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면 팬이 되는 축제", D&AD 2025 참관기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한 번 참가하면, 누구나 팬이 된다.”
그 말이 정말이구나 싶었다. 바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D&AD 페스티벌과 어워드 이야기다. 올해 페스티벌은 지난 5월 21일과 22일, 런던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개최됐다.
“크리에이티브에만 집중하는 진짜 축제”, “작지만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비즈니스나 클라이언트 중심이 아닌, 온전히 크리에이티비티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과연 어떤 분위기이기에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페스티벌 첫날 아침 단번에 해소됐다.
가장 먼저 느껴진 인상은 '젊음'과 '에너지'였다. 실제 참가자의 연령대도 젊었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활기차고 생동감 있었다. 강연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참석자들의 발걸음, 강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토론,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학생 참가자들이 이 분위기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특별 패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보통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글로벌 CCO나 ECD는 학생이나 주니어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그러나 D&AD에서는 로비에서부터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업계 인사들이 학생이나 주니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사들이 강연 후 바로 참가자와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크리에이티브’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었다.
D&AD 페스티벌은 규모 면에서는 크지 않았지만, 바로 그 점이 프로그램을 더욱 압축적이고 트렌디하게 만들었다. 스폰서 중심의 행사가 아닌, 크리에이티비티와 디자인, 브랜딩, AI, 음악, 댄스 등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주목받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과 마스터클래스가 이어졌다. 단점이라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일정 속에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시상식도 인상 깊었다. 전통처럼 올해의 프레지던트가 호스트를 맡았는데, 2025년에는 콰미 테일러-헤이포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검정 스냅백과 올블랙 스타일로 무대에 선 그는 여성 MC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상식을 이끌었다. 그는 수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진심으로 포옹하며 축하했다. 시상식이 단순히 ‘수상’이 아니라, 함께 크리에이티비티를 축하하고 나누는 자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상식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순간은 차세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D&AD 시프트(D&AD Shift)가 소개되고 2024년과 2025년에 세상을 떠난 광고인들을 함께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이 두 장면은 단지 뛰어난 작품만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가치, 그리고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D&AD의 진정성 있는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시상식은 빠르고 간결하게 진행됐다. 수상작이 소개되는 동안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고, 바로 펜슬이 수여되며 찬사가 이어졌다. 군더더기 없이 템포감 있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진짜 멋졌던 건 로비 무대 옆에 세워진 커다란 펜슬 모형이었다. 처음엔 텅 빈 노란 펜슬이었는데, 점점 참가자들의 손글씨로 채워져 갔다. 주최 측이 단순히 전시용으로 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무언가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펜슬에는 생각과 메시지가 하나둘 더해졌다. 마치 모두가 함께 완성해가는 크리에이티브의 축제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또한 크리에이티비티가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거라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D&AD는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었다. 그것은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열정이자, 세대와 직급을 넘어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크리에이티비티의 현장이었다.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티브도 이 무대에서 더욱 자유롭게, 당당하게 어우러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