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리질리언스

축제와 리질리언스

  • 황인선
  • 승인 2018.12.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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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말 춘천시 의암호 수변공원에서 펼쳐진 춘천마임축제 ‘불의 도시’에 왔던 사람들은 “ 마임이 이렇게 멋진 건 줄 몰랐어.”, “와! 이 정도면 입장료 10만 원도 아깝지 않은데.”, “ 춘천에서 이런 걸 보다니.” 를 외쳤다. 감탄, 몰입... 이게 축제의 매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에든버러도 가고 버닝맨 페스티발도 가고 옥토 페스타 축제도 불원천리 간다. 미치러.

2018춘천마임축제
2018춘천마임축제

축제- 일탈과 해방

축제는 발생과 소재에 따라서 분류하면 매우 다양하다. 예술축제(예: 춘천마임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특산물 축제(고추 축제, 토마토축제, 김장 축제, 여주 오곡축제), 자연경관 축제(한강 몽땅 축제, 진도 바닷길 축제), 특정 인물 축제(이사부 축제, 바우덕이 축제, 김삿갓 축제), 계절과 사냥 축제(화천 산천어 축제, 인제 빙어 축제), 역사 축제(진주 유등 축제, 강릉 단오제, 백제 문화축제), 지역 조합 축제(강릉 커피 축제, 옥토 페스타) 등 많다. 미국 네바다 사막 플레야에서 열리는 버닝맨 축제, 오스틴 SXSW 축제 등은 일종의 크리에이터 축제들로서 구글의 래리 페이지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같은 CEO들도 참가하는 걸로 유명하다.

축제(祝祭)는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다.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은 성일(聖日)을 뜻하는 'festiva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인데 이를 보면 축제의 뿌리는 애초 종교의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도 고대의 영고부터 고려시대 팔관회, 연등회 같은 종교 축제가 있었다. 참고로 페스타(festa)는 ‘잔치’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축제 기능 정의에는 크게 세 개 학설이 있다. 하나는 축제를 사회적 통합을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적 형태라고 규정하는 입장이다(뒤르켐). 반면 공격성과 즉흥성, 디오니소스적인 부정과 인간 본능을 억압하는 것의 폐기, 해방을 향한 문화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통합과 질서의 유지보다는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트기'라고 보는 것이다.(프로이트) 브라질 리우 카니발 같은 축제들이 이런 성격이 강한데, 축제와 민중문화의 연관성을 밝힌 바흐친(Bakhtin)은 카니발에서 보이는 전도(顚倒)성, 비일상적 성격을 축제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으로 꼽는다. 현재 관광사업화 된 축제로서는 다소 과한 기능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Huizinga)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했다. 필자는 이들을 묶어 한마디로 축제는 ‘회복력 사건’이라고 말한다. 영어로는 리질리언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회복력과 축제人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다시 뛰어오른다는 뜻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비롯되었다. 생태학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사회공학에서는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시스템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인데 시스템 내외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극복하여 시스템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늘날 경영, 교육, 사회,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면서 ‘시스템의 점진적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제자리로 되돌아오는(bounce back)’ 의미를 넘어 ‘다른 시스템으로의 이행(bounce forward)’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회복력이 단순히 피해발생 이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니라, 피해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통해 이전과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창발성(emergence)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회복력이 바로 오늘날 축제의 궁극적 기능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탈적, 전복적 놀이를 통해서 해방을 경험하고 결과적으로 회복되는 것.

인간 종류를 나누면 햄릿형과 돈키호테형, 그리고 3의 유형인 조르바형 인간이 있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제적 인물로 슬퍼도 춤을 추고 사람을 사랑하고 음악과 삶을 즐기는 타입이다. 이들은 창조적이고 공동체에 흥을 불어넣는 이른바 축제인이다. 매드 타임스 독자님들, 2019년엔 매드(Mad)를 즐기면서 삶을 회복해보면 어떠심?

 

황인선

전 제일기획과 KT&G 근무. 현재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주)브랜드웨이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소통 분과위원장. 저서 <동심경영>,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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