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마케팅 마이오피아 (Marketing Myopia)

[Trend from Tokyo] 마케팅 마이오피아 (Marketing Myopia)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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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마케팅 마이오피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는 근시안(myopia)적 마케팅을 일컫는 용어로, 1975년 당시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하버드대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동명의 논문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먼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고 바로 앞에 닥친 상황만 고려한 마케팅을 이르는 말다. 스스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나치게 맹신한 나머지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간과하고 제품, 서비스 자체에 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고객 가치 중심의 관점이 아닌 제품 중심의 협소한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존립조차도 어렵게 된다. 아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제작한 비디오를 보면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The Explainer: Don’t Just Sell Stuff - Satisfy Needs

철도 회사가 아니고 운송 회사이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로 인해 큰 실패를 한 업계가 미국의 철도회사이다. 미국에서 승객과 화물에 대한 수송 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철도회사의 성장성이 둔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당시 미국 철도회사들이 자신들의 산업을 운송업(Transportation Business)으로 보지 않고 철도업(Railroad Business)으로만 국한해 자동차나 항공기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에 고객을 뺏겨 위기를 맞게 된다. 다른 교통 수단과의 경쟁 없이 운송 수단이라는 점만 믿고 안일하게 대응하였다가 민간사업자들이 줄파산 위기를 맞았다. 그들은 고객지향의 ‘수송’(Transportation)이 아니라 메이커 입장만 강조하는 ‘철도’(Railroad) 지향으로 사업 목적을 잘못 잡아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근시안적 시각을 가진 조직 또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 마케팅 마이오피아에서 탈피해 미래시장에 주목하고 기존 사업영역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확장을 모색해야 한다.

Marketing Myopia, Theodore Levitt
Marketing Myopia, Theodore Levitt

마케팅 마이오피아를 극복한 사례

미국 철도 회사의 실패와 반대되는 사례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내 도시를 잇는 항공사로서 자사를 ‘항공여객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교통 화물 여객 서비스’로 확장해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철도나 고속버스 등 다른 운송 수단과의 가격적, 편의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키는 1990년대 말 매출 정체 이유를 분석한 결과, 게임기 시장의 성장으로 제품 판매가 저조한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경쟁 상대를 IT 업체까지 확대하였다. 그 결과 IT 기술을 활용한 센서를 장착한 운동화 등을 출시하면서 매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경우는 자신의 영역을 단순하게 ‘커피 판매’로 한정하지 않고 ‘휴식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간’으로 정의함으로써 마케팅 마이오피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초기 전략도 스타벅스의 경쟁상대는 영화관, 도서관 등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모든 공간으로 정했다. 단순한 커피만을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집이나 직장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 즉 제3의 공간을 제공하였다.

 

소비자와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하여야 할 시기

코로나와 같은 급격한 변화와 위기의 시기야 말로 근시안적인 마케팅 마이오피아에 빠지기 쉽다. 눈앞에 보이는 급박한 문제에 집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야 말로 소비자와 시장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코로나 시대의 소비자는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생각하면서 브랜드로부터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브랜드로부터 새로운 것을 들으려 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머리 속 캔버스에 새로운 그림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이다. 스토리를 가지고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시기이다. 소비자 가슴 속 깊이 들어가 그들의 원츠와 니즈 (wants and needs)를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시기이다. 제품 지향적이 아닌 소비자 지향적으로 변화해서 어떻게 하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시기이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마케팅 마이오피아의 개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많은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의 이자카야가 위기이다. 이자카야(居酒屋)는 술 종류와 그에 따른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으로 80년대 버블 경제를 등에 업고 급성장하였다. 이자카야 업계는 2020년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160 종류 업계 중에서 128위에 위치하고 있고 0.6조 엔 정도의 규모이다. 우리말로 선술집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한국에도 일본식 이자카야가 많이 진출하면서 일본말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이자카야 업계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감소 경향이다. 젊은이들의 술 소비와 직장인들의 회식이 감소하고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화되면서 향후에도 업계의 전망이 어둡다. 작년에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 업종 전환, 또는 점심만 제공하는 체인점이 나오는 등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대형 이자카야 체인점 와타미(和民)는 60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고 향후에도 점점 줄여갈 예정이다. 그 대신에 야키니쿠점(한국식 고기집)이나 가라아게(치킨요리) 전문점으로 업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와타미가 현재 운영중인 한국 치킨 브랜드인 ‘BBQ치킨점’의 규모를 더욱 늘려간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 이자카야의 대표주자 와타미가 계속 ‘이자카야’로 남아있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와타미의 비즈니스를 ‘이자카야’로만 정의해버리면 미국의 철도회사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향후 와타미는 어떤 비즈니스에 속해야 하는가? 미국에서 발생했던 철도 비즈니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와타미를 대표 주자로 하고 있는 이자카야 업종이 어떻게 마케팅 마이오피아를 극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하이브 (Hybe)와 마케팅 마이오피아

이러한 가운데 마케팅 마이오피아와 관련해서 고무적인 한국발 뉴스가 있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로 잘 알려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한 뒤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플랫폼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예인을 발굴, 육성하는 연예 기획사를 넘어 솔루션과 플랫폼까지 확보해 무한대로 확장하려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레이블의 창작물을 바탕으로 2, 3차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솔루션, 이런 비즈니스를 담아내는 플랫폼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무한대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하이브의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브의 이런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음악시장의 주도권을 우리나라가 가져올 수 있는 꿈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연예 기획사’라고 하는 좁은 개념으로 비즈니스를 규정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 비즈니스 방향을 재정립한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해서 탄생한 하이브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다. 마케팅 마이오피아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마케팅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 HYBE : NEW BRAND PRESENTATION

Big Hit Entertainment에서 Hybe로 새로운 도약
Big Hit Entertainment에서 Hybe로 새로운 도약

IT’s Thinking Time

코로나의 시기야 말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적절한 기회이다. 큰 안목을 가지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생각하면서 마케팅 마이오피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또한 마케팅 마이오피아는 현대와 같은 복잡화되고 글로벌화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장에 어떠한 기회가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근본적인 솔루션이 무언 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고객의 개념과 니즈는 환경이나 시대에 따라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눈 앞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면서 대국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는 비즈니스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삶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삶이 재미없고 생산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인생의 마케팅 마이오피아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들도 기존의 삶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이 자극을 주는 목표와 삶의 원동력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나 인생에서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는 그 생명력이 오래 가지 못한다.

역사학사 토인비 (Arnold Toynbee)의 어록 중에 ‘Great civilizations are not murdered. They commit suicide’ (위대한 문명은 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살한다.) 라는 말이 있다. 마케팅 마이오피아는 토인비의 명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업이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고 코앞에 닥친 상황만 고려하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마찬가지이다. 고전, 기본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교훈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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