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K의료' 그럼에도 왜 대학에서 '의료 스타트업'은 나오지 않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K의료' 그럼에도 왜 대학에서 '의료 스타트업'은 나오지 않는가?

  • 유승철
  • 승인 202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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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의 전성시대

말 그대로 스타트업 전성시대’ 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초국적 온라인 공룡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Unicorn)이라고 불리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며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도 세계 곳곳에서 등장 중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선진국들이 스타트업 성공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신시장에서 패권을 쥐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4차산업혁명 소용돌이 가운데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트업 가운데 다수가 의료정보와 소비자 효용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는 점입니다. 

실례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Amazon)은 2019년 9월 회사 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해 출발한 아마존 케어(Amazon Care)라는 원격진료 서비스를 2022년 말까지 20개 주요 도시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미 아마존 케어의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여러 대형 건강 보험 회사와 협의 중이라고도 합니다. 아마존 케어 앱은 또한 후속 방문 예약, 치료 요약 및 후속 알림 수신을 포함하여 환자에게 다양한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매우 편리합니다. 개인 건강 데이터를 쇼핑 패턴과 결합하여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미래 환자를 식별하고 예방 조치를 문자 메시지로 보낼 수 있다고 상상하면 엄청나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상태가 악화되어 개인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약속을 잡을 수 있고 가상 진료 중에 의사는 음성 명령으로 처방전을 주문할 수 있으며, 2시간 후 약은 환자의 집으로 배달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상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아마존 케어 앱 (https://techcrunch.com/2019/09/24/amazon-care-healthcare-service)
출처 : 아마존 케어 앱 (https://techcrunch.com/2019/09/24/amazon-care-healthcare-service)

아마존이 2017년 고급 식료품점인 홀푸즈(Whole Foods)를 인수하면서 매장 내 구매 데이터를 사용하여 고객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그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이 의료 분야에 진출한다면 처방전, 인공지능 스피커(Alexa 또는 Echo)에 설정된 의료 알림, 의료 기록을 포함한 건강 정보를 사용하여 소비자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품, 비타민, 일반 의약품 및 기타 관련 제품을 제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맞춤 서비스는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피할 수 있는 편리한 치료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도 원격진료가 허용될 시점에서는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서비스입니다. 

의료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병원이 주축이 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실제 병이 있는 환자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가 만나는 창구이자 소비자 구매접점(contact point)이라는 점에서 병원만큼 중요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의료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소비자 리서치 공간이며 소비자 데이터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선두 병원들이 의료 스타트업을 론칭한 바 있습니다. 또, 기술 스타트업과 병원이 협업한 사례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 플러그 앤 플레이 클리블랜드 (https://www.plugandplaytechcenter.com/cleveland/)
출처 : 플러그 앤 플레이 클리블랜드 (https://www.plugandplaytechcenter.com/cleveland/)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병원 내 기관으로 ‘클리블랜드 클리닉 이노베이션(Cleveland Clinic Innovations)’을 운영하면서 대기업, 소기업, 기업가, 투자자 및 미래의 직원이 함께 모여 의료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2006년에 설립된 플러그 앤 플레이 프로그램과 협업을 통해 ‘플러그앤 플레이 클리블랜드(Plug and Play Cleveland)’라는 의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혁신적인 신생 기업을 국내 및 글로벌 의료 파트너와 연결하는 디지털 건강, 제약 및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의 허브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의료 스타트업이 탄생했으며 그 예로 일선 의료 직원을 위한 "개인 코치"로 스마트폰을 통해 진료 관련한 모범 사례를 제공하는 엘레미오 헬스(Elemeno Health)가 탄생했습니다. 의사 마다 진료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아 진료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오류를 줄이며 결과를 개선하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존홉킨스 대학병원 등 다른 선두 병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엘레미오 헬스(https://www.ddaguilar.com/elemeno-health)
출처 : 엘레미오 헬스(https://www.ddaguilar.com/elemeno-health)

대학과 병원의 협업은 여러 측면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대학의 수많은 종류의 다른 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또 관련 인력을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큽니다. 예컨대 미디어 학과와 협업을 통해서 병원 정보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또 회계학과와 협업을 통해서 병원의 경영 회계 시스템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접 영역에 있는 간호학과나 보건학과 또는 약학과와의 협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와 같이 일종의 창업 허브로서 대학병원이 기여할 여지가 큽니다. 실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아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창업 프로그램(ASU MedTech Accelerator)과 협업을 통해 다수의 의료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의 의료 기기 및 의료 기술 회사에 기업 최적화된 대학 커리큘럼과 맞춤형 비즈니스 개발 계획을 제공하여 시장 출시 및 투자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출처 : 메이오 클리닉과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협업
출처 : 메이오 클리닉과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협업

대학 내 헬스케어 창업이나 학제적 협업이 기대할 만한 흐름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유를 국내 환경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은 대학부속병원 의료진의 연구와 진료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시간적 물리적 압박 속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별도의 시간을 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흔히 여유가 있어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는 병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경직된 학과 간의 경계 때문입니다. 실제로 융합을 강조하는 요즘의 흐름 속에서도 대학내 융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학과 간 기득권 싸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협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학과 간에 갈등은 물론이고 또 이런 갈등 속에서 오직 승리자만이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메이요 클리닉이 미국에서 가장 파괴적인 혁신을 만든 대학이라고 불리는 아리조나 주립대학과 협업한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의과대학과 인문대학 협업을 통해서 어떤 활동을 할 경우라면, 그 주도권이 의과대학에 있는지 인문대학에 있는지에 따라서 실적을 나누는 것도 매우 모호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복잡성을 이겨내고 교수나 학생들이 참여하길 거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버드대와 MIT대학은 학교의 장벽까지 넘어가면서 의료공학 협업(The Harvard–MIT Program in 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or HST) 프로그램을 1970년 이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MIT 캠퍼스에서 모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의학과 공학 박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학들간 장벽들까지 넘고 있음을 배워야 합니다. 

다음으로 창업을 위한 융합적 노력에 대해 대학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창업을 통해서 교수자나 학생 창업자가 금전적인 이익을 얻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대학이 요구하는 기부금 비중이 상당히 크고 또 사업과정에서 교수가 교육과 행정 부담을 줄이고 시간을 내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인센티브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교수자가 발벗고 나서 가시밭길에 들어가기 주저하는 셈입니다. 외적 원인을 보면 국내 교육부에서 움켜쥐고 있는 대학에 대한 강력한 규제 때문에 대학에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한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 그대로가 대학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보수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문화가 넓게 퍼져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status quo(현 상태, 변화 없이 그대로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은 수도권 보다 지역 대학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미국 전통의 주립대 일리노이대학(UIUC)에 2018년 새로 설립된 '칼 일리노이 의대'(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로 이름 붙은 이 대학은 "의학과 공학의 교차점에 세워진 미국 최초의 의과대학"을 표방합니다 이 대학의 최대 강점인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 분야 고급 인재들에게 의료 과학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의료 장비 개발 및 의학 혁신 등에도 기여할 ‘의학 혁신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2019년 텍사스 A&M 대학이 설립한 이엔매드(ENMED – Engineering & Medicine - Texas A&M University) 프로그램도 역시 공학과 의학을 모두 아는 이중언어자’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제 해외에서는 의과대학의 탄생 단계부터 이미 창업과 비즈니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출처 : 칼 일리노이 의대의 교육 장면(https://blogs.illinois.edu/view/6231/393291538)
출처 : 칼 일리노이 의대의 교육 장면(https://blogs.illinois.edu/view/6231/393291538)
출처 : 이엔매드(ENMED) 프로그램 설명 브로셔(https://enmed.tamu.edu/)
출처 : 이엔매드(ENMED) 프로그램 설명 브로셔(https://enmed.tamu.edu/)

그럼에도 병원과 대학의 협업이 의료 창업 뿐 아니라 병원의 발전에도 기여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예컨대 병원이라는 기관이 예방 중심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환자가 요구하고 있는 수많은 자기개발과 문화적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또 운영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필요를 대학의 다양한 전공이 충족시켜줄 여지가 큽니다. 

병원의 마케팅 광고 활동에 미디어학과나 경영학과 등 연관 전공이 기여할 점이 상당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유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학생들을 통해 병원이 다양한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문화적 장벽 때문에 접근하기 조차도 어려웠던 글로벌 고객들을 유학생들을 통해 적은 인건비를 써서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컴퓨터학과 협업을 통해서 병원에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예약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며 통계학과 나 빅데이터 과정과 협업을 통해 대 환자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학과나 광고학과와 협업을 통해서 병원에 소비자 대상 콘텐츠들을 개선하는데 학생들의 창의적인 마인드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수 의과대학이 의과대학 프로그램에 혁신과 창업 관련한 교과과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도 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실례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하나인 브라운 대학교 의과대학은 의료기술 혁신과 창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학과 의학이 접합하고 또 경영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현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향후 의료혁신은 기술혁신을 넘어서 서비스혁신과 환자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출처 : 미국 유수 의과대학 내 혁신 창업 프로그램 운영 현황
출처 : 미국 유수 의과대학 내 혁신 창업 프로그램 운영 현황

위에서 언급하지 못한 학제간 협업의 기회는 실로 무궁무진합니다. 이런 협업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는 협업을 위한 인센티브와 구조적인 개선을 서둘러야 합니다. 교육부에서도 협업을 통한 창업을 장려하고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큰 틀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나라가 아니라 선두자의 나라입니다. 선두자가 겪어야 할 시행착오는 숙명적입니다. 한편으로 선두자가 가져갈 이점도 상당합니다. 현실은 늘 창의력을 억누릅니다. 한국 그리고 우리 과거에서 고개를 들고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야 합니다. 병원과 대학의 다양한 협업과 의료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K병원이 세계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인용]

  • Amazon expanding Amazon Care telemedicine program nationally: 6 details (2021. 3) https://www.beckershospitalreview.com/disruptors/amazon-expanding-amazon-care-telemedicine-program-nationally-6-details.html
  • MedTech Accelerator https://www.medtechaccel.com/ 

※ 닥스미디어(http://docsmedia.co.kr/) 칼럼을 공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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