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모가디슈와 두 개의 진실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모가디슈와 두 개의 진실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07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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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는 91년 소말리아 내전의 아비규환에서 케냐로 탈출에 성공한 남북의 공관원들의 이야기다. 남측의 한신성과 북측의 림용수는 한솥밥을 나눠먹고 날아드는 총알을 피하며 탈출을 시도하며 이렇게 말한다. “살다보니 진실이 두개더라구요.” 서로의 손을 잡아 탈출에 성공한 그들은 방향을 틀어 각자의 땅으로 향한다. 삶이 있어야 이후도 기약할 수 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함께했고 이념에 따라 갈라섰다.  목숨을 부지하려는 생존 본능과 분단이라는 이념의 벽은 그들에게 모두 진실이었다.  두 개의 벽을 인정했기에 그들은 함께 살아났다.

디지털 시대를 건너가는 광고업계도 마찬가지다. 야누스같은 양면성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긍정적 측면은 데이터 활용과 관련이 있다.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속에 지천으로 깔린 앱을 열어 손끝으로 꾹꾹 누르면 당신의 행동 경로가 추적되어 금싸라기의 대이터가 된다. 어떤이는 결재를 마친뒤 사진을 찍어 주위에 알리고 리뷰까지 달아준다. 소규모 상인들의 구세주가 되어 매장의 역할은 물론 홍보대사의 노릇도 맡아주는 것이다. 이런 광고를 주무기로 하는 대행사들은 광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라는 광고주의 냉정한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답할 수 있다. 광고가 효율과 효과를 보장하는 쓸모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에코, 블랭크 등 내노라하는 디지털 대행사들은 제품 판매까지 직접 나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인터넷의 광대한 스페이스와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사이사이에 마구잡이로 끼워진 광고들이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거는지 유심히 살펴보라. 유명인의 얼굴을 앞세워 수백배의 수익률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무책임한 약속으로 도배한 비트코인 홍보 배너가 둥둥 떠다닌다. 업체에서 지원받은 제품을 자신이 돈을 주고 구매한 것처럼 속여 홍보하는 유투버나 인플루언서가 부지기수다. 인터넷의 망망대해 속에 끼어들어 교묘하게 기생하는 과장광고, 허위광고의 문제는 무분별한 댓글문화처럼 심각하다. 하지만 심의가 쉽지 않고 심의 규정도 애매하다. 처벌 규정도 미약해서 주의나 경고를 통해 수정을 유도하는 수준이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정부가 최근 일부 의료기관의 허위·과장 광고부터 사전심의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환영할만하다.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 오프라인 매체외에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 인터넷 매체만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사전심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면 건강한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다. 영화 '모가디슈'의 진실이 올 가을 학기부터 인터넷 광고심의를 맡고 대학에서 소비사회론을 가르치는 광고인에겐 디지털 광고의 양면성으로 둔갑했다. 아이디어와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겐 모든 것인 그렇게 보인다. 각장의 입장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이 내려진다. 하나의 사실 속엔 그렇게 수 많은 진실이 숨겨있다. 배경과 인과를 꼼꼼히 따져보는 감수성과 관찰력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면 진위 여부와 옥석마저 가려진다. 저마다의 탐욕과 이기를 앞세워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나와 아판사판의 패거리정쟁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있는 대선판 후보들의 진면목도 예외는 아니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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