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그 사람의 진면목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그 사람의 진면목

  • 김시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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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a)’라는 실험 영상을 찾아보라. 사람들이 공을 주고받고 있다. 실험의 통제자가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만 기억하라고 지시한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가슴을 두드리며 중앙으로 지나가는 거대한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공에 관심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인식(Perception)은 무기력하다. 조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거워야 리모컨의 성능이 뛰어날 것 같고, 향수를 뿌린 방의 물건이 더 비싼 듯하고, 따뜻한 음료를 마신 심사위원의 평가가 후한 것은 그 때문이다. 마케팅은 이런 빈틈을 파고든다. 조건을 바꾸고 상황을 연출해서 ‘다홍치마’를 만들어 소비자의 욕망을 끌어당긴다. 명품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시간을 확인하는데 수천만원짜리 시계가 필요할 것인가. 보들리야르는 이런 현대인의 소비 유형을 실질적 사용 가치가 아닌 소유와 과시에서 얻는 정서적 만족감인 기호 가치로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허상에 불과한 소유적 삶을 경계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서 존재론적 삶을 살라는 에리히 프롬의 지적도 이런 인간의 인식적 불완전성에 근거한다. 요즘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주고받는 ‘프레임’이란 용어도 다를 바 없다.

기업은 이류, 정부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했던 어느 기업가의 고언이 무색하리만큼 우리 정치판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대선판에 난무하는 독설과 비방전을 보라. 자기 점수보다 상대 점수를 깎아 승리하겠다며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원래 프레임은 ‘마음의 창’이라는 뜻이다. 공에 집중하면 고릴라를 보지 못하듯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개념이다. 이게 정치판으로 흘러들어가 범죄자의 용어로 변질됐다. 프레임을 걸고, 가두고, 씌운다고 난리법석이다. 함정을 파서 덫을 걸고 올가미를 씌워 짐승을 포획하는 악질 사냥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능력과 비전을 갖춘 후보자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 시절 은사인 리대룡 교수는 괴팍했다. 수업에 늦으면 문을 닫아걸었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인사를 거르다 혼쭐이 나는 학생이 많았다. 광고인은 철두철미한 상인이 돼야 한다며 시위도 못하게 했다. 말들이 많았다. 얼마전 그 분이 광고인을 기르라며 학교에 20억원을 내놓았다. 대단하다고 말들이 많다. 기부가 이어진다고 했다.

누구든 행동으로 판단하라. 행동은 말보다 많은 것을 보여준다. 말로 감추려는 진실마저 드러낸다. 심성은 곱지만 허풍이 심한 친구에게 우정을 기대할 수 없다. 명석한 머리를 가졌지만 냉소적인 말투를 가진 파트너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의 진면목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오늘은 과거의 퇴적물이고 미래는 오늘의 부산물이다. 우리의 미래는 그가 남기는 말이 아니라 그가 보여주는 행동에 달려 있다.

지금 그의 행적을 살펴라. 이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즐겨찾는 인터넷 플랫폼을 경계해야 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유튜브나 넷플렉스 등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추천 알고리즘은 당신이 보고 싶은 영상, 듣고 싶은 뉴스를 골라 당신에게 전달한다. 그들이 의도한 프레임 속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편향성을 강화한다. 골고루 살펴야 전모가 파악된다. 할 말은 참고 할 일은 해내는 사람을 찾아보자.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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