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 속 훈시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 속 훈시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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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중에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중에서

"조선 수군은 패배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전멸할 것이며, 그러므로 이곳 명량의 바다는 조선 수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명량해전을 앞둔 전날 밤에 이순신이 부하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로 훈시를 시작한다. 아무리 전함의 수로 1:10의 열세에 놓인 상태였지만, 저렇게 사기를 꺾는 말을 대놓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원균이 이끈 칠천량 해전에서 전멸하다시피 왜군에게 박살이 나자 수군을 없애버리라는 교지를 내리는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며 전의를 불태운 이순신이 아니었던가. 가뜩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절망의 표정과 기운이 흐르는데, 이순신이 반전의 한 마디를 던진다.

“적이 그렇게 믿고 있다.”

생각의 주체가 이순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서 팩트 폭격을 한다.

“또한 대부분의 아군들도 우리 조선 수군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히 우리가 패배할 것이라고 하는 이들은 적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죄책감을 자극한 이순신이 이제는 장수로서 그의 부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을 던진다.

“나는 지난 6년 간, 수많은 전장의 부하들을 세워왔고, 단 한 번도 진 바 없다. 그런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전장으로 부하들을 이끈 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승장군 이순신이라고 해도 대적하기에는 배의 수나 병력에서 너무나 열세이다. 부하들의 얼굴에서 불안한 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이순신도 당연히 인정한다.

“허나, 이번에는 나 역시 아무 것도 자신할 수 없다. 수 십 배에 달하는 적과 싸우기에는 우리가 가진 병력이 너무나 일천하다. 또한 우리 조선 수군이 싸워야 할 울돌목의 저 험준한 역류는 왜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 막을 것이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인식함으로써 불굴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생길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이 누구보다 앞장서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멸의 이순신>이 퍼뜨린 최고의 명대사가 나온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목숨과도 바꿔서라도 이 조국을 지키고 싶은 자, 나를 따르라!”

연설에서 반전의 암시 두 가지가 나왔다. 1:10의 열세를 뒤엎고 승리를 이끌어내 ‘울돌목의 험준한 역류’가 그 하나였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은 그 의지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2개월 후 노량해전에서의 이순신 장군 전사라는 슬픈 반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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