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시차 마케팅

[Trend from Tokyo] 시차 마케팅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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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1988부터 1992년까지 5년간 지속된 전설의 광고 캠페인이 있다. 일본 JR 도카이(東海)의 Christmas Express 라는 캠페인으로 일본 버블 경제 시대의 최고의 광고 중 하나이다. 같은 콘셉트로 매년 광고 모델과 메시지를 바꾸어 가면서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귀에 익은 배경 음악과 함께 이 광고가 TV에 등장하였다.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야마시타 타츠로 (山下達郎) 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곡은 이 광고 덕분에 오리콘 싱글 차트 1위를 달성한다. 이 캠페인은 한국의 광고업계에도 많이 알려졌고 배경 음악 역시 일본 음악이 금지되었던 그 시대 우리 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곡은 지금까지도 일본인이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노래이기도 하다. 휴대폰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의 아날로그형 원거리 연애, 그런 두 사람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이 광고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면 꼭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도 풍족했던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에 탄생한 감상적이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광고이다.

이 광고는 신칸센을 단순한 속도가 빠른 이동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을 떠나 연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포지션한 광고이다. 신칸센은 인간 생활의 편리를 위해 개발된 편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편리성을 넘어서 신칸센을 연인들 사이의 마음의 연결을 가속시킬 수 매개체로 활용한 것이다. 너무 편리해진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뭔가를 찾게 해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요즘 마케팅의 화두가 되어 있는 스토리텔링 전략을 매우 적절하게 사용했고 이러한 스토리가 연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버블 시대에 맞는 매력적인 광고이다. 5개의 시리즈 광고는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다시 봐도 신선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지겹지가 않다. 종료 부분의 일본어 카피를 이해 못한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영상, 음악, 분위기로 모든 것이 전달된다.

여배우 마키세 리호(牧瀬里穂)가 등장한 1989년도 시리즈 두번째 광고

여행은 시차를 두면 재미있다

30여년이 지난 2020년 JR 도카이가 또 다시 시대에 맞는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버블 시대와는 달리 상황이 썩 좋지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면서 철도 회사가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등장한 것이 JR 도카이의 ‘여행은 시차를 두면 재미있다’라고 하는 광고 캠페인이다. 광고 캠페인을 넘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함과 동시에 다양한 터치 포인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범위가 넓은 마케팅 캠페인에 가깝다. ‘여행은 시차를 두면 재미있다’의 일본어 원제목은 ‘旅は、ずらすと、面白い!’이다. 캠페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카피를 소개한다.

"여행하는 시간, 장소, 행동을 비켜서 시차를 둬보자. 그러면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발견이 있는 즐거운 여행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 붐비는 것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이 시차를 두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그들의 제안은 향후 여행의 힌트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가이드북대로 따라하는 지금까지의 여행 방식에 대해 졸업을 시켜줄 것이다. 여행은 시차를 두면 재미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당신만의 여행을 시작해 보기 바란다.”

완벽한 번역을 아니지만 캠페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없을 것이다.

광고 모델로는 유명배우 모토기 마사히로 (本木 雅弘)가 기용되었다

시대를 반영한 기발한 광고 캠페인이다. ‘즈라스 여행’이라고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여행을 제안한다. (*즈라스/ずらす/는 시차를 두다 또는 비키다 라는 뜻의 일본어 동사) 여행하는 시간, 장소, 행동을 ‘즈라스’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답을 맞혀가듯이 해 왔던 지금까지의 여행 패턴에서 졸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즈라스 여행은 향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하리라 본다. 나만의 차별화된 충실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여행의 본질에 바탕을 둔 질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 카피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시차 휴가이다. 여름 휴가와 같이 특별한 시기에 휴가가 집중되는 것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하여 휴가에 시차를 두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여름 휴가는 코로나 확산 방지 시책으로 여름 휴가를 7월초부터 9월 초, 중순까지 분산해서 운영하는 회사가 많았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도 휴가를 꼭 여름에만 한정해서 가야하는 법이 있나 생각을 했다. 여름에만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있을 때, 심신의 피로가 느껴져 잠시 쉬고 싶을 때 일년 중 어느 때라고 휴가를 갈 수 있는 연중 시차 휴가 또는 연중 휴가 분산을 시도해볼 일이다. 이로서 개인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여행업계나 여행지 입장에서도 시즌에 집중되는 부담이 줄어들어 연중 안정된 비즈니스가 운영 가능하지 않을까? 유명한 관광지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모여 제대로 된 서비스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바가지 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캠페인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해서 으레 정해져 있는 여행 코스가 아닌 시차 여행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추천 코스 100가지를 사이트에서 제안하고 있다. 새로운 시간, 장소, 이동 수단, 행동 강령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관광지인 교토의 경우 ‘즈라스 여행 4: 교토의 골목길이 재미있다’ 라는 제목의 코스에서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를 방문하는 것과는 맛이 다른 나만의 발견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 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12시에 간식을 먹고 오후 3시에 점심을 먹는 여행’, ‘동경 마루노우치 지역에서 즐기는 자전거 산책’ 등과 같은 추천 코스를 소개하면서 일반적인 여행과는 색다른 여행 패턴을 제안한다. 즈라스 여행 캠페인은 TV 광고가 메인이지만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역내 포스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소비자가 직접 자기만의 코스를 개발해서 캠페인 사이트에 공유도 한다. 시차 여행을 통해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면서 나만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이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되리라 본다. 조금 비켜나서 재미있는 것은 여행만이 아니다. 상식이건 규칙이 되었건 거기에 꼭 끼지 않으면서 조금 비켜나오면 재미있는 요소가 발견된다. 이러한 비켜나는 틈을 통해서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을 피할 수 있으면서 고객에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즐거움을 제한하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다.

캠페인 사이트에서는 시차 여행 100가지 추천코스를 캠페인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다

시차(Staggering)를 통한 질 높은 삶의 구현

시차를 적용하는 우리들의 생활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차 근무제는 많은 회사들이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차 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시차는 영어로는 Staggering이다. 시차 출근, 시차 휴가 등등 시차를 활용하면 좀 더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다. 모두가 모여서 같이 하는 것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좀 더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질 높은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잘만 활용하면 코로나가 가능하게 해 준 새로운 긍정적인 선물이 될 수 있다. 출근 시간을 맞추느라 헐레벌떡 뛰거나 환승 지하철을 놓쳐서 아침부터 긴장이 되거나 늦잠자서 아침을 거르고 빈속으로 나오거나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몸싸움을 하거나 하는 풍경은 사라질 수 있다. 하루의 시작을 여유롭고 능동적인 마음으로 할 수 있어서 삶의 질이 자동적으로 높아진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차를 통해서 사람들과의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있어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시차를 마케팅에 적용하면 집객을 분산시킴으로써 공급자 입장에서는 안정되고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 가능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어 만족도가 높아진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잘 활용하면 기업측과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여행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 시차 마케팅 수법이 적용되는 것을 기대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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