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정인아! 우리가 때늦은 참회(懺悔)를 한다

〔카페★里仁〕 정인아! 우리가 때늦은 참회(懺悔)를 한다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1.11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어린 아이가 사람의 말을 알아 듣기 시작하면 옹알이와 웃음과 울음을 다 동원(動員)하여 자기 의사(意思)를 제 수준에 맞게 애쓰며 밝힌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직 말 할 줄 모르는 아이의 이런 표현을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때론 힘에 몰아붙이는 이유 모를 떼를 써도 받아주고 인내하면서 잘 성장하게 기다려준다.

見人初解語嘔啞(견인초해어구아) 내 말을 막 알아들으며 옹알옹알 거리고

不肯歸眠戀小車(불긍귀면련소거) 잠자러 가려 않고 장난감 마차에 빠져 놀고만 있구나.

一夜嬌啼緣底事(일야교제연저사) 밤 내내 칭얼대며 그치질 않는데 왜 그럴까

爲嫌衣少縷金華(위혐의소루금화) 금실로 수놓은 꽃이 옷에 적어 짜증 부리는 거였구나

〈與小女: 어린 딸아이〉/ 韋莊(위장)

세상에 온지 얼마 안된 어린아이들은 때묻지 않아 천진(天眞)하고 해맑아 한참 세상을 살아온 어른들이 그들을 보기만 해도 순수한 세계에 온듯하여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진다. 또 어디서든 어린 생명과 마주하게 되면 나와 어떤 관계인가를 떠나서 아직은 연약하여 자신을 지킬 수 없는 힘없는 존재라서 어른들은 자연스레 보호 본능이 움트며 돌아보기도 하고 세심하게 보살피기도 한다. 만약 그런 어린아이가 험한 상황에 처하거나 위급(危急)함에 놓이게 되면 누구든 사람이라면 유익(有益)을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돕게 되고 구출하게 되는 것이 인성(人性)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집계된 아동학대(兒童虐待)는 무려 3만 건에 달하였고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자 수는 42명이며 2세 미만 영아(嬰兒)의 경우는 사망자가 4명이나 된다고 한다. 말도 아직 제대로 못하는 어린 ‘정인’이가 모진학대를 당하다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재조명되며 공분(公憤)이 들끓는 가운데 이런 아동학대 현황이 자세히 알려졌고 마침내 최근 아동보호 확대 강화를 위한 ‘정인이법’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 13일 한 가정에 입양되었던 어린 생명 ‘정인’이의 사망 소식이 온 세상에 전해져 왔다. 연이어 끔찍한 죽음에 이르게 한 학대사건의 전말이 속속 밝혀지면서 우리는 할말을 잃었다. 그 아기가 세상에서 살았던 시간은 겨우 16개월! 지난해 2월 3일 이제 사람을 알아보는 나이가 될 때 위탁모의 품 안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라며 잘 웃어주던 ‘정인’이는 드디어 양부모(養父母)를 만났다. 그리고 새 가정의 일원이 되어 따뜻한 정(情)과 보살핌 속에 사랑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가족으로 맺어지며 9개월간 함께 했던 엄마와 아빠는 참 모질고 미성숙한 사람 아닌 사람들이었다. 입양된 후 아기에게 학대가 시작된 흔적을 주변에서 감지하였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아직 할 줄 모르는 ‘정인’이를 위해 그 기간에 세 차례나 아동학대의 신고가 있었지만 ‘비정(非情)한 어른의 세계’는 도움의 손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그 어린 생명은 이 험하고 무례(無禮)한 인간세상을 견디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남겨진 사진 속에는 언제나 잘 웃던 아기의 해맑은 웃음이 아직 있다. 그의 웃음 뒤에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잔혹한 폭력이 남몰래 행해지며 ‘정인’이는 하루하루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죽음의 길로 외롭게 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몰랐었다니……

그의 양부모는 결혼 전부터 남에게 ‘선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입양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지(無知)하게도 한 생명을 존중하며 인격체로 진실되게 맞이하고 잘 길러낼 준비가 그들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입양’이 맞닥뜨려지자 가상(假想) 속의 판타지 만으로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크고 작은 상황과 일들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 때 만약 ‘정인’이의 양부모가 ‘타인의 평가’를 중시(重視) 여기며 겉치레하는 쇼윈도식 부모가 아닌 ‘생명존중’의 깨달음을 가지고 있었어도 아니면 양심(良心)이 한순간 만이라도 발했었으면 반성하고 그 어린 생명을 남모르게 무참히 학대하지 않고 동등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다시 곱게 돌려 보냈을 것이다. 혹 훗날 그 파양(罷養)이 ‘정인’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처참한 죽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정인이법’의 매서운 내용의 법령(法令)을 명심해서 반드시 지키고 실천해야 하고 또 혹시 현재 양육하는 어린아이와 어떤 관계의 부모든 만약 지금 어느 어둠 속에서 우리가 인지(認知)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자비한 학대를 행하고 있다면 그 부모라는 이름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중하고 단호하게 ‘멈추라’ 권고(勸告)한다.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 땅에서 ‘인간에 대한 예(禮)’를 지키기만 하면 한 인격이 한 인격을 존중하게 되어 비록 천상의 낙원(樂園)은 아니어도 여기는 안심(安心)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인간세상이 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禮)란,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따지지 말아야 하고 남녀노소(男女老少)도 가리지 않아야 하며 권력(權力)의 유무(有無)도 셈하지 말아야 하고 혈연(血緣)도 친소(親疏)도 내려 놓고 동등한 관계를 갖추는 것이다.

내가 소중한 인격체인 것처럼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모든 존재를 평등한 인격체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마주 대하며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 만약 내 인성(人性)이 아직 미숙하다면, 타인(他人)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바탕의 싹을 틔우며 끊임없이 수양(修養)하면서 자기의 품성을 길러내 실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人皆有不忍人之心(인개유불인인지심)’이란 ‘선한 마음의 씨앗’이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孟子 · 公孫丑上》)

 


장성미 C플랫폼 준비위 사무국장, 문화평론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