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요리 재료로 변신한 심해 생선
고급 요리 재료로 변신한 심해 생선
  • 박재항
  • 승인 2019.01.08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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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 수심 2,000미터 이하에서 서식하는 은대구과 심해 빙어류

일식집이나 고급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어종

EPA, DHA, 오메가3 성분과 식물성 지방산 함유한 불포화 지방산으로 건강에 좋음

남성에겐 젊음을 되찾아 주고, 여성에게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강력 추천

어느 일식집에 이렇게 한 생선을 광고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생선의 이름을 나는 2006년에 처음 들었다. 그 해 이태원에 문을 연 일본식 꼬치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이자카야에서 세련된 맛을 내는 생선구이라며 추천했다. 내 미각이 무딘 편이지만, 이전에 미국에서 분명히 경험한 맛이었다. 구이를 먹으며 기억을 되살려 주인에게 물었다. “이거 농어 아니에요?” 주인은 대구 종류인데, 남극 근처의 칠레 쪽에서 많이 잡힌다고 했다. 브라보! 생각이 났다. 그 생선은 ‘칠레 농어’였다.

미국에서 근무할 때, 외국 친구들과 가는 음식점에서는 메인 메뉴가 대개 고기 종류와 생선류로 나뉘어 있었다. 고기가 너무 헤비하다고 느끼면 생선을 찾게 되는데, 가장 만만한 게 연어(salmon) 아니면 농어(sea bass)였다. 한 음식점에서 농어를 시켰을 때 자기네 농어는 좀 더 맛있는 고급이라고 강조를 하며 ‘칠레 농어(Chilean sea bass)’라고 구분지어 말했다. 둔한 내 입에 맛은 일반 농어와 큰 차이를 모르겠고, 껍질이 농어 대비하여 매끈한 편이었다.

이 생선은 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농어과가 아니다. 남극암치과라는 데 속한다. 농어랑은 아무 관련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칠레의 어부들은 ‘심해의 대구’라는 뜻으로 그 생선을 부르고 있었다. 영어로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라고 했다. ’심해‘나 ’이빨‘이나 서식 환경과 그에 따른 외모에서 나온 것이었다. 대구랑 비슷한 면도 있는데, 이빨도 삐죽 나고 수압에 눌려 입맛 떨어지게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생선 전체를 보고 먹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연히 칠레 부둣가에서 그 생선을 본 미국의 생선 수입업자가 요리를 해봤다. 맛이 심심한데 미국의 요리사들이 소스, 허브 등의 양념에 나름의 조리법을 고안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수입을 하여 팔 생각을 하니, 이름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심해 대구’나 ‘이빨고기’라 하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식당에서 먼저 손사래를 칠 게 자명했다. 요리사들에게 친숙함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뭔가 연계점이 있어야 했다. 수입업자는 농어처럼 살이 흰색이고, 약간 푸석이며, 미국 식당들이 농어를 좋아한다는 데 착안하여, 농어의 일종으로 이름을 고쳐서 부르기로 했다. ‘남아메리카 농어’, ‘태평양 농어’ 등의 두루뭉술한 이름을 생각했다가 칠레로 좁혀 들어왔다고 한다. 더욱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 칠레 농어로 명명되고 유통되었던 이 생선이 어떻게 ‘메로’라는 이름의 은대구과 고급 어종으로 변신하게 되었을까? 일본에서 오래 산 몇몇 친구들 말이 일본 식당에서는 ‘메로’를 메뉴판에서 본 적도 없고, 당연히 시켜본 적도 없단다. 대충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흰살 생선을 통칭하여 메로라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고급스런 이미지가 거기에 씌워지면서 칠레 농어로 개명한 이빨고기에 턱 붙게 된 것이다. 브랜딩에 의한 이빨고기의 반전이 그렇게 미국과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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