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속 소비자들, ‘가치 소비’보다 ‘가성비’ 우선

2025-06-07     최영호 기자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관세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나 이슈보다 제품의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 산하 커니 소비자연구소(Kearney Consumer Institute, KCI)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소비자 보고서(Weighing value with values)」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80%는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쇼핑하는 것은 더 비싸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1년간 브랜드 불매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39%에 그쳤다. 응답자의 79%는 기업이 사회적 메시지를 내는 것보다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 즉 품질과 가격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관세 등 경제적 부담이 소비 패턴 변화 이끌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1%가 관세에 대한 우려 수준을 10점 만점 중 8점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품질, 신뢰성, 내구성과 같은 요소를 구매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는 ‘좋은 품질’(69%), ‘합리적인 가격’(63%), ‘신뢰도 및 내구성’(46%) 순으로 나타났다.

KCI 리더이자 보고서 저자인 케이티 토마스(Katie Thomas)는 “소비자들은 지금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이 가치 중심 소비보다는 가격과 품질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 소비’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

응답자의 68%는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를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51%는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브랜드의 구매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구매 결정에서 이러한 가치 요소가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국산 또는 지역 생산’이 20%로 유일하게 상위 7개 요소에 포함되었고, ‘지속가능성’은 10%,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같은 정치·사회적 요소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토마스는 “소비자들이 ‘로컬 생산’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며 “정치적 이슈나 브랜드의 사회적 신념은 소비자의 실제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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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소비’의 한계와 브랜드의 대응 과제

보고서는 가치 기반 소비가 시간과 비용, 편의성 측면에서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응답자의 80%는 ‘가치 소비는 더 비싸다’, 71%는 ‘덜 편리하다’, 65%는 ‘가치에 맞는 브랜드를 조사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가격에 걸맞은 품질이나 차별화된 혁신이 없는 브랜드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5 브랜드 안전성 보고서’에 따르면 마케팅 임원의 21%가 ‘앞으로 사회적 이슈와 마케팅을 연계할 계획이 없다’고 답해, 이는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인 칠리스(Chili’s)는 ‘가성비’를 앞세운 광고 전략을 통해 동기간 매출이 31%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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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조사는 2025년 5월 미국 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영국, 인도,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 3,200명을 추가로 조사해 글로벌 소비 흐름을 함께 분석했다. 보고서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서 멀어지는 이유가 단지 정치적 메시지나 가치 표명 때문만은 아니며, 오히려 품질, 가격, 혁신 등 본질적인 가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