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건강도 그저 돈벌이 수단, 쇼닥터(Show Doctor) 이대로 괜찮은가?

[독자 투고] 건강도 그저 돈벌이 수단, 쇼닥터(Show Doctor) 이대로 괜찮은가?

  • 이동욱 (상지대학교)
  • 승인 2021.05.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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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웰빙(Well-Being)이다.

기존에는 소위 말하는 부모님 세대가 건강에 관심이 많았고, 2~30대는 상대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중요시하며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가장 우선시하는 MZ세대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최근 이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헬창’, ‘근손실’ 등을 비롯한 신조어들과 이제는 일반화된 멋진 바디 프로필(Body Profile) 촬영 등 대중들이 얼마나 건강에 관심이 높은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 전부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 관련 제품 사업은 꾸준히 있어왔다. 건강에 관한 정보들을 다양한 TV프로그램과 강연 등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왔고, 이는 어느 정도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의 건강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심심찮게 각 분야의 의학전문가들이 TV에 나와서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개선을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실상은 특정 기업의 제품 홍보를 돕는 쇼닥터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며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곤 한다. 주로 주부들이 많이 시청하는 아침방송에 출연하며,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을 소비하게끔 만든다.

쌀밥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동아시아권 국가의 주식은 쌀이다. 그런데 백미는 혈당 수치를 빠르게 높이고,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며 성인병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가급적이면 피해야 하는 식품군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들에게 알려져 왔다. 반면, 현미는 백미에 비해 영양소도 풍부하고 살도 찌지 않은 영양식으로 홍보를 해왔다. 맛이 백미보다 못하고 영양분이 충분히 소화, 흡수되지 않으며, 밥짓기가 어려운 것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말이다. 심지어 현미는 백미보다 지방 함유량이 높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앞서 말한 것처럼 주로 아침방송에서 건강기능식품의 홍보를 쇼닥터가 진행을 하면, 곧이어 홈쇼핑 채널에서 해당 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송에서 콜라겐이 등장하는 날에는 홈쇼핑에서 콜라겐을 팔고 있고, 단백질의 중요성을 언급해주면 단백질 제품이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런 연계편성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이상, 대중은 기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뿐이다.

필자가 직접 SBS 아침 방송 ‘좋은아침’을 대상으로 2021년 4월 28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4주간 시청한 결과, 27일 중 13번의 연계편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영하지 않는 날도 포함된 27일 중 13번이기 때문에 연계편성을 통한 제품 홍보가 절반이 훨씬 넘는다고 볼 수 있다.

TV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치료법을 추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근거가 명확해야 하며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내세워서 특정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거나 관련 식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허술한 법망을 악용해 시청자를 우롱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이기적인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면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보건 당국, 시청자, 정직한 의료인들과 영양학자들이 힘을 모아 진정한 ‘웰빙 라이프’를 선도해야 할 시기이다.

 


이동욱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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