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의 Art Talk] 사랑을 담은 초상화, 사람을 닮은 초상화

[Kate의 Art Talk] 사랑을 담은 초상화, 사람을 닮은 초상화

  • Kate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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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te 칼럼니스트] 24시간 핸드폰 카메라로 원할 때마다 수십 장의 셀카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는 복제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껏 그려진 초상화란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초상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때론 비싼 카메라로 좋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극사실주의 사진보다, 어떤 화가의 정성과 재능이 담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초상화가 더 특별하고 더 귀하다는 걸 알기에 꼭 초상화를 그려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딸의 초상화를 그리는 아버지 – 기초연금 캠페인

최근 어느 공공기관의 광고에서는 바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딸의 초상화를 정성스럽게 그려 간직하고자 하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가, 은퇴 후에 자신의 꿈꾸어 오던 새로운 인생을 그리기 위해 손수 연필을 깎고 붓을 들어 사랑하는 딸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버지가 그리는 딸의 초상화는, 단순히 어떤 얼굴을 닮은 초상화가 아니라, 딸에 대한 아버지의 깊고 큰 사랑을 담아낸 초상화일 것이다. 초상화를 그리는 아버지와 딸의 교감이 잘 묻어난 바이럴광고 영상을 한번 보자.

 

5살짜리 딸과 함께 한 추억 – 루벤스의 초상화

아버지가 딸을 그리는 따뜻한 공간에 흐르던 애틋함, 아버지와 딸 사이에 오고 가는 눈빛과 교감, 등을 잘 담아낸 광고영상을 보면서,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의 작품이 바로 떠올랐다. 루벤스는 궁정화가로도 활동했으며, 밀려드는 초상화 주문에 잠을 잘 틈이 없었던 그 시대에 가장 많은 작품을 그려낸 화가다. 그는 바쁜 생활 속에서, 당시 5살짜리 사랑스러운 딸의 얼굴을 그려낸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 초상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작품을 보는 순간, 화폭을 가득 채운 아이의 발그레한 볼과 순진무구한 눈빛에서 아이를 바라보던 아빠 루벤스의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루벤스의 작품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1616년

아름다운 추억을 그림으로 간직하는 것 – 초상화의 이유

루벤스는 딸의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만큼은 딸과 가깝게 있을 수 있기에, 그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어쩌면 바쁜 일정 속에서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초상화를 그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볼그레하니 건강해보이는 그 초상화의 주인공인 딸 클라라는 12살에 병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안타까운 실제 스토리 때문인지 초상화의 주인공인 클라라는 그림 속에서 마치 아빠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하다. “아빠, 나 잘 그리고 있지? 5살 나는 이 모습으로 영원히 아빠 곁에 있을께.” 라고…..

사람의 얼굴을 닮은 초상화는 많지만, 그 인물에 대한 깊은 사랑까지 담아낸 초상화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딸의 초상화를 그리는 아버지가 담긴 이 광고영상은 우리에게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65세 이상을 위한 정부의 연금정책을 알리고자 하는 단순한 목적보다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 가까이 계시지만 우리가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는 것, 즉 자신보다는 딸과 아들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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