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어버이날 선호 선물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어버이날 선호 선물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5.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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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어버이날 선호 선물들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생필품인 설탕, 조미료, 손수건, 양말, 면도기 등이 주류였다. 1980년대 어느 정도 기본적인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되면서 건강을 챙겨드려야 한다면서 건강식품들이 인기품목으로 등장했다. 영지버섯, 로얄젤리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에는 노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갔다. 좀 있는 집에서는 골프채를 비롯한 골프용품이 환영을 받았다. 크루즈 등 여행상품도 주목 대상이었다. 2000년대에는 현금이 단연 1위로 나온다. 부모에게 물었을 때도 다른 것보다 현금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미국에서 5월 둘째 일요일은 어머니날(Mothers' Day)이다. 5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어머니날을 언급하며 관련된 행사나 선물 품목 등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눈에 자주 띈다. 3년 전 아침 뉴욕 출장 중 어머니날을 맞이했는데, 인기 있는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NBC 투데이쇼에서 '어머니날에 어머니들은 무엇을 정말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그 답을 세 가지 단계로 정리했다.

필자가 직접 찍은 NBC 투데이쇼 화면

첫째, 하루를 온전히 혼자 있게 해달라.
둘째, 가족과 정답게 하루를 보내자.
셋째, 좋은 말이 적힌 카드를 달라.

이 결과를 두고 방송의 패널 격으로 출연한 중년의 여성들과 얘기했는데, 모두가 앞다퉈 동의했다. 애들이나 남편들을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챙겨야 하는 일상에서 벗어난 혼자만 즐기는 하루가 어머니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고, 진심으로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요즘은 가족들에게 그런 요구를 하고 자신만의 휴가를 선택하여 호텔에 1박2일 숙박하여 방에서 TV만 보고 오는 어머니들도 있다고 한다. 그 심정에 공감한다. 한국의 어머니들도 공감하는 걸 귀국한 후에 확인했다. 그런데 한국의 아버지들이 더욱 격하게 공감했다. 중년으로 넘어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남자에게 더욱 절실하다고 한다. 전업주부의 오롯이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부럽다고 하는데, 매일 그렇게 집에 있으며 가사에 치이면 그런 소리는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신을 그렇게 추스른 후에는 역시나 가족이다.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하루 싸우지 않고 온전히 함께 지내기만 해도 어머니들은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들이 몸 아프지 않고, 세끼 밥만 먹어줘도 고맙다고 하시지 않던가. 그런 연후에야 어머니날 기념 카드 등에 좋은 말들 적어서 주면 고마울 뿐이다. 

방송 보도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날을 맞아 거꾸로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머니날을 맞았으니 '카드라도 꽃과 함께 드리자'라고 시작하여, 좀 더 정성을 들이면 함께 하는 행사를 만든다. 그래봤자 식사 한번 하면서 좋은 분위기 만들려고 하나, 애들이 싸우고 이상하게 흘러가기 십상이다. 그나마 어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한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는 행사로 변해버리기 쉽다.

미국에는 아버지날이 따로 있으니 그 아버지날에 아버지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항목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한국에서의 둘을 합친 어버이날의 선물에서는 최선호 품목으로 앞에서 언급한 대로 현금이 평정했다. 거기에도 여러 반전이 숨어 있다. 원하는 것을 알아서 받은 현금으로 사겠다는 현실적인 면도 있으나, 자식들이 굳이 선물 고르느라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버이의 배려가 담겨 있기도 하다. 어린이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세가지 중 어느 것이 가장 부담스러운지 물었다. 어버이날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걸 보면 선물 고르는 수고라도 덜어주는 부모 마음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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