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버드와이저와 밥 딜런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버드와이저와 밥 딜런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12.07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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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잘 생긴 달마시안처럼 생긴 개가 화면을 꽉 채우며 나타난다. 힘 있지만 부드러운 미국 중부 평원의 바람에 양쪽 귀가 펄럭인다. 카메라가 빠지면서 보니까 그 개는 버드와이저 맥주를 상징하는 클라이즈데일 종(種)인 말 여덟 마리가 끄는 마차에 실린 맥주 통 위에서 바람을 음미하며 뽐내고 있는 듯 보인다. 가장 대중적이고 그래서 보수의 느낌이 물씬 나는 버드와이저 브랜드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게 ‘60년대 저항의 상징과도 역할을 했던 밥 딜런(Bob Dylan)의 불후의 명곡인 <Blown in the Wind(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버드와이저 클라이즈데일 마차는 계속 밝은 햇빛 아래 바람 부는 평원 길로 맥주를 싣고 간다. ’버드와이저 이 친구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던 시점에 멀리 풍력발전기 날개들이 보인다. 그리고 카피가 화면 중앙에 뜬다.

WIND NEVER FELT BETTER

NOW BREWED WITH WIND POWER

FOR A BETTER TOMORROW

(이렇게 좋은 바람은 없었어요.

바람의 힘으로 양조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고의 바람’에 의한 ‘풍력 전기를 이용하여 양조’해 ‘보다 좋은 내일’을 만들어 환경에 기여한다는 환경 친화 맥주와 브랜드로 버드와이저를 내세운 2019년 슈퍼볼 광고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메시지였다. 기존 클라이즈데일을 내세웠던 버드와이저와 연결된 듯하면서도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갔다. 환경에 신경 쓰면서 미래까지 생각하는 맥주라니! 버드와이저로서는 의미 있는 반전의 고고성을 올렸다. 바람과 딜런 이후 클라이즈데일은 어디로 향할까?

광고에 밥 딜런이 등장한 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상 딜런은 자신의 노래가 표현하려는 것에 대한 질문에 항상 시큰둥했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했다.

"내가 뒈지면 사람들이 내 노래들을 가지고 빌어먹을 해석을 하네, 어쩌네 하겠지. 그들은 빌어먹을 쉼표 하나까지 해석하려 들 거야. 근데 그치들은 그 노래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라. 제기랄, 나도 모르는데, 뭐.“

실제 밥 딜런은 사회 변혁을 위하여 몸을 던진 적도 없고, 그의 가사들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반전(反戰) 가요로 유명한 밥 딜런의 <Masters of War (전쟁꾼들)>를 어떻게 쓸 수 있었느냐는 한때 애인이었던 조안 바에즈의 물음에 밥 딜런은 "그게 잘 팔릴 거라는 걸 알았지"라고 대답한다. ‘평화’의 메시지가 우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안 바에즈와 답 딜런
조안 바에즈와 답 딜런 (출처 위키디피아)

어느 기자에게 한 번은 그의 “노래가 무엇에 '관한about' 것이냐”, 곧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유명한 답변을 남겼다.

"어떤 건 3분쯤 about 되고 어떤 건 5분쯤 되죠. 믿기지 않겠지만 11분 정도도 있어요."ᅠ

Q. "What are your songs about?"

A. "Some of them are about three minutes, some of them are about five minutes, and some of them, believe it or not, are about eleven minutes"

‘about’이란 단어의 다른 뜻을 활용해 무심한 듯 받아친 것이었다. 딜런이 가장 잘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시니컬하며 아재스런 농담으로 만드는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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