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없어진 코미디언, 유튜브에서 나만의 무대를 만들다

무대없어진 코미디언, 유튜브에서 나만의 무대를 만들다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1.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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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일주어터, 빠더너스, 피식대학을 만나다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무대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유튜브로 모여들었다. 최근 유튜브에 모인 코미디언들의 콘텐츠는 오히려 지상파에서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물 세 번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는 엔터테이너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유튜브에서 코미디 무대를 빛내고 있는 일주어터 김주연씨, 빠더너스 문상훈씨, 피식대학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씨가 함께 해, 유튜브로 코미디를 하는 이유와 성공비결에 대해 공유했다.

‘일주일 다이어트’라는 콘셉트로 많은 시청자 분들의 공감과 웃음을 얻고 있는 ‘일주어터’는 구독자 42만명, 촘촘한 기획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피식대학 유니버스를 만들어나가는 ‘피식대학’은 67만명, 그리고 현실에서 한 번쯤 만난 적 있는 듯한 부캐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빠더너스’는 26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번에 갑자기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코미디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면서, 온라인에서라도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올린 영상이 서서히 빛을 발한 것이다.

빠더너스 채널은 유튜브의 문외한인 문상훈씨와 김진혁PD가 시작했다. 코미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처음엔 그냥 영상을 모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여러 회사에 영상을 보냈었는데, 그 중 트레져헌터로부터 유튜브를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던 피식대학팀은 공연을 보고 샌드박스 팀장의 제안에 따라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팀장이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꽁트 콘텐츠를 기획해보자고 하셔서 채널 이름도 ‘피식대학’이라고 짓게 됐다.

일주어터 김주연씨는 처음에 작은 회사에서 협찬이나 광고 등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것이었는데, 남들과 다른, 나만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뭔가를 해보자 하는 생각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일주어터 김주연씨

채널 성격에 맞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이 중요

공개 코미디 무대 혹은 TV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 활동과의 차이에 대해서 피식대학은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과하게 힘을 주는 연기였다면, 유튜브에선 좀 더 힘을 빼는 연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나오는 반응을 신경썼다면 지금은 더 섬세하게 댓글 반응을 신경쓰는 것도 차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의 강점이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올리고, 또 빠른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인데, 구독자들과 채널의 특성이 잘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공개무대 경험이 없는 빠더너스는 TV 프로그램과 비교하면서 편집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TV는 가장 시청률이 영향이 많이 미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시청자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하거나, 프로그램이나 감독님의 연출 방향에 맞춰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제작자가 출연자의 습관이나 성격 등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고, 이에 맞춰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콘텐츠 제작 과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빠더니스는 아이디어 공유, 기획회의는 다 같이 하며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통일성을 위해 각각의 시리즈별로 한 명이 기획과 연출, 편집까지 모두 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피식대학 팀은 12시부터 6시까지는 셋이 꼭 같이 모여서 ‘시간 날 때’하기 보다는, 루틴적으로 긴 시간을 회의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특히 편집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편집을 스스로 하고, 자막이나 기술적인 것만 전문 편집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주어터 김주연씨는 솔직한 경험을 넣는게 콘텐츠의 주 목적이라 자연스럽게 일상을 촬영하고, 다이어트 종류(주제)는 시청자 댓글로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콘텐츠 기획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을 성공이라 말했다. 일주일동안 시도한 꼭 성공하려고 노력해서 ‘살 찐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다’라는 선입견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 이야기했다. 

반면, 빠더너스 채널은 콘텐츠 기획에서 다른 채널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그림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제작하며 부정적인 부분들이나 위험한 내용들이 있지는 않은지 항상 조심한다고 한다.

피식대학은 코미디 채널이기 때문에 웃음에 가장 중점을 둔다. 콘텐츠 안에 웃음이 촘촘하게 배치가 되었는지, 기승전결의 스토리만 따라가다가 웃음을 잃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공개 코미디를 하던 3명이 모이다 보니 너무 오버액션을 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오버액션을 좀 줄이고 디테일한 연기를 중점으로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더니스 문상훈씨

시청자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법, 피드백

빠더너스 문상훈씨는 콘텐츠를 만들 때에는 그 피드백들을 머릿속에 넣고 수정하거나 보태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피드백을 통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분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피식대학 역시 콘텐츠를 80% 정도 만들면 구독자분들이 나머지 20%을 채워 완성시켜줄 쁜 아니라, 댓글이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서 피식대학의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이스터에그처럼 흘려넣기도 한다고 했다.

일주어터 김주연씨는 구독자분이 원하고 요청하는 것을 하기에, 피드백이 바로 콘텐츠라고 말했다. 요즘은 조회수보다 댓글 갯수를 더 신경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튜브는 재능이나 창작욕을 비즈니스화해줄 수 있는 플랫폼

피식대학은 코미디는 개그맨들에게 있어 기술인데, 코미디를 통해 돈을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구조가 유튜브에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누구든지 유튜브라는 일종의 ‘오픈 커머스’에서 자신의 상품을 팔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고 말했다.

일주어터 김주연씨 역시 방송은 코미디를 무대에 올리려면 코미디언 선배, PD·작가 등 3∼4단계를 통과해야 하기에 신인에게 기회가 오기 어려운데, 유튜브는 내가 PD이자 작가라면서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빠더너스 문상훈씨는 유튜브는 자신의 재능이나 창작욕을 비즈니스화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기에, 요리나 노래, 춤과 같은 재능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유튜브가 만들어줬다고 이야기했다.

피식대학팀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신선한 웃음을 주는 것이 목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일주어터 김주연씨는 딱 69kg가 되면 그만하려 한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아름답게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토익이라든지, 한국사 검정 시험 1주일 등과 같이 1주일 간 실험하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피식대학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씨는 시대가 바뀌고 플랫폼 변화에 맞추어 콘텐츠가 진화하는데 코미디도 똑같다면서, 꾸준히 좋은 퀄리티, 그리고 신선한 코미디 콘텐츠를 제작해서, 구독자에게 웃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빠더너스 문상훈씨는 유튜브는 하나의 과정이라면서, 이력서이자, 포트폴리오의 한 페이지이고, 연습장이라고 했다. 사이즈를 키운다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이것저것 해보면서 피식대학처럼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시트콤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고 밝혔다.

행사 말미에 정재형, 김민수는 유튜브 시작을 고민하는 동료 코미디언들을 향해 콩트 코미디를 하고 싶은 분들이 우리를 보고 용기를 많이 얻었으면 한다"면서 실력 있는 무명 신인 코미디언과 앞으로 함께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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