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가끔은 멍청해도 괜찮아

[케이스 스터디] 가끔은 멍청해도 괜찮아

  • 정상수
  • 승인 2018.11.12 00: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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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똑똑해야 칭찬받을까?
- “디젤(Diesel)”의 “멍청해지자(Be stupid.).” 포스터 캠페인
똑똑한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 한 가지만 생각한다. 근데 그 아이디어는 멍청하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10)
똑똑한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 한 가지만 생각한다. 근데 그 아이디어는 멍청하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 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10)
똑똑한 사람은 비평한다. 멍청한 사람은 창조한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 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35)
똑똑한 사람은 비평한다. 멍청한 사람은 창조한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 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35)

 

똑똑한 사람은 머리의 소리를 듣는다. 멍청한 사람은 가슴의 소리를 듣는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 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26)
똑똑한 사람은 머리의 소리를 듣는다. 멍청한 사람은 가슴의 소리를 듣는다. 멍청해지자- 디젤 (사진 출처: https://www.adsoftheworld.com/media/print/diesel_be_stupid_26)

어릴 적부터 얼굴도 모르는 "엄친아"와 늘 비교 당해왔다. 그런 데서 자유로워진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야 똑똑한 친구들이 별로 부럽지 않다. 좀 살아보니 알겠다, 꼭 똑똑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란 걸.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성공했을까? 철들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린다.

이탈리아의 청바지 브랜드 "디젤(Diesel)"은 반항아다. 모두가 똑똑한 걸 원하는 이 시대와 정면으로 맞선다. 그래서 "멍청해지자(Be stupid.)."는 콘셉트의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주장은 단순하다.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멍청한 짓 좀 하지 말아(Don't be stupid.)."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던가? 그러니까 그 반대로 살자는 이야기다. ?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또 그런 식으로 거꾸로 말하면 비슷비슷한 브랜드들과 차별화할 수 있으니까.

알고 보면, "전략적" 마케팅이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면 된다40편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포스터광고 캠페인을 통해 디젤은 줄곧 멍청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옹호한다. “멍청한 사람은 멍청하다는 평을 듣지만, 결코 후회 없는 인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멍청이 찬가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똑똑이와 멍청이를 계속해서 비교하면 되니까. 멍청한 짓을 벌이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장면 위에 커다란 글씨로 카피를 얹혔다.

똑똑한 사람은 두뇌를, 멍청한 사람은 배짱을 갖고 있다.”

똑똑한 사람은 자기를 알지만, 멍청한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똑똑한 사람은 비평가고, 멍청한 사람은 창조가다.”

똑똑한 사람은 계획을, 멍청한 사람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똑똑한 사람은 위험을 피하고, 멍청한 사람은 위험에 도전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는 걸 아니까.”

멍청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건 재미있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 절묘한 아이디어는 멍청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니 우리 모두 멍청해지자고(Be stupid.).”

이 광고 캠페인을 보고나면 슬그머니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는 살지만 별로 똑똑하게 살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이 든다. 어디엔가 있을 경쟁상대와 치열하게 칼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청바지 브랜드가 바지 사라고 하지 않고, 배짱을 사라고 한다. 용기를 사라고 한다. 사실 유럽에서 온 이 청바지를 선뜻 살 용기는 없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프리미엄 진(Premium Jean)"이다. "명품 청바지"란 뜻이다. 그러나 광고를 보고나면 제품을 당장 사러나가지는 않더라도, 브랜드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이 바로 "환기상표군(Evoked Set)" 아닌가? 그것이 다음 단계에 "고려 상표군(Consideration Set)"이 될 것이고. 광고하는 브랜드를 그리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마케터의 능력이다.

똑똑한 마케터라면 이런 멍청한 광고 캠페인은 하지 않는다. 똑똑하니까. 이런 광고로 즉각적인 매출상승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 두뇌는 있지만 배짱이 없는 셈이다. 매출을 바로 올리려면 과감하게 가격을 할인하거나, 제품을 하나 더 끼워주거나, 유통 채널을 보강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똑똑한 방법일까? 다음 달에 장사 접을 작정이라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길게 장사할 거라면 고고하게 가는 편이 낫다. 그래서 똑똑한 마케터보다 더 똑똑한 마케터는 길게 본다. 명품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오랜 세월 소비자에게 좋은 느낌을 주어야 만들어진다. 이 광고 캠페인은 브랜드 캠페인이다. 당장 다음 달의 매출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오래 입을 청바지처럼 오래오래 사랑받을 브랜드를 만드는 중이다. 나도 그렇다. 나도 브랜드니까.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오래오래 좋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명품 브랜드가 된다. 그러려면 지나치게 똑똑하게 굴지 않아야 할 일이다. 가끔 멍청해지자. 창의적이 된다.

정상수(청주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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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웅 2018-12-11 21:01:22
많이 배운 똑똑한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카피보다
누구나 단순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카피가 훌륭하듯
광고인은 가끔은 머리를 비우고 멍청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