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터는 공기와 같습니다", 김태원 이노션 국장

[인터뷰] "데이터는 공기와 같습니다", 김태원 이노션 국장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1.04.13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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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 데이터와 브랜딩! 이 둘의 만남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이 둘의 궁합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아주 좋은 만남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노션 데이터 커맨드 센터 김태원 국장. 

그는 데이터를 목적 그 자체이거나 수단으로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데이터는 그냥 공기와 같고, 물과 같은 것이라는 것. 그냥 필요할 때 갖다 쓰는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데이터에 대한 바뀌어야 하는 시각.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데이터와 크리이에티브, 데이터와 브랜딩은 어떤 관계이며, 어떻게 서로 행복한 만남을 할 수 있는 지 김태원 국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사진 비즈한국 제공

안녕하세요. 이번에 <데이터 브랜딩>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책을 쓰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데이터와 브랜드 책은 쏟아지지만 이 둘의 만남과 연결을 이야기하는 책은 왜 없지?”

제가 지금 데이터 기반 전략 기획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오리콤 브랜드 전략연구소에서 브랜드 컨설팅으로 일을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모두가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브랜드 업계에서는 이런 언급이 전혀 없는 거에요.

그런데 이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쉽지 않았어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사고 방식의 문제라고 할까요. 데이터와 브랜드의 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은 각각 차고 넘치기 때문이죠. 저는 이 둘을 저만의 남다른 방식으로 연결하고 싶었어요. 브랜드와 데이터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끈질기게 질문했죠. 변하는 세상과 발맞추어 혁신하는 데이터와 브랜드의 본질을 찾고 싶었어요. 업계에서 20년 동안의 업의 경험을 녹여내서 데이터, 분석, 전략, 브랜딩,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등의 제가 해온 일들을 하나로 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쉽고 편하고 캐주얼하게 표현해 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대화로 말이죠.

그 결과물이 “데이터 브랜딩 : 대전환시대에 데이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입니다

누구나 데이터를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아직도 데이터 마이닝 자체가 목표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이라는 말 참 많이 들으시죠? 모든 것을 데이터에 근거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모든 일을 데이터에 근거하면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없이 데이터에 근거하다보면 데이터에 종속되고 매몰되게 됩니다.

책에도 말씀드렸지만 데이터가 물과 공기처럼 상존하는 데이터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데이터가 오히려 중요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필요할 때 가져다 쓰면 되기 때문이죠.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 사고 위”에서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데이터 사고 위”라는 것은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죠. 그래서 데이터 드리븐이 아니라, 데이터 드라이빙(Data-Driving)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데이터를 다루는 목표와 우리의 방향성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특정 프로젝트의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하는 거죠. 그리고 그 다음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데이터는 거들 뿐입니다. 데이터 사고를 검증하는 재료에 불과해요.

데이터로 세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용어로 ‘조사(Research)’가 아니라 ‘수사(investigation)’가 필요합니다. 데이터를 조사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탐정과 수사관의 관점에서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바라 봐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사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현황을 묘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면, 수사는 범인을 잡는 것과 같은 문제해결에 집중합니다.

데이터 시대의 분석도 이와 같습니다. 세상 도처에 흩어진 흔적들을 모두 모아서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만듭니다. 그 안에서 단서를 찾아내고 숨은 패턴과 코드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머무르면 안됩니다.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상을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솔루션과 연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데이터 시대에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문제해결사가 되어야하는 이유입니다.

국장님께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말씀하십니다. 즉 인사이트, 목적을 갖고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사이트나 프레임이 잘못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일반적으로 그냥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빅데이터 시대 잖아요. 그러다가 전문용어로 ‘삽질’만 하게 됩니다.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아요. “나는 아니겠지” 하지만 여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냥 분석하면 상황을 묘사하게 됩니다. 구경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봅니다. 그렇게 데이터분석을 하고 거기서 답이 나올 때까지 찾습니다

우리 일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클라이언트가 제시해준 당면 과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리고 데이터 분석에서도, 이 “문제의 정의”가 핵심입니다. 이 과정을 심도있게 거치면 기자님이 말씀하시는 오류를 줄일 수 있죠.

인사이트는 그 결과물일 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만의 가설이니까요.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은 문제를 남들이 정의해놓은 그냥 그대로의 방식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있는 질문을 찾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1시간이 있고 그 해결책에 내 인생이 걸려 있다면 나는 우선 가장 적합한 질문을 찾는데 55분을 쓸 것이다. 일단 적절한 질문을 알아 낸다면 문제해결에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라는 말은 의미 심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의 폭과 깊이’입니다. 가설에 대한 생각의 폭과 깊이에 따라 분석의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과의 질은 분석 이전에 수립한 가설의 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가 해결해야할 진짜 문제를 재재설정하는 가설, 거기에서 데이터 분석은 거들 뿐입니다. 그래야 데이터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시대의 차세대 브랜딩 방법론으로 “컨텍스트 브랜딩”를 말씀하셨습니다. 국장님이 이야기하시는 컨텍스트 브랜딩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스토리를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우리는 대상의 본질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대상 그 자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과 ‘대상을 둘러싼 세상을 전체를 조망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목표로 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파악하고, 분석하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변한다면 어떨까요? 이 움직이는 대상, 변하는 실체를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맥락이 그 대상을 결정합니다.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처음부터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컨텍스트는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지배합니다. 컨텍스트가 우리가 보는 대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컨텍스트가 다르면 같은 것도 다르게 됩니다. 컨텍스트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브랜드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브랜드도 맥락이 다르면 완전이 다른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급변하는 대전환기에는 맥락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브랜드라는 대상보다는 브랜드가 처한 컨텍스트가 브랜드를 규정하는 것이죠.

대전환기의 우리의 삶도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와 함께 움직입니다. 사람들의 하루 하루의 일상과 삶이 보다 역동적이며 다채롭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가능한 브랜딩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컨텍스트 브랜딩(Contextual Branding)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삶의 맥락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주기 위한 방법론입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점을 기존의 기업과 브랜드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와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와 사람들의 삶의 맥락 안에 자리매김하고 다채로운 그들의 삶과 함께 해야 합니다.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맥락에 녹아드는 유연한 접근으로 라이프 컨텍스트 속에서 브랜드의 위치와 범위, 의미와 역할을 만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죠.

제가 몸담고 있는 이노션 데이터 커멘드 센터에서는 빅데이터 기반의 컨텍스트 브랜딩 모델(Data-Driven Contextual Branding Model)을 개발해서 브랜드 컨설팅 모듈에 실전적용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소비자 일상의 맥락에서 브랜드의 컨텍스트와 라이프 컨텍스트를 동시에 파악하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순간과 이를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컨텍스트를 도출하는 모델입니다. 결론적으로 컨텍스트 전략의 목표는 브랜드가 자신만의 고유한 컨텍스트를 규정하고 이를 확장시켜서 브랜드만의 컨텍스트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고 돋보일 수 있는 우리만의 맥락을 만들고, 그것을 삶의 맥락과 연결하는 내러티브로 고객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 스토리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가 결코 대척점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는 크리에이티브한 속성을, 크리에이터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데이터 시대에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자질, 능력은 무엇일까요?

크리에이터들은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를 제약한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현업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방향을 설정하면 여기에 근거해서 크리에이터는 실행하는 구조죠. 그래서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가 만나기는 하지만 섞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와 창의성을 죽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 시대입니다. 이제 데이터를 분석이 대상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세계관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데이터를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영감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데이터가 그 자체의 로직(Logic)이 아니라 영감의 매직(Magic)으로, 데이터를 바라보는 차원 자체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스파크가 일어나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의 도약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크리에이터의 데이터 사고입니다.

그래서 데이터 인스파이어드 크리에이티비티를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하셨군요. 그렇다면 이 개념은 무엇인가요?

현재의 메인 스트림은 데이터 드리븐 크리에이티비티(Data-driven Creativity)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세부 타깃을 중심으로 개인화된 크리에이티브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죠. 퍼포먼스 마케팅, 개인화 광고 다 여기에 해당합니다.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습니다. 소비자 각각에게 딱 맞는 콘텐츠가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개인화 광고가 보편화되면서 광고의 회피와 부정적 반응 등의 크리에이티브 본연의 가치를 거스르는 역효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본연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데이터 인스파이어드 크리에이티비티(Data-Inspired Creativity)라고 하는데요. 크리에이티브에 영감을 주는 촉매제 역할로 크리에이티브 효과와 영향력을 극대화 하는 형태로 크리에이티브와 빅 아이디어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칸(Canne) 광고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분(Creative Data Lion)에서 이 트렌드의 변화가 보입니다. 수상의 전반적 방향이 기존의 데이터 기반 개인화와 최적화 광고(Data-driven Creativity)에서 최근에는 데이터를 통해 크리에이티브의 빅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Data-inspired Creativity) 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는 Data-driven Creativity에서 Data-inspired Creativity로 점차 변화 중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개념의 변화를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개념을 바탕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Data-inspired Creativity의 프로세스는 "전략 ▶ 컨텍스트 ▶ 크리에이티브 ▶ 최적화 ▶ 평가"라는 세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략, 최적화, 평가 단계에서는 데이터가 이미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데이터를 생각할 때 최적화와 평가를 생각하는 데요.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를 조정하가나 정교화하는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온에어 전에 실시하는 광고 사전 조사(Pre-Test)가 전형적인 방법인데요. 이를 통해 콘셉트나 세부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평가하고 더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데이터를 크리에이티브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는 역할로 사용하기 보다는 위험을 관리하고 최적화 하고 평가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인스파이어드 크리에이티비티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로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결국 데이터를 크리에이티브의 도약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데이터 인스파이어드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들어내려면 크리에이티브와 컨텍스트 단계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와 영감을 제공해야 하는데요.

콘텍스트 단계에서는 크리에이티브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자신만의 고유한 콘텍스트를 발견하고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서 데이터는 사람들의 삶의 맥락에서 브랜드의 위치, 의미와 역할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소비자들의 삶의 일상과 연관된 총체적인 콘텍스트 인사이트를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크리에이티브 단계는 데이터 인스파이어드 크리에이티비티의 정수를 나타냅니다. 이는 데이터가 가져다 주는 영감이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와 직접 연결되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사진 비즈한국 제공

브랜드에 있어 “업의 개념”을 적용하셨습니다. 브랜드와 업의 개념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브랜드는 비즈니스 그 자체입니다. 다른 것은 허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브랜드는 기업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법 그 자체입니다. 기업이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일입니다. 표현과 이미지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화하고 운영화하는 것이 브랜드를 정의하는 핵심인 것이죠.

비즈니스라는 정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두가지 질문, “우리는 어떤 비즈니스에 있는가?”와 “우리는 그 일을 왜 하는가?” 가 핵심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관점에서 “업의 개념” 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전환의 시대에 고객중심의 업의 정의와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한다면 브랜드를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실제 활동과 실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고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브랜드를 그 중심에 두실 수 있을 겁니다.

브랜드 아이디얼이라는 개념도 말씀하셨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브랜드 아이디얼은 “우리 브랜드가 세상의 진보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 고민입니다. 브랜드가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를 넘어서서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브랜드의 근본적 존재이유를 밝히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는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의 답변입니다.

브랜드 아이디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이타주의의 소극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돈을 벌었으니 사회에 환원해야지”하는 소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같은 접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공익적으로 공통체와 같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공유가치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회적인 책임이나 이타주의가 아닌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면서도 기업도 성장하는 더 큰 원대한 비전입니다.

업계에서는 빅아아디어(Big Idea)가 필요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고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 만으로 부족합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과 혜택을 넘어서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 즉 ‘브랜드 만의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브랜드 세계관은 속성과 이미지라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더욱 폭넓은 문화와 우리 삶의 공통체와 연결합니다.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가장 근본적인 욕구와 기업의 진정성 있는 존재이유를 연결하는 상위 차원의 목적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서서 보다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와 고객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사회적 아젠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길고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차세대 브랜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혁신과 변화를 말씀하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바뀌어서 뭔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브랜딩은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에서 진행이 되다, 시대나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바꾸는 것이 아닐까요?

브랜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는 가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일인 것이죠. 새로운 시대에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생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브랜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기업과 조직은 모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브랜드의 에센스와 핵심 정체성을 구성하며 이를 중심으로 관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불문률이 되어 브랜드 정체성에 매몰되어 브랜드의 정체를 만들어 버린 것이죠.

하지만 세상이 변했습니다. 이름하여 ‘변화의 시대’입니다. 인터넷, 모바일, 소셜미디어, 데이터, 기술의 혁신으로 미디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어 다변화 아니, 파편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삶의 모든 양상이 모두 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원칙을 세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몇 달이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이제 그냥 문서로만 존재하는 쓸모 없는 골동품이 돼버렸습니다.

이제 말할 필요도 없이 세상 화두의 중심은 “혁신” 입니다. ‘어떻게 우리의 자산을 유지하고 보호할지’보다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품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규칙에 목메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의 가이드가 필요한 때입니다.

단적으로 우리는 브랜드를 규정하고 관리하려는 브랜드 정체성의 시각에서 브랜드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동태성의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이제 기존에 쌓아온 ‘일관성’으로 구축되지 않습니다. 일관성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대의 전형적인 산물입니다. 일관성은 모든 마케팅을 하나처럼 단일하게 보이게 하는 목적이 있죠.

사람들에게 한가지 정면 만을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는 정체성에 갇혀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강을 건너 동태성의 거대한 바다에 뛰어들어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새로운 흐름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브랜드의 축적된 자산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과 원칙만 따질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혁신 할 수 있는 애자일한 수용성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진 비즈한국 제공

책의 에디토리얼 디자인이 재미있습니다. 본문 내에서 폰트 크기나 컬러의 변화가 자유롭더라구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저는 읽기 쉽고 포인트를 잡아갈 수 있어서 참 좋았거든요.

데이터 브랜딩은 데이터와 브랜드를 연결한 전세계 통틀어 업계 최초의 책입니다. 그래서 편집도 역시 기존의 책 형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책의 구성과 내용과 편집 방향을 가지고 오랜 고민을 했습니다.

책의 주제는 무겁지만 보다 쉽게 새로운 생각과 통찰을 말하는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MZ세대 그들의 좋아하는 쉽게 소비될 있는 글과 그 형태와 형식을 택했습니다. 전형적인 책의 편집으로는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알고 싶지만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도 어렵고 브랜드도 어렵고, 이 둘을 연결한다니 얼마나 어려울까?”지래 겁먹고 손에 집지도 않을 거거든요. 그래서 강연형식으로 구성했어요. 그리고 편집방식도 의미 중심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장을 쪼갰구요.

지식을 전달하는 목표로 만들었다면 이렇게 구성하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에 내용은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지식의 내용 보다는 새로운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아마 이런 시도는 많지 않을 겁니다.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죠. 편집의 노력이 일반 책의 2-3배는 들었습니다. 유엑스 리뷰의 현오영 팀장님이 제 의견과 편집 방향을 전적으로 이해해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새로운 형태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유엑스리뷰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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