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Canadian.”

“I am Canadian.”

  • 브라이언 박 통신원
  • 승인 2019.01.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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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는 것을 찾아내든, 없는 것을 만들어내든, 그것이 제품이든 기업이든 무엇이 됐든,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결국 매출 증대로 가져가는 것이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이다. 그래서기업들은 BI, CI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심지어 정치인조차도 PI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인식한 이미지=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있는 광고 “I am Canadian”은 캐나다 맥주 회사인 몰슨 (Molson)이 특히 2000년 3월부터 미국의 맥주회사 쿠어스 (Coors)와 합병하게 되는 2005년까지 집행했던 광고 캠페인이다. 몰슨은 이 광고로 2001년에 캐나다의 Gold Quill상을 수상했다. 광고 제목에서 벌써 알 수 있듯이, 캐나다와 캐나다 사람의 정체성을 1분 동안에 조 (Joe)라는 평범한 캐나다 청년을 통해 보여주면서, 몰슨의 ‘Canadian’ 맥주를 광고하고 있다.

2000년 3월에 캐나다에 랜딩해서 정신을 좀 차린 후에 이 CF를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아, 미국 사람들은 캐나다에 대해서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바로 이웃인 캐나다에 대해 이 정도로 무지한 줄은 몰랐었다. 물론 몰슨이 자기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좀 과장한 측면도 있지만, 나름 팩트를 반영한 것이기에 신출나기 캐나다 이민자인 나에게는 아주 신선했다.

이 CF에서 평범한 캐나다 청년 청년 조 (Joe)는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벌목꾼도 아니고 모피상도 아닙니다.

저는 이글루에 살지도 않고 고래 기름을 먹지도 않아요. 개썰매를 갖고 있지도 않죠.

저는 캐나다에서 온 지미, 샐리, 수지를 알지 못합니다. 물론 아주 좋은 사람들이겠지만 말이죠.

저에게는 대통령이 아닌 수상이 있습니다.

저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죠. 미국말이 아니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걸 ‘어바웃’이라고 발음해요. ‘어붓’이라고 하지 않죠.

저는 가방에 캐나다 국기를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닙니다. 저는 치안 유지가 아닌 평화 유지를 믿고, 동화 (同化)가 아닌 다양성을 믿죠.

그리고 비버는 정말 자랑스럽고 고귀한 동물입니다.

이 털모자는 ‘Hat’고, 체스터필드는 소파입니다. 이건 (z) ‘제트’죠. ‘지’가 아닙니다. ‘제트’입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크고, 하키는 세계 최고죠. 북미에 있는 나라 중에 최고예요.

제 이름은 조, 캐내디언입니다.”

여기서 조 (Joe)는 캐나다에 대해 무지한 미국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비꼬면서 캐나다 사람들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 즉, 몰슨은 이 CF를 통해 캐나다와 캐나다 사람의 Identity를 강조해서, 미국 맥주가 아닌 몰슨의 ‘Canadian’ 맥주를 마시라는 강한 암시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캐나다의 정체성을 주제로 하는 광고에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인 팀 홀튼즈 (Tim Horton’s)도 빠지지 않는다. 캐나다 사람들은 팀홀튼즈 커피를 사랑한다. 스타벅스가 많이 밀고 들어왔지만, 캐나다는 여전히 팀홀튼즈를 제일 사랑한다. 팀홀튼즈에는 ‘Canada is hockey. Hockey is Canada.’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창립자 중 한 사람인 팀 홀튼(Tim Horton) 자신이 과거 토론토 메이플 리프 (Toronto Maple Leafs)의 하키 선수였다. 그래서 팀홀튼즈의 광고는 하키를 소재로 하는 것이 많다.

캐나다 사람들은 이런 광고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를 팀홀튼즈 커피가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홀즌즈 광고 슬로건 중 하나는 ‘We never forget where we came from’이다. ‘저희는 결코 저희의 뿌리를 잊지 않습니다.’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캐나다 부모들은 아이들 하키 연습과 시합에 많은 시간을 쓴다. 동양계 부모는 많지 않지만, 나도 그중 하나였다. 아이에게 하키를 시키려면 꼭두새벽에 또는 늦은 저녁에 아들의 하키 연습 또는 하키 시합을 지켜보면서 1-2시간을 추운 하키장에서 보내야 한다. 이때 하키장 스탠드에 앉아서 마시는 따뜻한 팀홀튼즈 커피는 마약이다. 팀홀튼즈는 이런 스토리를 판다. 광고 슬로건도 ‘Every cup tells a story’에다가 동양적 정서로 소비자들을 감동시킨다.

이 CF는 하키를 좋아하던 아들에게 하키는 신경 끄고 공부하라고 항상 잔소리만 하던 아버지가 알고보니 아들의 게임을 아들 모르게 다 보고 있었고, 아들의 어릴 적 하키팀 사진까지 가지고 다녔었다는 실제 스토리를 CF로 만든 것이다. 마지막에 아들이 감격해서 고맙다고 하니까, 무뚝뚝하게 ‘내 사진이나 돌려줘.’라고 하는 아버지. 이런 광고를 보고 어떤 부모가 꼭두새벽에 또는 늦은 저녁에 스타벅스 커피를 가지고 하키장에 들어서겠는가?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 사람으로 오인받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는다. 이런 캐나다의 정서를 아는 미국 회사들은 자연히 캐나다에서 장사를 하려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월마트는 매장에 캐나다 국기를 게양하고, 맥도널드 햄버거는 아예 로고에 캐나다를 상징하는 빨간 단풍잎을 새겨 넣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회사가 캐나다를 만만하게 보고 들어왔다가 손들고 나가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금융 부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세계 최대 보험회사라는 AIG도 캐나다에서 손들고 나갔고, 메릴린치도 진작에 문을 닫고 나갔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타켓 (Target)도 역시 캐나다에 들어왔다가 캐나다 시장과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물량 공세만 폈다가 오래 장사도 못하고 약 2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채 문을 닫았다.

시장과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은 어느 시장에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특히 캐나다 시장과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의 깊은 곳에는 ‘I am Canadian.’과 ‘We never forget where we came from.’의 조용한 목소리가 흐르고 있음을 말이다.


브라이언 박 전 제일기획 국제사업부 차장, 전 이노션 캐나다 관리 총괄, 현 캐나다 재정투자전문가 bycpark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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