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s thought] 경쟁피티

[Kh’s thought] 경쟁피티

  • 한기훈 대기자
  • 승인 2018.11.11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내년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다. 마케팅의 파트너인 광고회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새로운 광고회사를 파트너로 할지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간에 광고회사를 선정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공개 경쟁 프레젠테이션(경쟁피티)을 통한 선정이다. 그런데 경쟁피티에 참여하는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회사의 많은 인력이 붙어서 피티 준비를 해야 한다. 동영상 제작 등 직접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큰 부담이다. 리젝션 피 (Rejection fee)가 있는 경우도 별로 없고 있어 봐야 너무 적은 액수일 경우가 대다수다. 더 큰 문제는 공정성이다. 다섯 광고회사가 경쟁을 화면 (공정할 경우) 승률은 20%다. 그러나 그렇게 공정하다고 믿고 경쟁에 참여하는 광고회사 CEO는 없다. 이런 저런 인연들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광고회사에 대한 선인견도 있다. 미리 어느 광고회사가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광고회사의 경영자가 의사결정하기가 참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가 광고회사의 경영자로 있던 10년 전에도 똑 같은 고민을 했다. 필자가 회사의 대표로 취임하면서 경영진은 중요한 결심을 했다. 앞으로 경쟁피티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의 클라이언트에 집중하고 또 경쟁피티 없이 우리를 선택해 준 클라이언트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경쟁피티에 참여해서 들이는 그 노력을 기존의 클라이언트에 쏟아 붇는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나오고 경쟁없이 새로운 클라이언트의 영입도 가능하다는 믿음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사내외에 알릴 자체 광고를 준비했다. 이용찬사장(Chief People Officer)가 아이디어를 내서 이용찬사장과 이태환부사장(Chief Creative Officer) 그리고 필자(Chief Executive Officer) 세명이 비너스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사랑해요 비너스’라는 헤드라인의 ‘리앤디디비’ 자체 광고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진 참조) 비너스는 ‘리앤디디비’가 창립된 2000년부터 대행하던 국내 대표적인 란제리 브랜드인데 10년 가까운 대행기간 동안 클라이언트는 단 한 차례도 경쟁피티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믿고 맡겨 주었다. 우리는 경쟁피티에 참여하지 않고 비너스 같은 고마운 클라이언트에게 우리의 온전한 능력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이 광고는 한국경제신문에 한 차례, 그리고 그 당시 유일한 광고 전문지로 존재하던 ‘애드 타임즈’에 한 차례 집행되었다. 그 반응은 참 컸었다. 기존의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응원을 많이 해 주었다. 업계의 많은 지인들이 좋은 결정이라며 지지해 주었다.

그 광고가 집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 당시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경쟁피티 없는 광고회사를 만들어가는 경영자를 만났다. 이노레드 박현우대표다. 같은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을 잘 실천해 가는 경영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여러 광고회사가 이런 흐름에 공감하고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도 경쟁피티 이외의 방법으로 광고회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많아 지기를 기대한다.

한기훈 : 현 (주)BALC 공동대표, 대홍기획 공채1기로 디디비 코리아 및 이지스 미디어 코리아 대표 역임했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