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서만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살아서만 할 수 있는 것!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18.12.19 11: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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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겨울이 담기니 동백(冬柏)이 살포시 꽃망울을 터트리며 겨울 맞이 채비를 하고 늘 그렇듯 일도 많고 말도 많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서성이게 된다.

올해도 세상은 사건에 사건이 끊이지 않더니 드디어 세간(世間)의 주목을 받는 한 정치인이 형제를 핍박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다며 그에 관한 시시콜콜한 소식이 전해오는 와중에 새삼 ‘우애(友愛)’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부모형제란 ‘천륜지정(天倫之情)’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세상을 등지기 전에는 실처럼 매인 사이여서 끊을 수가 없고, 보통 형제는 몸의 일부와 같은 존재라 소홀히 하거나 버릴 수도 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우애’에 관한 중국 속담에 ‘형제는 나의 손발 같고, 아내는 내가 입는 옷과 같다’(兄弟如手足형제여수족,妻子如衣服처자여의복)고 하였다. (이 의미는 사람에게 손과 발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겹지만, 옷은 맞지 않으면 바꾸어 입으면 된다는 것이다. 즉, ‘형제의 사랑’은 천륜이라 서로가 버릴 수도 끊을 수도 없음을 비유한 표현이다)

또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詩經시경∙小雅소아》에 주공(周公)이 지었다고 하는 <常棣상체> 편에는 ‘형제의 우애(友愛)는 평온한 시절에는 친구와의 우정(友情)만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을 비유하며 노래한 대목이 있다. 아마도 피를 나눈 형제라면 ‘우애’를 더 돈독히 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의좋게 살아 가라고 힘주어 가르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고서부터 감동을 주는 형제간의 사랑을 돋보이는 ‘수족지애(手足之愛)’의 아름다운 일화가 무궁무진하게 전해진다. 아울러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망라하며 형제간의 다툼에 관한 사건 역시 끊이지 않고 전해지기도 한다. 사람의 복잡다단한 여러 생각 중에 자리하고 있는 탐욕, 질투, 미움, 분노…… 이런 마음으로 인하여 원망과 슬픔과 또 다른 비극이 형제 사이에 종종 있어왔다.

조식 출처 바이두
조식 출처 바이두

중국에서 형제간의 어떤 원인이 문제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일렁이는 미움과 분노로 인하여 지은 원망과 슬픔이 깃든 적지 않은 시(詩)가 길고 긴 역사 속에 회자(膾炙)되기도 하는데 그 중의 하나 《七步诗》가 있다.

煮豆持作羹(자두지작갱) 콩을 쪄 만든 콩국

漉豉以爲汁(녹시이위즙) 콩자반 걸러낸 즙이라네

萁在釜下燃(기재부하연) 콩대가 솥 아래서 타오를 때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솥 안에 콩이 울고 있다네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다 같은 뿌리에서 낳거늘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어찌 이리도 재촉하며 애를 태우나

이 시는《世说新语세설신어》의하면 아버지 조조(曹操) 어머니 변태후(卞太后)의 사랑을 어려서부터 온몸에 받으며 문재(文才)가 뛰어났던 조식(曹植)의 작품으로 그를 긴 세월 마음 깊이 분노에 차서 질투하며 미워하던 형 조비(曹丕) 앞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황제가 된 조비는 권좌를 물려받고 황제로 등극하자 눈에 가시 같던 불편한 존재인 동생을 제거하려는 계책을 꾸미고, 일곱 걸음 가는 사이에 시를 완성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하였다. 조식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그 순간에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이 시를 지어 목숨을 유지하게 되었고, 복수에 눈 멀고 속 좁았던 그의 형 조비는 이런 상황 앞에서 낯빛이 변하며 멋쩍은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중국의 역사서인《資治通鑑자치통감》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치졸하고 잔인하며 ‘우애’ 없는 제왕(帝王)들의 관한 기록이 보인다. 그 예로 중국에서는 위대한 황제로 추앙받는 당(唐)나라의 태종(太宗)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형제를 살해 하기도 했고, 청(淸)의 옹정제(雍正帝)는 자신의 친형제들의 성(姓)을 저(猪:돼지)니 구(狗:개)니 하는 성으로 바꾸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기도 하였다.

사람이 갖고 있는 많은 마음 가운데 간혹 다른 사람을 향한 탐욕, 질투, 미움 그리고 복수심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대로 내버려두고 가는대로 가슴에서 자라게 하면 어느새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이 되어 결국에는 그 힘에 억눌려 서로를 파멸에 이르게도 한다.

인생길을 가다 보면 형제가 때로는 밉기도 하고, 때로는 욕심 때문에 서로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들 중에 어느 한편이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갖거나, 재물을 가지게 될 때 쌓여있고 묵혀있던 원망을 풀어보려고 인성(人性)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사랑하며 살다가 가기에도 짧고 참 바쁘다!

형제여, 살아가다가 예전에 그대를 힘겹게 했던 어떤 형제에게 앙갚음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혹 주어지더라도 그대는 이미 가진 자(者)의 반열에 오른 ‘승리자’이니 돌이켜 반성(反省)해 보고 고민(苦悶)해 보면서 용서(容恕)라는 이름을 가져오는 것은 어떨지!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에서 형제로 인한 어떤 상처든 무슨 이유든 다 내려놓고 그냥 사랑하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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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응 2019-03-13 05:43: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남희 2019-01-30 15:17:44
落地為兄弟,何必骨肉親!
너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