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상을 밝히는 기술, "닷"과의 만남(2)

[인터뷰]세상을 밝히는 기술, "닷"과의 만남(2)

  • Kate 기자
  • 승인 2019.01.0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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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가진 스타트업(Start-up)과의 협업,
브랜드 인큐베이팅(Brand Incubating)을 시작하다!

2017년, 클라이언트였던 빅 브랜드가 다른 에이전시로  옮겨가면서 서비스플랜코리아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회사의 규모를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 빛나는 파트너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타트업인 "닷"과의 협업으로 만들어 낸 성과물, 점자로 된 스마트와치인 "닷왓치"가 이루어 낸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보유한 작은 스타트업인 "닷"과의 협업은 2015년에 시작되었고, 3년 후인 2018년에 들어서면서 비즈니스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과연 서비스 플랜 코리아와 스타트업인 "닷"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 스타트업인 "닷" 과 만나게 된 계기는?

2015년 봄, 구글 테크크런치 행사에서 충격에 가까운 신세계를 보게 된다. 10개의 스타트업이 나와서 5분 단위로 스피치를 하는데 모두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식과 접근, 기존의 기업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광고업계에서 내가 해왔던 관례와 방식들이 낡고 고리타분하다는 인식과 함께, 지금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나와 회사의 발전은 없겠다"라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무조건 스타트업들을 부딪쳐 보고 경험해봐야 겠다는 결심으로 같이 일할 스타트업을 찾았다. 운명처럼 "닷"을 찾아냈고 먼저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닷에서는 이미 대형 광고회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나는 본사를 설득해 한국에 우리팀 5명, 독일본사에서 3명 이렇게 8명의 TF(Task Force)팀을 만들었고, 한 달 후에 닷의 전반적인 브랜딩 기반을 제시하였다. 키 슬로건 및 전략, 기술 마케팅화 방안 및 소비자 캠페인 아이디어 등을 준비했는데, 우리가 제안서를 들고 갔을때 "닷"에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본인들의 원하는 핵심과 본질을 너무 잘 짚어냈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데 자신감을 줘서 고맙다" 하셨다. 내가 클라이언트에게서 들었던 최고의 코멘트 중의 하나였다.

2. “닷”은 왜 점자를 택했나?

설립자인 김주윤 대표가 유학시절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이미 두 번의 창업에 실패하고 힘들어 하던 김대표는, 어느날 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친구가 점자 성경책을 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창업의 동기가 되었다. 엄청나게 큰 Gigantic Book(거인책) 사이즈의 성경책을 보고 놀란 김주윤 대표는 일반인이 스마트폰의 진보와 혜택을 누리는 동안, 시각장애인들은 40년간 진보가 없는 어둠 세계에 놓여 있었음을 본 것이다.

3. 닷의 제품은 닷왓치(점자 스마트시계)부터 닷미니(Dotmini: 다양한 콘텐츠 읽기 가능), 닷패드(Dotpad: 점자기능 및 그래픽기능으로 이미지인식 가능)로 이어진다. "닷"은 처음부터 이런 제품 라인업을 계획하고 있었나?

2015년, 닷은 인원이 4명이었지만 수십 개의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술의 핵심은 점자를 6개의 소형화된 셀에 담아낸 것에 있다. 기존 점자기계가 거대하고 둔탁했다면, 닷의 마그네틱 기술은  점자셀로 크기가 줄어들어, 작은 손목시계에도 능동적인 점자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닷미니(Dotmini)나 닷패드(Dotpad)로도 적용가능한 기술로 점자판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5년에 만났을 때 이미 이러한 제품라인업 확장에 대한 로드맵은 물론 비전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양산 중인 닷왓치(DotWatch)는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시간을 확인하고, 간단한 녹음이나 통화를 할 수 있는 스마트와치로, 시각장애인들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채널이 되는 셈이다. 닷미니(Dotmini)와 닷패드(Dotpad)로의 확장은 시각장애인들이 본격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또한 2020년에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Dot Public(닷퍼블릭)은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해 줄 것이다.

[제공 서비스플랜] "닷" 시리즈의 제품 라인업

 

4. 스타트업과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왜 스타트업이냐?", "스타트업과 마케팅으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 등은 내가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특히 회사에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리소스 낭비라고 비난받기 쉽다. 솔직히 회사 내부에서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걱정반, 우려반으로 반대가 심했다. 위어려움과 힘들었던 점은 에피소드가 너무 많지만, 여기서는 스타트업과 함께 일해야 하는 이유, 혹은 그 장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 기술의 체험과 습득이다. 에이전시가 잘하는 영역은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접점의 메시지와 전략을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통하면 최신 기술 트렌드를 학습하며 몸에 익힐 수 있고, 커뮤니티 네트워킹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의 변화와 흐름을 쫓아갈 수 있다. 특히 요즘의 화두인 디지털 기술과 이노베이션은, 막연하게 아는 것과 내 몸에 체화되어 경험으로 아는 것은 하늘과 땅끝의 차이다. 스타트업과 함께 직접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두번째는 조직의 혁신이다. 스타트업과 함께 하면 일하는 방식이 조직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런 점이 에이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은 작고 유연하고 다이내믹하게 움직여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므로 정해진 R&R(역할과 책임)이 없다. 모든 직원의 무한대 오너십(Ownership:주인의식)이 필요한 곳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우리는 닷과 일하며 모든 어젠다를 함께 논의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함께 내렸다. 실행은 "누가 이 일을 가장 잘 하느냐"에 촛점을 맞춰 분배하고 각자 맡은 바 일을 추진한다.

에이전시들이 성장하는데 장애요소는 기획과 제작의 역할론, 부서간의 벽, 광고주와 대행사의 벽들로 인해 발생한다. 소통의 장애와 오너십(주인의식)의 부재다. 주인의식은 스타트업과 일하면서 배우면, 몸에 체화된다. 브랜드에 대해 365일 24시간 고민하는 나의 사업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일회적인 어워드 수상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회사의 경쟁력과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특급 비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타트업과 협업이 트렌드가 되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이전시들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최근 R/GA(디지털 에이전시)에서는 스타트업의 제품인 퓨얼밴드(온몸의 각종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는 밴드)를 나이키에 먼저 제안하고 제품화했다.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R/GA Accelarator라는 에이전시가 생겼으며, 공식적으로 투자를 받아 수익을 내고, 이익을 분배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5. "인큐베이팅"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어떤 기회를 주는가?

서비스플랜은 "브랜드 인큐베이팅 에이전시(Brand Incubating Agency)"로 모습을 갖춰나가고 역량을 강화해가고 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사와 일할때 적용되는 우리만의 DNA이자 철학이 되었다. 무엇이든 인큐베이팅 할때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아이를 인큐베이팅하듯 애정과 사랑이 있기에, 모두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결과물이 나온다. 사업의 어려움이 있을 때도 같이 성장하며 나아가기에 이겨낼 수 있다.

브랜드가 사업 초반 리소스가 부족할때, 신사업에 뛰어들때, 해외 시장에 진출할때,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고 실행하는 팔과 다리가 필요하다. 이럴 때 에이전시와 브랜드의 협업모델 인큐베이팅이 빛을 발한다. 무한 경쟁시대에는 모든 브랜드에 이러한 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참여해서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서비스플랜이 추구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팅의 핵심이다.  

6. 2019년 새해에 서비스 플랜 코리아의 주력 비즈니스는?

서비스플랜은 독일과 해외에서 4,000 여명이 일하며 3조가 넘는 매출을 내는 대형광고회사이다. 하지만 한국은 작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그리고 일종의 혁신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개런티된 광고주가 없는 독립광고회사 이기에 한국 시장은 더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다. 광고주와 소비자들은 새로운 방식,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다. 우리는 더 작고 유연하게, 더 민첩하고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며, 서비스플랜 만의 크리에이티브 혁신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최근 대형 브랜드 쪽에서 경쟁 피티 없이 같이 일하자는 러브콜이 왔고, 광고주들이 서비스플랜의 브랜드 인큐베이팅에 매력을 느끼고 찾고 있다는 결과치라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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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주신 강지현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한국 광고계에도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무한성장하는 많은 에이전시의 도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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