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Shiseido Shock: DX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언

[Trend from Tokyo] Shiseido Shock: DX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언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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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資生堂)는 1872년에 도쿄 긴자에 세세이도 약국으로 창업하면서 시작한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긴 화장품 회사이다. 세계 약 88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해외 매출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화장품 브랜드 업계에서는 5위에 랭크되어 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미용 및 건강식품과 의약품)과 프런티어 사이언스 사업(의료용 의약품 및 미용 의료, 원자재) 및 면세점 사업 외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고급 레스토랑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긴자에 가면 시세이도 팔러 (Shiseido Parlor)라고 하는 서양식 레스토랑이 있다. 1902년 긴자의 시세이도 약국 내에서 소다수 제조기 및 컵 빨대까지 전부 미국에서 수입하여, 당시 일본에서 드물었던 서양식 카페를 만들었다. 그 후, 본격적인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바뀌면서 1954년에 시세이도 팔러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고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유서 깊은 곳으로 긴자를 방문했을 때 꼭 한 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긴자에 위치한 Shiseido Parlor

시세이도의 DX 선언

일본 최대의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가 코로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2020년 8월 실적발표에서 전년 대비 34.4% 매출감소로 99억엔의 영업적자가 났다. 중국 등 외국인 방문객의 급감으로 인한 인바운드 소비의 축소, 소비자들의 외출과 대인 접촉 등의 자숙으로 화장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일본 화장품의 유통 구조를 살펴보면 고가 화장품의 경우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전문점에서 주로 판매가 되고, 중저가 화장품의 경우는 드러그스토어, 마트 등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EC에 의한 판매는 다른 제품군에 비해 매우 부진하다. 2019년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따르면 가전 33%, 가구 23%에 비해 화장품의 EC 판매율은 6%로 매우 저조하다.

코로나로 인해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고객의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방식의 접객이 어렵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화장품의 판매 방식에 대한 대전환이 요구되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세이도가 디지털을 활용한 사업모델의 전환, 즉 본격적인 DX 선언을 하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0년 전통의 역사와 브랜드를 무기로 가지고 있는 시세이도가 어떠한 디지털 전략을 그리고 있는 지 관심이 크다.

우선 DX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체제를 강화하였다. CDO(Chief Digital Officer)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 DX 추진부를 신설하였다. 제대로 DX를 추진하자는 풍토를 조성하면서 향후 3년간 100명 이상의 디지털 마케팅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고객과의 접객 방법에서도 새로운 시도들 하고 있다. 온라인을 활용한 라이브(One to Many)와 카운셀링(One to One) 접객을 시작하면서 85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BC(Beauty Consultant)들을 디지털 영역으로 끌어 들였다. 이렇게 해서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야간에도 고객에 대한 카운셀링이 가능하다. ZOOM을 활용해서 ZOOM 화면을 거울 삼아 버추얼 메이크업도 가능하다.

매장에서의 접객은 비접촉으로 운영한다. 고객이 매장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서 상품을 선택한 후 컴퓨터 단말에 전용 손목 밴드를 터치해서 상품을 등록 후 구매를 한다. 모니터를 통해 촬영한 고객 피부 사진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판정해서 거기에 맞는 파운데이션 등 화장품을 추천한다. 샘플은 기기에서 자동으로 피부에 떨어진다. 고객은 이 샘플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처럼 매장 점원이 고객의 피부를 접촉하기 않고서도 상품 설명이 가능하다.

시세이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소비자의 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oT를 활용하여 미용액, 화장수 등 개개인에 맞는 화장품을 제안해 왔다. 스마트폰의 전용 앱을 활용하여 그날의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어떠한 케어가 필요한지를 결정하여 전용 기기가 적합한 피부 케어 방법을 제안해 준다. 지금까지 BC가 해 왔던 스킨 케어에 대한 조언을 IT 기술로 재현한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지속적인 접점을 갖게 해 주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서 소비자의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2020년 7월에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GLOBAL FLAGSHIP STORE를 동경 긴자에 오픈하였다. 브랜드 세계관을 발신하면서 최신의 테크놀로지와 휴먼 터치가 융합된 미의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방문객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체험을 하고 미를 통한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돌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역 대책이 눈에 띈다. 비접촉에 의한 셀프 구매, 비접촉형 카운셀링,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한 버추얼 스토어 등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였다. 뉴노멀 시대에 맞는 미의 체험이 가능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미의 최신 공간이다.

고객과의 모든 접촉을 디지털로 돌파하기 위해서 23년에는 디지털 광고비를 90%이상으로 EC를 통한 판매 비율을 25%로 높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세이도의 DX 선언은 디지털 마케팅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추진하고 있는 전사적인 결단이다.

DX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와의 연결

시세이도는 미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회사이다. 지금까지 의존해 왔던 고객과의 직접 접촉에 의한 접객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디지털로 가능한 것이라면 뭐든 디지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꼭 필요한 경우만 사람에 의한 개입을 허용한다고 한다. 시세이도가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는 DX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의 창출이다. 인간적인 접촉과 디지털의 최적의 융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려운 시기에 준비를 해서 21년 이후 크게 성장해서 돌아올 화장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는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해 있지만, DX의 구현을 통해서 위기를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시세이도의 5년, 10년 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역경을 겪어야 비로소 그 사람의 굳은 절개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로 ‘疾風勁草(질풍경초)'라는 말이 지금의 시세이도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자성어이다. 모진 바람이 불면 강한 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최대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가 DX를 활용해서 어디까지 도전이 가능할 지 업계와 소비자 모두의 관심사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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