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로 살펴보는... ‘AI시대 인간 창의성(Creative)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나!’
2025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국제 광고제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로 세계 광고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AI가 광고 제작과 마케팅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운데, 그 중심에서 인간 창의성과 감정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오갔다.
무대 위에서는 AI가 불러올 혁신적 변화에 대한 낙관론이 펼쳐졌고, 무대 뒤에서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의 해체와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많은 리더들과 아티스트들은 창의성과 감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조명하며 “인간성은 우리의 한계가 아니라 슈퍼파워”임을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부문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컴퓨터가 자연어로 소통하게 될 것이며, 이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있어 코드를 거의 보지 않아도 될 시대”라며, AI가 창의적 표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민주화’ 시대를 선언했다. 이는 기존 광고 제작에서 수십만 달러와 수 주일이 소요되던 과정을 며칠 만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게 하는 변화를 뜻한다.
실제로 브랜드테크 그룹(The Brandtech Group)은 2018년 이후 5,000개 이상의 브랜드에 대해 약 200만 개의 AI 기반 광고를 제작했으며, 이 중 62%는 더 빠르게, 55%는 더 저렴하게, 40%는 더 높은 ROI(투자수익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몽크스(Monks) 에이전시는 푸마 등 주요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생성형 AI만을 활용한 광고를 개발해, 기존 모델과 비교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광고업계의 기존 고용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충격을 주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는 2030년까지 미국 광고업계에서 약 32,000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WPP 설립자인 마틴 소렐(Martin Sorrell)은 “이번 행사가 광고업계 황금기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AI가 미디어 바잉과 크리에이티브 작업 전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유니레버의 최고성장마케팅책임자(CGMCO) 에시 에글스턴-레이시(Esi Eggleston-Lacey)는 "인간성은 우리의 약점이 아닌 슈퍼파워"라고 말하며, AI 시대의 마케팅 혁신은 결국 인간 감정을 활용한 파괴적 스토리텔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디자인 인텔리전스 수석 도미닉 하인리히(Dominik Heinrich) 역시 “AI는 도구일 뿐이며, 디자이너가 AI를 이끌어야 한다”며 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창의성이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가 아닌, 인간 감성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기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뮤지션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노트북에 손을 대기 전에 14년간 공부했다”며, AI를 통한 즉흥적 창작이 기예와 예술성의 깊이를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이 창작의 핵심이 되면서 인간의 학습과 수련이 경시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앞으로 AI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 사이에 구분선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시각은 넷플릭스의 CMO 마리안 리(Marian Lee)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그녀는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에서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능력임을 강조했다. 그레이스 아나토미로 잘 알려진 미국 드라마 프로듀서인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 역시 “AI가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는 있어도, 감동과 몰입을 창출하는 건 사람의 몫”이라고 말한다.
AI는 광고업계의 생산 방식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도 구조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간 및 제작 기반 청구 방식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대신 성과 기반 또는 AI 효율에 맞춘 가격 정책이 대두되고 있다. CMO들은 더 빠르고 저렴하며 개인화된 광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광고 에이전시들로 하여금 내부 구조와 청구 방식을 재설계하게 만들고 있다.
베인 파트너스(Bain & Company)의 필립 다울링(Philip Dowling)은 “AI에 대한 브랜드들의 도입 수준은 매우 불균형적”이라며, AI를 실험적 수준에서 도입한 브랜드와 아직 도입하지 않은 브랜드 사이의 격차가 향후 시장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칸 라이언즈는 AI 시대의 광고업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기술의 급진적 도입과 창작 환경의 민주화는 분명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비용 효율과 속도 면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정, 기예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임이 확인되었다. AI는 창의성의 도구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스토리텔러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진정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서 출발하며, 그 감정을 자극하는 힘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산업적 변화와 기술 혁신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광고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그 답은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 속에 있을 것이다.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 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