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김병희 교수,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 출간

[Book] 김병희 교수,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 출간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1.06.1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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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지음 / 반양장, 336쪽 /학지사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 기업에서 아트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은데, 광고가 예술을 만나 특별해지는 순간에 주목한 신간이 발간됐다.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을 역임한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의 김병희 교수는 최근 저서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학지사)을 출간했다. 예술(art)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인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이란 광고에 예술 기법과 요소를 결합시켜 예술의 광고화와 광고의 예술화를 시도하는 표현 장르이자 예술 주입의 한 형태다.

광고를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 예술’이라고 지칭한 학자도 드물게 있기는 했지만, 광고의 예술화나 예술 광고를 지향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더욱이 브랜드와 콘텐츠를 다각도로 연결하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효과를 인정받게 되자 광고와 예술이 사귈 기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광고를 보면서 예술과 함께 있었다는 느낌을 그리워하며 광고하는 브랜드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에 있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은 광고와 예술의 행복한 결혼을 떠올리게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라는 영화광고 카피는 예술과 광고가 서로를 만나 특별해지는 순간을 만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광고는 예술인가, 과학인가

광고가 과학이냐 예술이냐의 논쟁은 데이비드 오길비와 윌리엄 번벅이 광고에 접근하는 관점의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대는 미국 광고계에서 크리에이티브 혁명의 시대였다.

오길비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철학은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을 말할까(What to say)를 찾기’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막힌 아이디어는 비과학적인 신비성에 불과했다. 광고물의 완성도나 광고 창작자의 솜씨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인 문제였을 뿐이다.

오길비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예술성을 추구하기보다 과학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철학은 후대의 광고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길비가 광고는 과학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면, 동시대의 거장 윌리엄 번벅(William Bernbach, 1911~1982)은 광고는 예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광고가 과학이라는 오길비의 믿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효과적인 광고 창작을 하려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접근 방법이 아닌 예술적 직관과 재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사 결과 자체는 자료 더미에 불과하고, 조사 결과에서 나온 수치를 창조적으로 읽어 내지 못하면 무의미하며, 창의적인 시사점을 주지 못하는 단순한 조사 보고서는 크리에이티브의 교도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번벅은 오길비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광고 창의성을 이해했는데, 그가 제시한 광고 창작의 원칙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놀라움(magic)은 언제나 상품에 내재하며, 광고에서의 과학과 예술 논쟁 광고에서의 법칙이란 광고 창작자가 타파해야 할 무엇이기에 광고는 절대로 공식에 따라서 창작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광고 창작자들은 광고가 과학이라는 믿음을 가장 먼저 타파해야 하며, 일단 법칙을 익히기는 하되 나중에 가서는 그 법칙들을 타파하기를 권고했다.

오길비가 광고 표현에 있어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강조했다면, 번벅은 이와 상반되는 접근 방법인 ‘어떻게 말할 것인가’ 를 중시했다. 번벅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철학은 ‘메시지를 공들여 표현하는 창작 솜씨(execution)’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들여 표현하는 창작 솜씨가 메시지의 내용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번벅은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창작 솜씨라고 강조했다.

15초짜리 영화, 이것이 광고다

텔레비전 광고의 15초라는 짧은 길이를 늘리고 영화의 긴 시간을 줄였다는 점에서 광고영화는 광고 표현의 영토를 새롭게 확장시킨 장르다.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어떤 제품을 잠깐 노출하는 것이 PPL이라면, 광고영화에서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영화 주인공처럼 핵심 소재가 된다. 광고와 영화에서 각각 이기적 유전자끼리 만나 새로운 종(種)으로 태어난 광고영화는 광고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혼종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브랜드 메시지를 영화 문법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을 유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광고를 보다 보면 영화의 장면과 줄거리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광고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광고와 영화가 서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 따라서 광고 창작자들은 영화의 장면과 줄거리를 차용하면 영화의 유명세에 업혀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영상문화 콘텐츠인 영화와 광고가 맞보증을 서는 셈이다. 그만그만한 아이디어로 만든 광고는 소비자를 끄는 힘이 약해 위험 부담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차용하면 창의성은 약간떨어지더라도 영화의 기억 효과에 어느 정도는 업혀 갈 수 있다.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한 이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꼭 유념하자.

또한 광고도 미술로 활용되며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광고를 연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미술사는 ‘죽은 미술의 역사’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회화(그림)는 광고가 예술작품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광고와 그림 혹은 그림과 광고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모든 미디어가 격의 없이 만나는 혼종 미디어 시대에 광고와 그림이 혈연관계로 만나는 친연성은 갈수록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광고가 엄연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김병희 교수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1989)를 오마주하는 마음에서 책 제목을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으로 정했다”고 하면서, “보통의 광고를 보았을 때와 예술과 만난 광고를 보았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고 아트버타이징의 가치를 평가했다. 또한, “광고가 예술을 애타는 마음으로 찾거나 예술이 광고를 반가운 손님으로 초대하는 아트버타이징의 현장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예술과 함께 있었다고 느끼는 민감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출간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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