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상상예찬’ 광고 캠페인
KT&G는 1989년 4월 1일 담배인삼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세계적인 담배 전문 생산 업체를 지향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는 담배 사업과 담배 관련 재료품의 제조와 판매 이외에도 홍삼 제품 및 식음료품, 의약품, 의약외품 제조와 판매를 하고 있다. 대중적으로는 담배회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친숙도가 높은 기업으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담배를 출시하고 있다.
2002년 12월 완전 민영화를 선언하고 한국담배인삼공사(Korea Tobacco & Ginseng Corp.)에서 KT&G로 기업명과 CI(Corporation Identity)를 전면 변경했다. 이에 따라 담배 판매, 수익 증대와 같이 국민 건강과 공익 관련 정서에 위해가 되는 요인을 배제하고 기업 이념과 비전, 경영 목표 등의 기업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상상예찬인가, 담배예찬인가?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KT&G의 ‘상상예찬’ 캠페인은 담배와 인삼의 판매를 통한 수익 증대라는 기업의 상업적 목적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계층의 수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애매한 광고 표현을 통해 간접적, 암묵적으로 기업의 수익 목적을 달성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담배라는 제품 특성상 직접적인 광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상상예찬’ 캠페인은 슬로건과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기업과 광고 간의 연결성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KT&G는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지만 환경적으로는 광고 규제와 정부 규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등에 있어 상당한 마케팅의 위협 요인을 안고 있다. 정부 규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담배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므로 흡연에 대한 각종 규제 및 정부의 금연 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금연 캠페인을 시작으로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담배법과 담배사업법, 그리고 방송광고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전파 매체에 담배 광고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잡지 등에도 그 광고를 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된다. 신문 광고는 담배 신제품 출시에 한해 출시 고지 형식으로 제한적인 광고가 허용된다.
광고 내용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설정돼 있다. 광고 내용은 가격 공고만 가능하고 남성 잡지에 한해 종별로 연 60회까지만 허용된다. 또한 담배사업법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규정에 의한 광고 또는 그에 사용되는 광고물 등은 흡연자에게 담배의 품명·종류 및 특징을 알리는 정도를 넘지 아니하는 것이어야 하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흡연을 권장 또는 유도하거나 여성 또는 청소년의 인물을 묘사해서는 아니 되며, 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표시하는 흡연 경고 문구의 내용 및 취지에 반하는 내용 또는 형태이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제약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KT&G의 광고는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젊은 상상을 예찬합니다’란 슬로건과 ‘상상예찬’이란 콘셉트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제품 광고가 아니라 다소 애매한 이미지 광고를 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광고의 양면성
KT&G의 ‘상상예찬’ 캠페인은 흰색과 파란색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하여 심플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젊음과 활동성을 부각시키는 마술 동작이나 여성 모델의 클로즈업 등은 신비감을 조성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광고는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간접적으로 담배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포함해 암묵적인 마케팅 전략을 활용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색상과 이미지의 신선함을 호평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KT&G의 기업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꼈다. 특히, 고양이 눈 형상이 레종 브랜드를 상징한다는 의견이나, 연기를 연상시키는 화면 배경 등이 담배와 연관된 메시지를 내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암시와 잠재의식의 마케팅
KT&G의 광고는 자사 제품 브랜드를 목표 청중에게 고급스럽고 참신한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비교적 광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KT&G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도 사실이다.
색상의 의미를 마케팅 전략과 기업의 대(對)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이데올로기와 연결해서 언급하는 경향도 보였다. 파란색에서 자유, 새로움, 신선함, 갈구, 차가움, 가식 등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원색이 주는 이미지에서 국영 기업에서 민영 기업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감성과 이성을 조화해 나가고자 하는 기업 이념의 표출을 연상하기도 했다. 검은색과 흰색은 담배의 재와 연기를 연상시키기 위해 잠재의식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표현전략이라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었다.
KT&G 광고는 불신과 반발도 만만찮게 사고 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광고 속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의상과 나이를 유추해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이 틀림없다는 지적을 했다. 또 화면 배경에 자욱한 연기를 보고 담배를 연상케 하려는 암시적인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눈동자를 고양이 형상으로 표현해서 담배 브랜드 ‘레종’을 상징한다고 읽은 것도 주목되는 반응이었다.
담배가 ‘상상예찬’과 어떤 연관성이 있고 특이한 영상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할 여지가 있다. 애매하게 신비로운 이미지로 기업 이미지를 포장하는 광고 전략은 KT&G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KT&G 광고라는 것은 알지만 KT&G가 어떤 회사인지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KT&G가 예전의 한국담배인삼공사란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광고가 어떻게 그 기업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광고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창의성이 뛰어나고 독특해서 주목을 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광고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KT&G의 ‘상상예찬’ 캠페인은 고급스럽고 신선한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당신의 상상을 예찬합니다’, ‘당신의 상상이 필요합니다’, ‘상상은 또 다른 마술이다’, ‘끊어진 마음까지 이어줄 수 있다면…’ 같은 카피는 ‘상상예찬’이란 슬로건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의미를 명료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슬로건은 광고 카피에 일정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수용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광고에 대한 주목을 유도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언어 요소들은 기업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형성하면서 광고 텍스트의 미학적 평가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이는 KT&G가 TV 광고 집행 계획을 세울 때 의도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KT&G 광고가 이런 식의 광고를 하는 것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마케팅 환경 때문에 오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른다. 하지만 광고의 수용자들이 광고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중요한 것은 광고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KT&G라는 기업 이미지로 잘 전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광고 텍스트와 수용자 사이의 인지, 감정, 행동의 간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KT&G의 ‘상상예찬’ 캠페인은 독창적인 비주얼과 암시적 메시지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광고는 창의성과 메시지 전달의 균형을 유지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KT&G의 사례는 이미지와 메시지의 불일치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KT&G의 기업 광고는 한때 ‘상상예찬’이라는 캠페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종료된 이후, KT&G는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며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 ‘상상마당’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기업 이미지를 단순한 담배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상상력을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상상마당’ 캠페인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KT&G는 서울 홍대 앞에 복합문화공간인 KT&G 상상마당을 개관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상마당은 단순한 문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음악, 영화, 디자인,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에게 공간과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 KT&G의 광고는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꿈을 이루고, 그 배경에 기업의 지원이 있다는 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광고 영상에서는 공연장, 갤러리, 영화관 등 상상마당의 다채로운 공간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것을 넘어, KT&G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상마당’ 캠페인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문화예술 지원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덕분에 KT&G는 담배 제조업체라는 한계를 넘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재평가받았다.

이 캠페인의 성공은 공간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서울 홍대에 이어 강원도 춘천, 부산 등 다른 지역에도 상상마당이 설립되며, KT&G의 문화적 역할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상상마당은 단순한 광고 캠페인을 넘어 실질적인 창작과 소통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KT&G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광고 테마를 전환했다. 그러나 상상마당은 여전히 창작자들을 지원하며 문화예술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상상마당 캠페인은 단발성 광고에 그치지 않고, KT&G의 기업 철학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상상마당은 KT&G가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캠페인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어지며, KT&G의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현우 전직 카피라이터 / 동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