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사는 언어

[신인섭 칼럼 ]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사는 언어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04.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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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공식 호칭은 COVID-19이다. "CO"는 코로나, “VI"는 바이러스, 19는 최초 발견 연도 표시이다. 기껏해야 1년 5개월 전에 시작된 이 병은 온 지구를 덮었다. 대통령, 수상으로부터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인종, 민족, 종교, 이념 등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1년 남짓한 기간에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이렇게 부른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139,979,449 명(2021.4.15 현재), 사망자는 3,000,115 명이다.

새로운 COVID-19시대가 되니 새로운 말들이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란 말이 나오고 되도록 나가 다니지 말라 하니 “집콕“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집에서 ”재택 근무, 재택 경제“ 생활을 하며 모든 연락은 ”비대면”으로 “언택트(Untact)” 방식이다. 하루 세 끼 밥만 먹고 운동은 안 하고 있으니, 어느덧 살이 쪄서 ”확찐자“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회의는 ”줌“을 이용한 "원격회의"이고, 이따금 식사는 ”이-커머스(e-Commerce)로 주문한다. 이런 생활 어지간히 하고 나면 싫증이 나고 우울증이 생기는데, 이 현상이 “코로나 불루(Bue)"이다. 독신 생활이면 ”혼밥”이나 “혼주”를 든다.

나이는 90을 넘었지만 호기심은 여전해 “코로나 시대의 신조어“를 두들겼더니 수두룩 나오는데 이미 1년 전에 ”코로나 시대의 신조어, 일본 사회“라는 우리말과 영문으로 쓴 논문이 있다. 발행 기관은 경희대학교 비교문화 연구소이다. 작년 7월 5~31일 기간 일본에서 코로나 관련 신문기사와 트위터에 오른 코로나 관련 글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107개의 신조어가 있었다. (일본은 한문을 사용하므로) 한문글자로 된 것이 39개, 외래어는 일본 관례에 따라 일본 문자 둘 중의 하나인 카타카나(カタカナ) 글자로 표시한 것이 68개였다. 정부의 발표를 약간 비꼬아 만든 말들, 예컨대 아베 수상 때이므로 ”아베노(아베 수상의) 마스크“, “아베 나베(찌개)” 등이다. 아울러 7월에 발표된 침체된 관광 부양책을 위해 추가 예산 1.7조엔(17조원)을 투입해 시작한 각종 할인 혜택 제공 방침, 영어로 Go To를 비꼰 말들이 나왔다. 대대적인 정부 캠페인은 "GO TO Travel", "GO TO Eat"를 “GO TO 코로나 감염증 확대 캠페인”, “GOTO 살인 캠페인“, ”GOTO 이권“ 등과 함께 ”GOTO Trouble"이란 발음이 비슷한 영어를 사용한 표현이다. 신조어란 코로나 19 속의 일본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경희대학교의 논문과 함께 이번에는 “확찐자? 언택트 취업? 코로나 19 신조어 몇개나 아세요?”라는 의사협회의 의협신문을 보았다. 역시 1년 전 4월 10일자 기사인데 흥미 진진하다. 제목이 “확찐자”인데 동네 아주머니가 밖에 다니기 무서워서 집에서 1주일 동안 밥만 먹고 운동이란 일체 하지 않더니 ‘학찐자’로 판정이 났다는 것이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확찐자”린 “살찐자”를 연상케 하는 말이다.

작년 대구 “신천지”라는 사교 집회에서 수많은 감염자가 나온 뒤에 생긴 말로 “살(殺)천지”란 말이 있었다. 조금 야한 “코로난가”란 글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어후 진짜 사람 심리가

열 남 - 어, 코로난가

기침 - 어, 코로난가

두통 - 어, 코로난가

재채기 - 어, 코로난가

배 아픔 - 어, 코로난가

몸살 같음 - 어, 코로난가

뭐든 코로나 같음. 이제 똥 마려워도 코로나 걸린 것 같다고 막 그럼.

작년 2월이었던가. 마스크가 “배급“일 때는 ”금(마)스크“란 말이 나왔다. 가계부란 말 대신 일찌감치 약국에 가서 줄섰다가 비싼 값 내고 마스크를 ”배급 받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 가계부 대신 ”마(스크)계부“란 말도 생겼다. 한 동안 Pandemic 이란 영어 낱말 번역이 오락가락 하다가 ”감염증“으로 정착했다. Post-Corona란 말, 그리고 New Normal이란 말도 퍼졌다. Covidiot(코비디옷)란 말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줄인 말 "Cov"에다 ”Idiot(바보)"라는 말을 합친 신조어이다. 그런데 진짜 혹독한 표현은 Coronapocalypse일 것이다. 기독교의 신약 성경 마지막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대사건, 대참사를 뜻하는 말과 코로나를 합친 말, Corona+Apocalypse.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은 미국에서는 멋진 마스크 관련 그림이 수많이 나왔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기야 미국은 United States of America, 즉 미합중국(合衆國)이니까.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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