 담아 평상시엔 꺼내지도 못하고가의 레이스 매트에 모셔두고 찍은 사진. 과대포장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지만, 포장에 들인 노력과 시간은 대단합니다. 몇 시간을 투자해서 아이디어를 짜 내고, 준비, 촬영, 보정까지 부지런한 인간들입니다. 나중에 뭔가 해도 하겠지요. 당신은 그렇게 부지런한가요?. ‘있는 그대로’ 란 말로 자신의 게으름과 안이함을 포장하고 있진 않나요. 아이러니하게 포장은 가식이야! 허세야! 외치면서도 분명 포장된 사진인 줄 알지만, 그런 사진에 혹하지요. ‘포장시대’에 인간이라고 예외일 순 없단 증꺼거입니다. 쌩얼 사진이 쌩얼인가요.
인간 여러분, 자신을 포장하세요. 면접에선 면접에 맞춘, 맞춤 수준 그 이상으로 포장하세요.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선 자신감으로 포장하세요. 전문가 포스가 넘치는 복장과 액세서리, 말투, 행동, 과감함까지. 주저하지 마세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포장은 기본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생존포장 이기도 하죠.
아주 아주 소심하게 제안합니다. 디자이너 분들은 포장 같지 않은 포장 디자인을 해 주세요.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 분들은 인간들을 멋진 컬러로 포장해 주세요. 한 인간의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컬러로! 망손이신 분들께서는 약은 약사에게, 선물포장은 포장 전문가에게!
※ 주의 사항 : 위의 썰은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일 뿐입니다. 함부로 제안에 따르지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