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문화란 무엇인가 - 광고와의 관계. 흥미로운 미국과 영국의 사례

[신인섭 칼럼] 문화란 무엇인가 - 광고와의 관계. 흥미로운 미국과 영국의 사례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07.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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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비교광고에 관한 규제가 명문화된 지 20년이 됐다. 2001년 9월에 비교광고 심사 지침이 제정 시행됨으로써 비교광고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그전에도 비교광고를 금지한 것은 아니었으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서는 비교광고를 할 때는 자사 제품의 좋은 점뿐 아니라 나쁜 점까지도 들어 상대 제품과 대비해야 한다는 규제로 비교광고는 거의 불가능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교광고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도 규제됐다. 그러다가 1970년대 말 무렵 유럽위원회(EU)의 제창으로 2000년에 지령 97/55/EC로 완화되었다. 

비교광고가 일찍부터 시행되고 법적 문제가 대두된 나라는 모든 표현의 자유를 제창한 미국으로 1910년에 소송 문제가 있었다. 1972년에 연방 통상위원회(FTC)는 비교광고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광의의 공중 복지라는 입장에서는 비교광고가 더 많은 제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제품 개선과 혁신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었다. 미국 FTC가 제정한 비교광고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상대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특징이나 가격으로 비교하거나 상대 브랜드의 이름,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기타 특성 정보로 밝혀서 비교하는 광고"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1989년 11월 10일 영국 마케팅 위크(Marketing Week)와 1997년 11월 14일 홍콩에서 발행하던 미디어(MEDIA) 지에 게재된 두 광고이다. Marketing Week에 제재된 2페이지 뉴스위크 광고는 직설적이다. 번역할 필요조차 없다.

영국 Marketing Week 1989.11.10. Newsweek 광고

MEDIA의 광고는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 광고는 광고주 앞으로 보내는 메시지이다.

BMW 귀하.

리더스 다이제스트지의 1페이지 광고는 귀사가 최근에 World Executive Digest에 게재한 광고보다 11만 명이 더 많은 럭셔리 자동차 구매자에게 도달합니다. 

(매체가 드리는 궁극적인 즐거움)

홍콩에서 발행하던 MEDIA 1997.11.14. Reader's Digest 광고

영국, 나아가서는 세계 신문의 원조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The Times (그래프에는 TMS라고 줄였음)의 광고 역시 직설적으로 숫자를 내세웠다. “The Times는 F.T.(Financial Times)보다 49%나 더 많은 비즈니스맨이 읽습니다.” 빨간 테두리 안에는 ”FT 없이도 문제없습니다“란 말이 있고 박스 안에는 ”The Times는 F.T.보다 22% 많은 임원에 도달합니다“라고 적었다. 물론 이런 광고에는 제시한 숫자의 출처를 적고 있다.

영국 Campaign 2003.9.19. The Times 광고

멋진 항공기 사진을 곁들인 미국 포브스(Forbes) 광고는 우선 눈이 시원하다. 보인 747형으로 보이는 비행기 앞 일등석이 있는 자리에는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 Forbes라 썼다. 가운데 비즈니스 클래스 자리에는 영국의 정평 있는 경제 잡지 Economist라고 적고, 뒤는 Economy라 적었다. 맨 밑에 Forbes 표지 사진이 있고, 다음과 같은 두 문장, 19개 낱말의 카피가 있다.

스케줄에 포브스를 적어 두고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읽는가만 아시면 됩니다.

홍콩에서 발행하던 MEDIA 2000.9.15. Forbes 광고

네 개 비교광고 모두 각기 다른 멋이 있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앵글로색슨 문화(?) 소산이다. 유교 문화권 나라에서도 이런 광고가 가능할까? 

더 설명은 사족이 될 듯하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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