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음주도 체험의 시대이다

[Trend from Tokyo] 음주도 체험의 시대이다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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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 코로나가 이전부터 주류에 대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도수 높은 ‘센 술’이 주류 시장을 이끄는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감각적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또한 주류 시장에서의 여성 소비자가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0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여성의 월간 음주율은 43.4%이었던데 반해 2019년 기준 48.3%로 증가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남성의 월간 음주율이 75.8%에서 73.4%로 감소된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여성 소비자들의 등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도 역시 최근 여성 소비자들의 등장으로 민감한 시장 변화가 보여지고 있다. 중국 최대 규모의 경제 전문 매거진 ‘CBNData’이 발표한 ‘2020년 중국청년주류트렌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 역사상 최초로 알코올 구매자 중 여성 소비자의 증가 속도가 남성의 것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여성들의 개인 가처분 소득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 여가에 대한 여성의 욕구 표출 등에 대한 관심이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류 시장 역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트렌드 이동 현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여성들이 주도하는 주류 시장의 분위기는 미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이 가진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주류 트렌드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술'을 표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음주 문화는 동료, 친구들과 ‘퇴근 후 한잔’을 즐기는 등 한국과 매우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퇴근 후의 한잔’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에 집에서 마시는 ‘홈술’이 대세이다. 변화한 것은 마시는 방법이나 장소만이 아니다. 주류에 대한 선택지가 이전에 비해서 많이 늘어나면서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화 되어가고 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 등장한 일본의 변화된 주류 소비의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보자.

특별한 체험

첫 번째로는 회식이 줄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짐에 따른 ‘홈술’ 트렌드와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한다. ‘회원제 배달 맥주’를 통한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린 맥주가 시작하였다. 21년 3월부터 회원제 가정용 생맥주 서버 사업인 ‘홈탭 (Home Tap)’를 본격적으로 론칭하였다. 이 사업은 2017년부터 시작하였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체제를 정비해서 최근에 전국적으로 전개하게 되었다. 기존 회원 2만명을 기반으로 해서 21년도 회원 확보 10만명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TV 광고를 필두로 신문광고, 전단, 체험 이벤트, 인플루엔서 마케팅등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시작했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공장에서 가정으로 직접 배달된 맥주를 전용 맥주 서버를 사용해서 기린이 생산하는 ‘본격적인 생맥주 (나마비루)’를 맛볼 수 있다. 회원에 가입하면 한 달에 두 번 산소 투과를 방지하는 패트병에 들어 있는 맥주가 배달되고 이를 보냉 기능이 있는 전용 서버에 장착을 하면 진짜 맛의 생맥주를 즐길 준비가 완료된다. 기린의 주력 브랜드인 ‘이치방시보리 생맥주 (一番搾り生ビール’)뿐 아니라 기린이 생산하는 몇 종류의 크래프트 맥주 중에서 선택해서 주문이 가능하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캔맥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가정에서 본격적인 고급 생맥주를 자신이 직접 생맥주 서버로부터 따라 마시는 특별한 체험이라고 하는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홈술의 고급화’ 인 것이다. 집에서 혼술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고 친구나 동료 등을 초대하는 홈 파티에 적격일 것 같다. 맥주를 즐기는 애주가라면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홈바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 소비에 있어서도 새롭고 차별화된 체험이 요구되어지는 시대이다. 가정 중심의 트렌드에 포커스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새로운 음주 문화에 맞게 주류 메이커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개발할 여지가 있음은 분명하다.

가정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생맥주 Kirin Home Tap
가정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생맥주 Kirin Home Tap

기린 맥주 ‘홈탭’ TV 론칭 광고

개성파 음주

크래프트 맥주에 이어서 소규모의 메이커에 의해 만들어지는 크래프트 위스키가 증가하고 있다. 크래프트는 장인에 의한 소규모 생산이다. 맥주의 경우 쓴맛이나 향미 등을 추가해서 기존 맥주로는 만족을 못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크래프트 맥주가 전체 맥주 소비의 25%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크래프트 맥주 소비가 크래프트 위스키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한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는 증류소가 130개가 넘었고 일본에서도 21년 1월 현재 34 증류소가 성업 중이다. 최근 6년간 4배가 증가하였다. 미국은 19년도에 이미 증류소가 1,836개를 넘었는데 10년 전에 비해서 9배 늘어난 숫자이다.

이처럼 위스키도 크래프트 맥주처럼 향미 그리고 생산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대규모 양조 회사가 지배하다시피 한 위스키 시장에 중소 규모의 증류소가 새롭게 참가함으로써 개성적이면서 독특한 향미를 추구하는 애주가의 입맛에 맞춘 크래프트 위스키 시장이 점점 활성화될 전망이다. 일본에는 산토리, 니카, 기린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위스키 브랜드가 이미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이면서 장인들이 혼을 불어넣어서 만들어 내는 크래프트 위스키에 대한 팬층이 확대되어지고 있다.

크래프트 위스키 TSUNUKI
크래프트 위스키 TSUNUKI

Slow and Smart

세계 보건기구 (WHO)는 비감염성 질환 (생활습관 질환)에 의한 30세부터 70세까지의 사망률을 2025년까지 25%로 삭감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비감염성 질환의 요인 중의 하나로 주류 소비를 들고 있다. 특히 WHO 유럽지부의 경우는 코로나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음주를 가속화하고 음주를 통한 사람과의 접촉이 중요한 감염확대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주류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네델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광고 매체비의 10%를 책임 있는 음주에 관한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미국에서는 가게 오픈 후 손님이 적은 시간에 실시하는 ‘Happy Hour’를 일부 주에서 금지한다. 일본의 경우 과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미호다이(飲み放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제한 없이 주류를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중지하는 술집에 등장했다.

일본의 경우 음주에 대한 규제 및 인식을 반영하고 주류의 다양화로 인해 20년도의 맥주 시장 규모는 09년도에 비해 72%로 감소되었다. 반면에 ‘논 알코올’ 맥주는 4.3배 늘어났다. 맥주 회사들은 음주량 억제를 위한 적정 음주 계몽활동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논 알콜 맥주를 중심으로 ‘논 알콜 주류 음료’는 앞으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맛도 점점 진화해서 진짜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CSV (Creating Shared Value) 즉, 사회에 대한 공유 가치 창출이라고 하는 선진 기업을 지향하는 주류 회사들은 소비자의 건강에 공헌하는 주류 메이커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논 알콜 주류 음료’를 강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처럼 논 알콜 주류 음료 소비가 늘고 있다. 동시에 ‘Slow and Smart Drink’가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많은 주류 회사가 최근 건전한 음주 문화 계몽 활동을 추진하면서 만들어낸 슬로건이다.

기린의 슬로건
기린의 슬로건
논 알콜 주류 음료는 맥주이외에도 다양하다
논 알콜 주류 음료는 맥주이외에도 다양하다

고급화

마지막 키워드는 고급화이다. 고급화를 넘어서 ‘수퍼 고급화’가 음주의 트렌드로 등장했다. 특히 일본 사케(니혼슈)에 있어서의 고급화가 눈에 띈다. 사케의 경우는 제품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가격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특급, 일급(또는 다이킨조 大吟醸, 긴조吟醸)처럼 사케의 랭크에 따라 가격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다이킨조의 경우는 1,800ml의 경우 5,000엔 정도로 그 이상 비싼 것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본의 한 벤처 기업이 ‘SAKE HUNDRED’ 라는 브랜드로 주력제품 720ml를 27,500엔에 판매하고 있다. 술집도 아닌데 사케 한 병에 우리나라 돈으로 30만원 가까이한다는 얘기이다. 해외에서 열린 니혼슈 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8월부터 판매를 개시하였는데 3일만에 완판되었다. 올해 들어 다시 판매를 재개하였는데 인기가 너무 좋고 수량이 제한되어서 추첨을 통한 판매를 실시할 정도이다.

「SAKE HUNDRED」브랜드의 대표상품. 판매 가격 27,500엔 (720ml)
「SAKE HUNDRED」 브랜드의 대표상품. 판매 가격 27,500엔 (720ml)

트렌드에 대한 생각

이상 네 가지 키워드 즉, ‘특별한 체험’, ‘개성’, ‘Slow & Smart’ 마지막으로 ‘고급화’를 가지고 일본 주류 소비에 대한 트렌드를 고찰하였다. 글을 정리해가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주류에 한정된 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구, 음식, 의류, 여행 등 유형 무형의 다양한 제품, 서비스가 공통된 트렌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시대를 반영하는 공통 분모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 나가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마케터들은 쉴 틈이 없다. 항상 변화를 찾아냄과 동시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라는 것은 유기물처럼 항상 흐르고 있다. 작은 것으로 시작해서 큰 흐름으로 바뀔 수도 있고 조금 지나서 흐지부지 사라져 가는 경우도 있다. 마케터는 냉철한 환경 분석과 무한한 상상력을 무기로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식견을 길러야 한다. 동시에 미래를 개척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라는 말을 했다. 시장의 움직임을 잘 읽어서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것도 마케터의 역할이다. 시장의 대세만을 따라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이미 늦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마케터의 몫이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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