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면 팬이 되는 축제", D&AD 2025 참관기

2025-05-27     최영호 기자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한 번 참가하면, 누구나 팬이 된다.”

그 말이 정말이구나 싶었다. 바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D&AD 페스티벌과 어워드 이야기다. 올해 페스티벌은 지난 5월 21일과 22일, 런던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개최됐다.

“크리에이티브에만 집중하는 진짜 축제”, “작지만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비즈니스나 클라이언트 중심이 아닌, 온전히 크리에이티비티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과연 어떤 분위기이기에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페스티벌 첫날 아침 단번에 해소됐다.

D&AD

가장 먼저 느껴진 인상은 '젊음'과 '에너지'였다. 실제 참가자의 연령대도 젊었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활기차고 생동감 있었다. 강연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참석자들의 발걸음, 강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토론,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학생 참가자들이 이 분위기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특별 패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강연장에

보통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글로벌 CCO나 ECD는 학생이나 주니어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그러나 D&AD에서는 로비에서부터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업계 인사들이 학생이나 주니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사들이 강연 후 바로 참가자와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크리에이티브’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었다.

The

D&AD 페스티벌은 규모 면에서는 크지 않았지만, 바로 그 점이 프로그램을 더욱 압축적이고 트렌디하게 만들었다. 스폰서 중심의 행사가 아닌, 크리에이티비티와 디자인, 브랜딩, AI, 음악, 댄스 등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주목받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과 마스터클래스가 이어졌다. 단점이라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일정 속에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로비에서
수상작

시상식도 인상 깊었다. 전통처럼 올해의 프레지던트가 호스트를 맡았는데, 2025년에는 콰미 테일러-헤이포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검정 스냅백과 올블랙 스타일로 무대에 선 그는 여성 MC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상식을 이끌었다. 그는 수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진심으로 포옹하며 축하했다. 시상식이 단순히 ‘수상’이 아니라, 함께 크리에이티비티를 축하하고 나누는 자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상식
프레지던트

시상식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순간은 차세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D&AD 시프트(D&AD Shift)가 소개되고 2024년과 2025년에 세상을 떠난 광고인들을 함께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이 두 장면은 단지 뛰어난 작품만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가치, 그리고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D&AD의 진정성 있는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광고인

시상식은 빠르고 간결하게 진행됐다. 수상작이 소개되는 동안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고, 바로 펜슬이 수여되며 찬사가 이어졌다. 군더더기 없이 템포감 있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진짜 멋졌던 건 로비 무대 옆에 세워진 커다란 펜슬 모형이었다. 처음엔 텅 빈 노란 펜슬이었는데, 점점 참가자들의 손글씨로 채워져 갔다. 주최 측이 단순히 전시용으로 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무언가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펜슬에는 생각과 메시지가 하나둘 더해졌다. 마치 모두가 함께 완성해가는 크리에이티브의 축제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또한 크리에이티비티가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거라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채워져

D&AD는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었다. 그것은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열정이자, 세대와 직급을 넘어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크리에이티비티의 현장이었다.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티브도 이 무대에서 더욱 자유롭게, 당당하게 어우러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