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Our Home Country."

[신인섭 칼럼] "Our Home Country."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09.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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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광고이다. 우선 언뜻 보기에도 100개는 훨씬 넘을 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두 페이지 컬러로 나와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리고 왼쪽 페이지 아래에 있는 “Our home country."라는 헤드라인이 호기심을 일으킨다. 카피를 보았더니 낱말의 수가 50개도 채 안되는 바디 카피가 있다.

우리는 사업을 하는 나라를 방문만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고 판매하는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같이 삽니다. 사실 우리가 모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200개국을 넘습니다. www.daimlerchrysler.com에서 더 알아 보실 수 있습니다.

19년 전 지금은 주인이 바뀐 미국 BusinessWeek 아시아판 2001년 11월 19일호에 게재된 광고다. 광고주는 합병한 독일의 다임러(Daimler)와 미국의 크라이슬러(Chrysler)인데, 두 자동차회사가 세계화시대 자동차 시장에서 싸우기 위해 합병한 일을 홍보하는 광고이다.

두 페이지에 걸친 당당한 이 광고를 보니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라는 말이 생각 난다. 아 말의 출처는 여러 군데인 듯 한데, 서양에서 20세기 초에 생긴 표현이다. 유명해진 것은 이 말을 광고에 사용한 데에서 생겼다는 설도 있다. 한문으로는 “千言不如一畵“, 우리말로는 “천 마디 말보다도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 혹은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 따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이제 격언이 되었다.

벤츠의 1886년 세계 최초의 세 바퀴 자동차

지금은 합병이 없어졌지만, 1998년 합병 때만 해도 대단한 뉴스였다. 다임러는 시작을 거슬러 가면 1886년 세계 최초로 세 바퀴 자동차를 만들어낸 Daimler-Benz이다. 1886년은 공교롭게도 한국 최초의 신문광고인 독일 상사 세창양행(世昌洋行) 광고가 한성주보에 게재되었다. 아직 광고라는 말이 보편화되지 않고 고백(告白)이라 부르던 시대였다.

자동차 제조의 시작은 다임러가 먼저였으나, 어셈블리라인 대량 생산에서는 미국 포드가 선수를 쳤다. 1920년대 중반이 되자 포드가 1,5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팔아서 기록을 세웠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포드의 세계 기록을 깬 것은 1970년대 중반이었다.

광고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천 마디 말 대신 100여개 국기 그림을 보였고, 게다가 이 모든 나라가 Our home country라고 한 헤드라인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는 여러 나라 국기 가운데 있는 태극기가 눈에 쏙 들어온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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