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2018년 광고계의 중대 사건

[신인섭 칼럼] 2018년 광고계의 중대 사건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1.0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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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7, 2018

첫째. #MeToo가 일으킨 광고계 “숙청”.

"그 녀석들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따져야 돼"

시작은 2017년 12월이었다. New York Times 기사가 발단이 되어 여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간 여성에 대한 성 추행 사건 폭로였다. 광고계에서 시작된 일은 아니었으나, 맨 먼저 쫓겨 난 사람은 마틴(Martin)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국제적으로도 이름 높은 사람 죠 알렉산더였다. 그 뒤에 불어닥친 회오리 바람은 우리 나라의 존경 받던 시인도 말려 들었으니 말할 것도 없다.

둘째는 “친구이며 적"인 페이스북(Facebook)이다.

영어의 친구 Friend, 그리고 적 Enemy를 합쳐 만든 합성어 Frenemy로서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세계 20억명이고, 이용하지 않는 광고주가 없을 만큼 강력한 광고 매체이다.(법적으로는 페이스북이 매체회사가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8년은 쉼 없이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 여행을 했다. 가장 큰 사건은 영국의 캠브리지 에널리틱이 저지른 페이스북 자료 오용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관련이었다. 미국 국회 상하 양원의 호출을 받아 호된 매를 맞았다. 영국 의회에서도 호출이 있었다. 한 때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아마 새해에도 그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쁜 프로그램 옆에 게재된 광고 때문에 피해를 입은 광고주도 드러났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광고 매체 가치는 변함 없다. 그러니 ”친구이며 동시에 적”이 된 셈이다.

셋째. 세계 최대 광고회사 회장 마틴 소렐경의 퇴진.

30년 전 무명의 플라스틱 제품 회사인 WPP를 매입해서 발판으로 삼고 미국의 거대한 광고회사 J. Walter Thompson, Ogilvy & Mather, Young & Rubicum 등을 차례로 손아귀에 넣어 세계 최대의 “광고제국“을 구축한 마틴 소렐 경 (Sir Martin Sorrell)이 4월에 분명치 않은 사내 문제로 물러났다. 영국 여왕은 그의 공헌을 인정해 귀족 칭호인 '경(卿)'을 부여했고 따라서 그의 이름 앞에는 Sir자가 붙게 되었다. 갑작스런 그의 퇴진 이유는 지금까지도 명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명예로운 퇴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소렐경의 퇴진은 거대한 광고회사를 WPP란 지주회사 테두리에 넣고 경영하는 모델이 시대의 유물로 변해 가는 시기를 상징했다. 갑작스런 그의 퇴진을 물려 받은 신임회장은 지주회사 모델의 수정에 착수했으며, 그 작업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세계 광고계의 주목 대상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아마 2018년은 WPP 역사상 뼈아픈 사건들이 있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수십년 단골이던 Ford 자동차가 떠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x),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대광고주들이 줄줄이 떠나 버렸다.

옛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자.

광고계 5대 사건을 보도한 미국 광고 전문 주간지 "ADWEEK" 2018년 12월 27일호는 “Out with the old and in with the indie"라 했는데, Indie란 독립광고회사를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큰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수년 사이에 광고계에서 어디에나 따라다니는 말 하나는 Nimble이 되었다. 사전에 보면 이 말은 ”민첩한, 재빠른, 재치 있는, 영리한, 빈틈 없는, 융통성 있는, 재주 있는...“ 따위로 풀이되어 있다. 이제 ”거대, 전세계, 세계 100여개 국가에, 전방위, 다국적...따위는 매력을 잃어 가는 시대로 바뀌었다. 글로벌한 광고회사의 쓸모가 결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나 그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이 거대한 회사가 Nimble - 민첩한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최대의 광고주이며 동시에 마케팅과 광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프록터&갬블 (P&G)이 지난 1-2년 사이에 취한 조치에서 나타난다. 우선 거래하는 광고회사의 수를 60%나 줄였는데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매체 계획, 구매, 분배 등은 자동화함으로써 광고회사를 거치지 않는 광고주 직거래로 전환하고 있다. 필요 이상 빈도의 광고는 하지 않고 가시성을 중요시하며, 좋지 않은 프로그램의 인접 광고 폐지 등으로 작년 2/4분기에 7억 5천만 달러를 절약했다. 아울러 여러 광고회사에서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골라서 팀으로 만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변화는 P&G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시도하게 됐다. 그 한 가지 결과로 AOR(Agency of the Record) 제도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즉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관계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친구는 옛 친구이나 장사에는 옛 친구란 없다.

1984년 아버지 상점 한 구석에서 피자를 오븐에 구우면서 시작해 10년 후에는 주식을 상장하고 이제 5,199개의 체인점, 20,000여명의 사원, 18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PAPA JOHNES 창설자는 말 한 마디 잘못으로 사장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미국에서 말하는 "N-word" 때문이었다. 즉 흑인을 깔보는 "Negro, Nigger"라는 말을 내뱉은 때문이었다. 소문이 퍼지자 매출과 주가가 즉각 떨어졌다. 지난 12년간 짭짤한 수입이 생기는 미국 육군의 광고를 대행해 온 미국 IPG 그룹은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거래가 끝났다. 친구는 옛 친구가 좋으나 장사에는 옛 친구란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일어난 2018년 광고계 5대 뉴스는 틀림없이 미국의 뉴스이다. 그러나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았다. 다만 10,000km 바깥, 태평양 건너의 이야기로 접어 두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아졌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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