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DX 2.0에 도전하는 신발 메이커 아식스 (Asics)

[Trend from Tokyo] DX 2.0에 도전하는 신발 메이커 아식스 (Asics)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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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를 실행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DX)’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린다. 기업체, 관공서, 학계, 의료기관 등 분야를 불문하고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여 하나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2004년 스웨덴의 에릭 스톨터만(Eric Stolterman)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제창되었다. 정보 기술의 침투가 인간 생활의 모든 면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했다. 과거에는 물질을 정보보다 신뢰하였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재는 물질보다 정보를 신뢰하는 시대이다. 데이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변혁하는 것과 동시에 업무 방식, 기업의 조직, 문화, 풍토까지 변혁을 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의 가치관에 구애되지 않은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기존의 사업이 제공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가치를 개선하고, 고객 가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운영 체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로서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신규 사업,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서 차별화된 고객 만족을 달성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DX를 통해서 일련의 '기업 혁신’으로 연결된다. 마치 DX가 조직 경영의 만병 통치약인듯 착각할 정도이다. DX가 비껴가지 못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위에서 말한 모든 내용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DX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고찰해 보자.

 

마케팅 관점 DX 2.0

미국 마케팅 협회는 마케팅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마케팅이란 고객, 클라이언트, 파트너, 그리고 넓게는 사회를 위해 가치가 있는 제공물을 창출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달하고 교환하기 위한 활동이자 제도의 집합이며 프로세스이다.’ 

Marketing is the activity, set of institutions, and processes for creating, communicating, delivering, and exchanging offerings that have value for customers, clients, partners, and society at large. (Approved 2017)

마케팅의 개념이 넓어지고 있다. 마케팅이 더 이상 기업 활동으로서 4P로 대표되는 제품 개발, 판매 등과 같은 일부의 업무만을 지칭하는 좁은 개념이 아니다. 고객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마케팅은 사회 전체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정립해서 하는 모든 활동이다. 마케팅과 DX는 둘 다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성이 있다. 그리고 DX에는 마케팅 관점에 요구되고 마케팅이 더욱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DX는 필수이다.

마케팅 DX라고 하는 것은 마케팅이 기점으로 업무, 조직, 기업, 소비자, 사회의 변혁을 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고 이에 필요한 조직 변환을 추진한다. 그 중심에는 마케팅이 있다. 마케팅의 기능이 중심이 되어서 기업이나 사회가 트랜스포메이션 되어가는 것이다.

기업들이 최초로 적용한 DX는 백오피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DX 1.0 시대의 개념이다. 재고 관리, 급여, 회계와 같은 사내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인 ERP 등이 전형적인 예이다. 조금 지나서 고객 데이터 관리를 돕는 CRM이라는 개념이 유행했다. 이 두가지 솔루션은 기업의 내부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등 내부 통제에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최근 대면 회의가 리모트로 바뀌고 종이 자료가 디지털이나 클라우드로 변화되는 것도 DX 1.0의 대표적인 성과이다. 이 시대에는 DX는 곧 IT라는 인식이 강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DX 1.0은 거의 강제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DX 2.0의 시대이다. 이는 마케팅의 개념을 바탕에 깔고 실행하는 DX이다. DX 1.0이 내부 지향적이라면 DX 2.0은 내부보다는 외부 지향적이다. 바로 마케팅의 시작점인 고객에 집중하고 고객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점점 다양해지고 높아지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마케터의 적극적인 개입에 필요하다. 마케팅 관점이 결여된 DX는 성과를 낼 수 없고 실패로 끝날 것이다. DX에 있어서 마케팅 관점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데이터의 활용이다. 사회의 동향과 소비자의 과제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토론과 소비자 조사 분석 수법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마케터의 경험이나 감 또는 용기가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서 과학적으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케팅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발견하기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해도 DX는 성공할 수 없다. 성공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고객 관점의 마케팅이다.

마케팅을 바탕으로 하는 DX 2.0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마케팅을 바탕으로 하는 DX 2.0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아식스가 DX 2.0을 위한 노력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DX 2.0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신발 메이커 아식스가 내장 센서를 설치하여 달리는 방법을 분석해 주는 신발을 개발하였다. 운동화 바닥의 움푹 패인 곳에 20그램 정도의 소형 센서를 삽입하여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이어폰을 통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 안내를 한다. 마치 코치가 옆에 같이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착지시의 충격, 접지 시간, 발의 경사, 보폭 등의 데이터를 스마트 폰 앱으로 전송하면 이를 분석해서 신체에 부담을 줄이면서 달리는 방법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아식스는 디지털 기술을 모든 마케팅 측면에 적극 활용한다. 진정한 마케팅 DX, 즉 DX 2.0을 실행하고 있다. 먼저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 지금까지 별도로 매장에서 수집한 고객의 발의 3차원 이미지 측정을 통해 이미 100만명 이상의 발 형태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이번 신상품을 통해서 수집할 착지 충격 등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함으로써 달리는 방법과 발의 형태에 맞는 신발을 개발할 수가 있다. 향후에는 일정 기간 신발을 고객에게 빌려준 후 그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커스터마이즈된 오더 메이드 신발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술과 데이터가 신제품 개발 등 마케팅을 리드하는 마케팅 DX시대이다. 향후 모든 신발에 센서를 부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과의 접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과 같이 사용하면 미아 방지에도 활용이 가능하고 걷는 방법을 개선하여 고령자의 부상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업무 제휴도 가속화하고 있다. 카시오 계산기와 웨어러블 기기를 공동으로 개발하여 21년에 출시한다. 이용자의 운동 이력을 바탕으로 식단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슈퍼마켓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을 준비중이다. 의료, 건강 분야에도 제휴가 가능하다. 걷는 방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면 병이 걸리는 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축적한 데이터를 생명보험 가입의 심사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아식스는 디지털 기술을 마케팅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서 DX 2.0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은 이것에 시작에 불과하다.

센서가 내장된 아식스의 신제품 EVORIDE ORPHE: 운동화가 코치가 된다
센서가 내장된 아식스의 신제품 EVORIDE ORPHE : 운동화가 코치가 된다

이처럼 상품을 생산해서 판매한 것만으로 끝나는 마케팅의 시대는 종료되었다. DX 2.0 시대의 마케팅은 판매 전 그리고 판매 후에도 계속해서 고객과 연결이 되어 있다. DX는 마케팅 더 나아가서 비즈니스 전략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DX는 인간 생활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새로운 편리함과 가치를 창조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는 마케터의 끊임없는 노력과 아이디어 개발을 필요로 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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