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프로 구독러

[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프로 구독러

  • 심타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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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독서비스

[ 매드타임스 심타 칼럼니스트 ] 저는 ‘구독’ 안 해요. 요즘 젊은이들 이런 거 저런 거 구독해서 받는 거죠. 그거 그거 쓸데없는 거 쌓아두는 거라 구독이 트렌드다 뭐다 해도 안 해요. 이러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엄근진 질문입니다, 진짜 구독 하나도 안하세요?

유튜브 보세요? 광고 보기 싫어서, 다운로드해서 보려고 프리미엄 회원가입 하셨다고요? 옛날부터 쭉 봐왔는데, 끊기가 애매해서 조간신문 본다고요. 벌써 2개나 ‘구독 중’이십니다. 구독을 요즘 애들이나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예부터 내려오는 경제활동 중 하나지요. 사전적인 의미는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는다.’지만, 어느 순간부터 구독은 ‘일정한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물건 또는 서비스를 받는’ 활동을 통칭합니다. 매일 아침 집 앞 문을 열고 나가면 손에 잡히는 우유도 구독이지요. 여러분들은 이미 ‘프로 구독러’입니다.

요즘의 구독은 신문, 잡지, 우유를 구독하는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세상의 존재하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물건과 서비스까지 구독하지요. 어느 날, 육아잡지에서 양말구독 광고를 보았습니다. 아니, 양말도 구독해. 네. 양말도 속옷도, 와인도, 새벽배송도 구독하지요.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배송도 구독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잖아요. 아이폰을 쓰시는 분은 음악을 들으려, 매월 일정금액을 냅니다. 그것도 구독이지요. 잘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독 중이고, 구독은 점점 늘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양말 구독서비스
양말 구독서비스

심타의 지극이 개인적인 논리이지만. 첫 번째 이유는, 물건을 파는 ‘시장’, ‘가게’가내 가까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양말이 사야 합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둘러보세요. 양말가게가 있나요. 편의점은 있지만, 양말가게는 없습니다. 마트나 가야 있지요. 그마저도 고를 수 있는 양말의 디자인은 한정적입니다. 특수한 용도의 양말은 있지도 않고요. 화장품, 식품, 의류 다 그렇습니다. 둘째, 선택장애 때문입니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터넷에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은 많은데. 뭐가 좋은지 모릅니다. ‘누가 골라주면 좋겠다!’ 비명이 절로 나지요. 그래서 대신 골라주는 구독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나름 인증(?)된 전문가가 나에게 어울리는 필요한 양말을 필요할 때 좋은 스타일로 골라 보내주니까요. 셋째, 현대인은 바쁩니다. 하루 종일 일하다보면 무언가를 사러 갈 시간이 없어요. 때를 놓치고 당장 필요할 때 ‘앗, 사야했는데’ 생각이 떠오르죠. 챙겨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구독서비스를 신청해 놓으면 알아서 챙겨주지요. 넷째, 흥정하기 어려워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흥정하거나 대면으로 만나 대화를 통해 물건을 사기는 일이 기껍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안는 누군가 원하는 물건을 필요할 때 보내주면 좋겠지요. 내가 인정한 전문가가 보내주면 딱 좋습니다. 구독 서비스가 필요하지요. 다섯째, 물건이 아닌, 정신적인 힐링이나 문학적 욕구, 아름다움의 욕구 등을 채워주는 문화, 예술적인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받기를 원합니다. 단, 내가 이걸 하는지 아무도 모르게, 일정 경지에 오른 전문가에게 말입니다. 하지만, 지출 가능한 비용은 한정적이지요. 구독 합니다. 공연장에 가서 100만원 내고 표를 사야하는 발레 공연이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구독하면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누리지요. 여섯 번째,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실 어른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가족이 한 집에 살 때, 어른이 가까이 있을 때, 동네 사람들끼리 소통이 자유로울 때는 삶의 지식과 지혜를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배웠습니다.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럼, 구독해서 배워야 합니다. 제철 반찬 레시피 구독, 집 청소 노하우 구독, 모유 수유 법 구독 등이 그런 예지요.

구독이 늘어나는 이유가 위에 말한 6가지가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대면을 어렵게 하는 ‘코로나19’와 ‘업글인간’의 속성도 이유 중 하나이지요.

그림 구독서비스
그림 구독서비스

찐 프로 구독러들은 무형의 서비스까지 구독합니다. 힐링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자신의 글을 구독 서비스 하지요. 한 달에 1만여 원을 내면 따끈따끈한 작가의 글을 구독 회원들만 온라인으로 받아 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유명 화가의 ‘그림감상법’을 구독하지요. 책을 내보고 싶지만, 글은 못 쓰겠고, 책을 어떻게 낼지 모르는 분들은 '내 책 내기’ 과정을 구독합니다. ‘집에서 머리 커트하는 법’을 구독 하는 분도 계십지요. 세상의 모든 지식이 구독의 주제가 됩니다.

급변하는 시장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고요. 주변의 많은 프로 구독러를 보세요. 당신이 가진 지식을 밖으로 드러내세요. 석사, 박사 논문 말고요. 나는 당연히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배워야 하는 삶의 지식과 지혜를 파는 겁니다. 카카오톡 대화 잘하는 노하우를 알고 계세요. 그럼 팔아보세요. 잘 팔릴지 누가 알아요.

※ 주의 사항: 위의 썰은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일 뿐입니다. 함부로 제안에 따르지 마십시오.


심타 27년 광고 카피라이터 영감 칼럼니스트 @shimta_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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