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 vs. 비행기 vs. 송금 누가 이길까?

봉수대 vs. 비행기 vs. 송금 누가 이길까?

  • Jordan
  • 승인 2019.01.2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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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셔터스톡

속도만으로 본다면 전보(電報)만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기술도 없었다. 그전까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편지를 적어 행낭(行囊)으로 보내는 방법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거리에 따라서 최소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과거 한양에서 제주도로 편지를 부치면 한 달을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원거리 통신 수단으로 봉수대(烽燧臺)가 있었지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였다. “적이 쳐들어 오고 있다!”

오늘날 통신 수단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휴대전화와 이메일 사용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돈은 어떨까? 실시간 계좌이체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국제간 송금은 다른 문제다. 서울에 있는 한 은행 계좌에서 홍콩이나 런던 또는 뉴욕의 다른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아는가? 믿거나 말거나, 아직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상대방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현재 은행의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다. 그럼에도 해외 송금 수수료는 여전히 비싸고 실패율은 4%나 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전 세계 누구와도 실시간 통화가 가능한 시대에 살면서도 왜 아직 국제간 송금은 며칠씩이나 걸려야 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돈에 관해서라면, 사람들은 후회가 남을 선택을 하기 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쪽을 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우 "안전"은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서비스 영역의 비합리성을 개선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거나 이를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핀테크 기술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이해와 신뢰를 도모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이미 여러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된 핀테크 기술을 속속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류의 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스마트폰에 이미 전자항공권이 있음에도 종이로 인쇄된 비행기 탑승권을 손에 쥐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단 몇 초 만에 국제간 송금이 가능하더라도 이들은 은행 창구를 찾아가 외화송금신청서를 작성하고 인쇄된 송장을 받아 들어야만 안심이 된다.

핀테크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 체험토록 하여 서비스를 이해하고 믿음을 갖게 하는 일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옛말에도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하지 않았는가. 이런 까닭으로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업들은 잠재적 투자자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직접 시현하거나 체험토록 하는 미트 업(meet up) 행사를 자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물을 접할 때 직접 보고 경험해야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과 지식이 쌓이면서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또한 그런 안전감을 느낄 때 비로소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서 어떤 점은 좋고 어떤 점은 안 좋은 지에 대한 충분한 평가 데이터가 쌓여야 서비스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고객과의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축적해 나갈 때 고객의 신뢰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귀에 익숙한 말일 수 있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도 기본에 충실할 때 장기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 충성도를 끌어 올리는 방법은 먼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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