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누구나 1%에 속하고 싶어 한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누구나 1%에 속하고 싶어 한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10.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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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1947년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홀리스터(Hollister)라는 작은 도시에서 폭주족 4천여 명이 모여서 연례 모임(rally)을 열었다. 기록에 의하면, 폭주족 단체의 시조 격인 주로 2차대전 퇴역군인들로 구성된 POBOB(Pissed Off Bastards of Bloomington, 블루밍턴의 열받은 녀석들)이 주최를 하고 몇몇 갱단들이 함께 모였다. 그런데 행사 도중 이유가 잘 알려지지 않은 채로 폭주족 한 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나머지 4천여 명의 폭주족들이 그를 빼내 오기 위하여 감옥으로 돌입하는 폭동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이 사건을 ‘홀리스터 폭동 사건’(Hollister Riot)라고 한다.

폭주족이 미국 전역에 그 이름과 존재를 떨친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 요청을 받은 ‘전미 모터사이클협회(AMA : American Motorcycle Association)'- 매드타임스의 애독자들에게는 ’AMA‘라고 하면 ’미국 마케팅협회(America Marketing Association)'이 먼저 떠오르겠다. 사람들마다 처한 위치에 따라 같은 약어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연상할 수 있다.-에서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99% motorcyclists were law-abiding citizens, and the last one percent were outlaws (99%의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은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고 단지 나머지 1%만이 법을 어기는 작자들이다).”

이 말이 나온 이후 폭주족들은 자신을 나머지 1%로 생각한다고 공공연히 외쳤다. 그리고 그들  뿐만 아니라 보통의 시민들도 1%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최소한 모터사이클을 탈 때만이라도 괜한 욕도 하고 싸움도 걸고,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리면서 범법자처럼 굴고 싶어 했다.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무뢰한 집단으로서 폭주족들의 성가와 인기를 높여주는 언급이 되었다. 실제로 여러 폭주족 단체에서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패치 안에 ‘1%’라는 글자를 새겨서 자신들의 가죽점퍼에 붙이거나 같은 모양으로 문신을 새겨서, 사회 일탈자로서의 자신들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아예 그런 사회 일탈자나 그를 지향하는 ‘One percenter(1%er)'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다양한 형태의 패치
다양한 형태의 'One percenter' 패치

사람들은 누구나 소수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반역과 일탈을 항상 꿈꾼다. 그리고 그 소수자라는 사실이 그들끼리의 결속력과 동지애를 높여 준다. 90년대 초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여러 동아리가 있었지만 제대로 모임이 이루어지고 회원들끼리 서로 연대의 눈짓이나마 주고받는 것은 애플컴퓨터인 매킨토시 사용자 동아리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전체 학생 수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자였다. 학교에서 그들만을 위하여 따로 컴퓨터 몇 대를 들여놓았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동료 학생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파일 공유하는 것도 한 번 더 변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힘들었지만 그들은 그 자체를 즐기듯이 매킨토시를 고집했다.

그들은 바로 소수자로서의 공동체 의식과 골리앗과 같은 기성 체제에 대한 반역의 정신을 물리적인 편리함보다 우선으로 둔 것이다. 이 ‘반역’ 바로 ‘Rebel'이란 것이 바로 애플(Apple)의 브랜드라고 얘기한다. 아이팟으로 시작하여 아이폰까지 다수, 곧 majority의 점유율을 보이는 엄청난 성공이 애플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애플의 ’반역‘이라는 브랜드 정신을 흐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팟을 부정하는 식으로 아이폰 커뮤니케이션의 일각을 전재했다. 한동안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더 큰 브랜드에 시비를 걸며 자신의 브랜드 성격을 명확히 했다.

다시 모터사이클 이야기로 돌아가면, 60년대에 혼다(Honda)는 혼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착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며, 기존의 1% 인간들과 자신들을 차별화하며 더 큰 그룹을 노렸다. 상당히 성공한 전략으로 평가를 받고, 혼다라는 기업이 미국에 발을 붙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혼다라는 브랜드는 그런 사회 의식적으로 지극히 상식적인 99%의 사람들을 위한 모든 이의 브랜드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하게 되었다. 흡사 내가 99%의 사람들을 위한 것일지라도, 1%만을 위한 것 인냥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여야 한다. 누구나 소수자이고자 하는 일탈의 꿈을 꾼다. 그런 꿈을 함께 꾸는 반전의 브랜드가 바로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최고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전략>(클라이드 페슬러 지음 / 박재항 옮김 / 한국CEO연구소 / 2021년 03월 13일 출간) 중 필자가 옮긴이로서 쓴 ‘역자 전기’ 일부분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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