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한글반짝, 반짝한글

[심타의 영감기록_심촉] 한글반짝, 반짝한글

  • 심타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8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TS 한글공책
BTS 한글공책

[ 매드타임스 심타 칼럼니스트 ] 시월 중 둘째 주는 한글주간. 여기저기 소리 높여 한글 사랑을 외치지요. 이번엔 저도 소심하게 한글 사랑을 목청 높여 외치려 합니다. 글이 조금 재미없어도 양해 부탁 드려요. 그 전에 막간 퀴즈 타임. 인간 여러분, 아시나요? ‘티백’을 한글로 뭐라고 할까요. ‘드라이브스루 진료’는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요. 이 글이 끝날 때까지 잠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요. 두 단어의 한글 말은 글의 맨 끝부분에 적어 놓겠습니다.

한글 병따개
한글 점퍼

세계를 휩쓰는 BTS가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 관련 상도 휩쓰는 중입니다. 세계인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 공로를 높이 산다 하는데요. 솔직히 우수성을 알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한글이란 콘텐츠를 놀라울 정도로 성적으로 마케팅 했지요. 한글이 완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죠. 짝!짝!짝! 물개박수를 보냅니다. BTS 팀원들의 이름을 따라 쓰며 한글을 배우는 공책까지 나왔으니까요. 모 회사에선 한글 병따개를 판매하고. 헐리우드의 유명 한인출신 배우 산드라오는 한글 운동복을 입고 유명 잡지의 화보 사진을 촬영했죠. 헐리우드 배우들이 말도 안 되는 한글이 적힌 옷을 입은 모습은 해외토픽 감으로 가끔 소개되고. 이곳저곳 찾아보면 한글은 많은 곳에서 판매되는 훌륭한 마케팅 콘텐츠죠. 한글을 공무원적 (?) 생각으로 우수성을 알린다 뭐다 하면 지금의 한글의 반짝임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반짝한글이 되버리기 십상이죠. 발상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한글을 마케팅 콘텐츠로 당당하게 대우하는 발상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안 합니다. 할 생각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종대왕님 업적이라. 영어가 좋아 보여서. 콘텐츠는 색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야 해서. 이유들은 많지요.

인간 여러분, 솔직히 말해 봐요. 한글 촌스럽지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죠. 영어로 말하거나 쓰면 폼 나지만, 한글로 쓰면 시골 냄새 폴폴 나지요. 고리타분하긴 한자보다 더 하지요. 한자는 아는 척, 유식한 척 이라도 하지만. 한글은 옹아리 배우는 애기도 하는 말이라 업신여김 받기가 일쑤지요. 촌스럽다. 고리타분하다. 흔하다. 별거 아니다. 이런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압니다. 생각이 그리 쉽게 바뀌나요. 겉으로 변한 점이 없는데. 먼저, 한글이 마케팅적으로 중요한 콘텐츠의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한글에 대한 생각은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

예를 들어 가구 회사에서는 한글 디자인 가구를 고민해보세요. 영어 알파벳 디자인 가구는 아이디어가 좋다. 색다르다. 찬사를 들으며 비싼 값에 팔리는 현실. 한글 ‘ㄱ’ 자 디자인 의자. ‘ㄷ’자 소파. ‘ㅁ’자 침대. 디자이너 전문가 분들의 손길이 닿으면 엄청난 디자인이 나오겠죠. 가방손잡이를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디자인하면 독특하지 않을까요. ‘ㅎ’자 모자는요. 아하~ 한글을 응용한 다양한 디자인이 콘텐츠가 되겠네요.

광고하시는 분들은, 광고 용어부터 한글로 바꾸면 어떨까요. 지금 사용하는 광고 용어는 영어가 대부분. 마케팅과 광고의 시작이 미국이라 어쩔 수 없다고요? 어쩔 수 있다 믿습니다. 영어가 멋지게 보인다고 계속 영어를 쓰다간 광고 용어에서 한글은 사라질 것이고. 한글은 점점 더 촌스러운 말이 되겠지요. 한글을 써주세요. 그렇게 한글을 영어보다 세련된 말의 위치로 만들어주는 겁니다.

또, 큰 기업의 잘 나가는 제품의 이름을 한글로 짓습니다. 이렇게 제안하면 바로 나오는 말. 눈치 보여서 말로는 못하지만, 속으론 한글 이름은 신토불이 뭐 촌스럽지. 그 생각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큰 기업의 결정권을 가지신 분들이 움직여주세요. 한글이름 제품을 영어 이름을 지은 제품처럼 멋지게 광고하고 마케팅하면 인간들의 고정관념은 바뀔 수 있습니다. 저가 상품은 가능하지만, 고가 상품은 힘들다? 비싼 고가 상품부터 바꿔야 인식이 바뀌지요. 하나하나 찾아보면 끝없이 나오겠죠.

마지막으로, 매드타임스를 한글로 바꾸면 ‘미친신문’ 정도 되겠지요. 매드타임스 편집장님, 9일 한글날 하루만이라도 제호를 한글로 넣는 방법은 재미나지 않을까요?

분명 처음은 힘들겠지만 시도들이 쌓이면 지금, 한글의 반짝임이 반짝 한글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라는 세상에서 영원이 반짝이는 명품 콘텐츠가 될 거에요. 글 머리에 퀴즈 답입니다. 티백의 한글은 ‘봉지차’. 드라이브스루 진료의 한글은 ‘차타고 진료’ 또는 ‘승차진료’입니다.

※ 주의 사항 : 위의 썰은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일 뿐입니다. 함부로 제안에 따르지 마십시오.


심타 27년 광고 카피라이터 영감 칼럼니스트 @shimta_contents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